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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Dec 18. 2023

다낭, 우리의 그것과는 다른 도시

다낭, 아홉 번째 이야기

'다낭은 우리 것과는 틀리다.'라고 쓸 뻔했다.

틀리다는 단어를 사용했다면

자칫 대한민국이 더 잘 사는 나라이니 모든 것이 옳고

다낭은 후진국가에 속하는 소도시이니

음식, 습관, 환경과 문화가 열악하고 잘못되었다는 의미를 포함하게 된다.


어쩌면 다낭을 여행하는 일부 한국인은 은근히 우월감을 가지고 있을지도 모른다.

상대적으로 물가가 싼 다낭에서 돈 자랑을 하고

위생이 불량하다. 시간개념이 없다고 다낭 시민을 무시하는 경향을 보인다.


다낭은 우리의 그것과 다를 뿐이다.

먹는 것, 입는 것, 사는 습관이 다를 뿐이다.

내가 사는 부산에 비해 사람들의 걷는 속도가 느리고

한 끼 먹는 음식의 가짓수가 적다고 해서

누가 감히 열등하다고 할 수 있겠는가?

걷는 속도가 느린 것은 사람들 간의 관계가 복잡하지 않아 여유롭게 산다는 징표가 될 수 있고

고기육수에 채소와 쇠고기 수육을 듬뿍 넣은 쌀국수는 여러 영양분골고루 한 끼라고 할 수 있으니

도리어 경쟁 속에서 지치고 과한 음식과 편식으로 비만을 걱정하는 대한민국인에 비해

베트남 사람들이 더 풍족하고 온전한 삶을 누리고 있다고 해야 옳지 않을까?


다낭에서 우리와 다른 것들을 볼 때마다

호기심이 발동하고 궁금증에 조바심을 느꼈다.

찾아가고 먹어보고 체험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먼저 거리를 걷는 베트남사람들이 잘 보이지 않는다.

반바지 반팔 티셔츠를 입고 땀을 빨빨 흘리며 걷는 사람들은 서양인들이나 한국사람들이다.

다낭에 도착한 다음 날부터 직접 걸어 다녀야 도시 전체를 파악할 수 있는 것처럼 걷고 또 걷는다.

나도 한시장에서 핑크성당, 참 박물관, 용다리를 건너 미케비치 인근 숙소까지 걸었다.

두 번째로 선짜 야시장을 갈 때는 걸었다.

딸과 함께 아침부터 30분 이상 걸어서 미꽝 맛집을 찾아간 적도 있다. 땀이 삐질삐질 났다.

레시아에 살고 있어서 동남아살이에 익숙한 딸은 숙소 앞에서 그랩을 부르는 것을 희망했었다.

베트남 사람들은 걷지 않는다.

잠시라도 걸으면 등이 땀에 젖어 유쾌하지 않은 시간이 오래 지속되는 걷행동은 하지 않는다.

육군에서는 삼보이상은 구보라고 하는데, 다낭에서는 3분 이상은 오토바이를 탄다.

약국에서, 는 약이 없자 약사가 기다려 달라고 하면서 오토바이를 타고 가서 2분 만에 약을 가져왔다.  

가까운 시장을 갈 때도 오토바이를 타고 가고, 주문도 오토바이에 앉아서 한다.

그래서 시장통의 교통은 막히고 차와 오토바이가 마구 얽히고 만다.

오토바이가 걷는 행위를 멈추게 했다.

베트남에는 오토바이가 너무도 많다.


안하이동 재래시장에 갔다.

각종 야채와 과일, 육고기, 생선을 팔았다.

그중 무늬 오징어, 다금바리, 갈치가 궁금했다.

국내에서 눈알이 노랗고 등에 둥근 뼈가 박혀 있는 수입갈치는 가격이 매우 싸지만 맛이 없다.

다낭 현지의 크고 물 좋은 싱싱한 갈치는

냉동과 오랜 수송과정을 거치지 않았으므로 부드럽고 맛이 좋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사서 직접 구워 먹어볼까 망설이다가 한식당에 들러 갈치찌개를 주문했다. 맛이 없었다.

오징어 중 가장 맛있는 것이 무늬오징어이다.

식감은 한치같이 부드럽고 맛은 달다.

국내의 1/3 가격이지만 베트남의 물가에 비하면 비싼 무늬오징어 두 마리와

식감과 회맛이 좋은 다금바리를 닮은 베트남 자바리 한 마리를 샀다.

숙소에서 무늬오징어는 데치고 자바리는 회를 쳐서 옆방 친구들을 불렀다.

무늬오징어는 단맛이 적고, 붉은빛을 띤 자바리 회는 질기고 구수한 맛이 없었다.

동남아에서는 회를 먹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검증했고

한국의 양상추처럼 사각사각 식감이 좋은 상추가 역시 맛있다는 것만 재확인했다.


베트남의 두루마리 휴지에는 심이 없다.

두루마리 휴지를 고리에 걸어 둘둘 말아 편리하게 사용해야 하는데

심이 없으니 한 손으로는 풀고 한 손으로 말아 사용해야 하니 많이 어색했다.

이럴 바에야 곽휴지처럼 층층이 쌓아서 사용하도록 하는 것이 편하지 않을까?

그리고 심이 없는데 휴지를 처음에 감을 때는 어떴게 하지? 궁금하다.


베트남식 비데는 특별나다.

이런 형의 비데는 동남아 여러 나라와 유럽, 남미에서도 사용한다.

베트남은 아마도 프랑스 식민지 시대 때 사용하던 방식을 그대로 물려받은 것이 아니었을까?

이전에는 '괴상한 것이 옆이 있구나'라고 무시했다.

비데 사용에 익숙해졌고 이번에는 장기간 머물러야 하니  사용해 보기로 했다.

문제는 수압과 방향 조절이다. 처음 시도 때는 물을 뒤집어썼다.

두 번째부터 요령이 생겼고 사용이 편해졌다.

집집마다 수도 배관만 하나 빼놓으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겠다.

'구태여 별도 최신 비데를 설치해서 전기사용을 늘리고 몇 년마다 새것으로 교체해야 하는

수고와 비용을 들일 필요가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이번에는 수도 배관에서 바로 빼내는 방식의 비데가 설치된 다낭이 승이다.

왼쪽은 우리가 평소 사용하는 별도의 비데, 오른쪽이 수도 배관에 직접 꼭지를 달아서 사용하는 베트남식 비데. 어느 것이 효율적일까?


요즈음 국내에서는 택시호출 앱을 사용하지 않으면 택시를 타기 어렵다.

저마다 앱으로 호출하니 빈 택시가 지나가더라도 예약표시등이 켜져 있다.

다낭에서도 그랩 앱을 사용해서 빈 차를 부른다.

그랩에서 고객은 각기 다른 요금을 제시하는 차 중에 싼 택시를 선택할 수 있다.

고객 입장에서는 그랩  방식이 더 좋다.


다낭의 쌀국수 식당은 운영방식이 아주 간단하다.

쇠고기와 사골뼈에 자신들만의 여러 가지 재료를 넣어 육수를 만든다.

주문에 따라 추가되는 편육과 고명만 차이 날 뿐 동일한 육수와 야채가 사용된다.

그래서 식당차림  준비가 매우 간단하고 심한 노동력 가중도 없다.

아침에 문 열고 준비한 재료가 동이 나면 문을 닫는다.

쉽게 식당을 운영할 수가 있고

식당 수입은 가족이 먹고  살 정도이면 되고

큰돈 벌 욕심을 내지 않는다.

부지런한 아내가 쌀국수를 팔고 남편은 가게에 물끄러미 앉아있다가

가끔씩 손님에게 깜온, 감사하다는 인사만 건네면 된다.


분재는 화분에 나무를 심어 난쟁이로 자라게 하는 것이다.

나무 종류는 여러 가지가 있겠으나

우리나라에서는 주로 소나무를 심어 일 년 내내 푸른 잎을 감상하고

강직한 침엽과 거칠게 갈라진 소나무 껍질을 통해 남성적인 기상과 힘에 매료된다.

베트남식 분재는 크기와 모양이 다르다.

1미터 안쪽의 우리 분재와 달리 베트남 분재는

2미터 크기라서 거실보다는 정원에 두고 감상해야 제격이다.

분재 속 분토가 오래되어 미량요소가 부족할 때 화분을 갈아주어야 하는데

이 정도의 크기이면 여러 명의 남자가 힘을 합쳐야 화분갈이가 가능하겠다.

돈 많은 부자나 권력세도가나 분재를 즐길 수 있지 일반 가정에서는 엄두도 못 낼 호사로운 취미이다.

우리는 분재에서 호쾌하고 장엄한 정취를 느끼게 하는 곧게 뻗은 줄기의 선과

천에의 절벽에 매달려 수피가 벗겨져 하얗게 죽은 줄기와

살아있는 줄기가 공조하며 살아가는 모습에 매료된다.

베트남 분재는 나무의 연륜과 중후함보다는 여러 나무가 바위와 얽혀있는 기기묘묘한 모습을 선호한다.

더불어 도교의 영향을 받은 듯 세속을 떠나 자연 속에 묻혀 사는

한가로운 선인들의 모습을 이상적 삶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모습이다.

중후하고 남성적인 기상을 즐기는 한국의 분재(아래)와 달리 여러 나무와 바위가 얽혀 있는 베트남의 분재(위)에서 느끼는 감상은 전혀 다르다.

우리나라 종은 항아리 단지와 같은 모양을 가지고 있다.

종의 표면에는 비천문과 같은 섬세한 그림이 그려져 있고 글씨가 새겨져 있다.

종을 매다는 곳은 용이 새겨져 고리로써 한 마리 용, 외용이다.

베트남 종은 와인잔을 엎어놓은 듯 좁고 길고 두 마리 용, 쌍용 고리를 사용해서 종을 매단다.

우리 종은 용 고리 옆에 소리가 잘 울리도록 용통, 즉 대나무 모양의 울림통이 있다.

베트남 종은 울림통은 없고 종의 끝에 받침대가 있어 안정감을 주는 듯하다.

하지만 바닥에 세워두지 않고 공간에 매달아 쳐서

소리를 울리게 하는 기본적 기능을 생각할 받침대는 불필요해 보인다.

울림통이 있는 우리 종의 울림이 더 오랫동안 애절하게 들릴 것 같다.

안타깝게도 우리  종도 후대에 와서는 용통이 없어지고 쌍용 고리로 바뀌었다.

왼쪽은 경주 박물관이 소장하고 있는 에밀레종, 오른쪽은 다낭 바나힐 사원에 설치된 베트남 종


우리나라 사찰의 가람은 일주문, 천황문, 금당, 관음전, 명부전 순으로 배치되어 있다.

신성한 절에 들어가기 전에 세속의 번뇌를 깨끗이 씻고 한마음으로 진리의 세계로 들어서라는 일주문.

마귀를 밟고 칼을 잡고 튀어나온 눈과 치켜뜬 눈썹 등의 험악한 표정의 사천왕이 경호를 서있는 천황문.

넓은 마당에 석등과 탑이 서있는 큰 건물 안에 부처님을 모신 가람의 중심인 금당.

살아있는 중생을 구원하는 보살로 불교신자들이 가장 많이 염불하는 나무관세음보살을 모신 관음전.

저승세계에서 중생을 구원하는 지장보살을 모시는 명부전을 배치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베트남 절은 특정한 가람 배치 기준이 없는 것 같았다.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후에의 유명 사찰과 다낭의 영흥사를 방문했을 때도

내부에 법당을 꾸밀 수 있을 정도의 커다란 탑신이 서 있었고 절은 여기저기 산발적으로 배치되어 있었다.

우리 절의 법당에는 석가모니불, 비로자나불, 아미타불이 극진히 모셔져 있다.

법당에 모신 부처님에 따라 각각 대웅전, 비로전, 무량수전(또는 극락전)이라고 구분해 부른다.

베트남 절에는 부처님 한분만 모시지 않고 다양한 신들을 함께 모시는 여러 제단이 마련된다.

달마대사가 부처님 앞에 떡허니 모시고 있고  심지어는 손오공도 신의 반열에 올라 함께 모시고 있다.

복을 줄 수만 있다면 소설 속 인물이든 뭐든 상관없이 모시고 복을 기원하는 것이

베트남의 종교 방식인 모양이다.

법당 내에는 여러 신들이 모셔져 있고 부처님 앞에서 달마대사가 주인 역할을 한다. 소설속 손오공도 신의 반열에 들어가 베트남 사람들이 복을 기원하는 대상이 되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상권이 중요하다.

장사로 돈을 벌려면 위치선정이 중요해서 임차료가 비싸더라도 중심상권에 가게를 얻고자 한다.

베트남에도 대로변에 큰 상가들이 줄지어 있지만 카페나 쌀국숫집이 없는 골목길은 없다.

좁은 골목길을 따라 걷다가 보면 카페와 식당이 빠짐없이 있다.

목욕탕 의자와 같은 앉은뱅이 의자에 앉아 먹어보면 그 맛도 훌륭하다.

대로변이든지 뒷골목 작은 가게이든지 맛은 저마다 빠지지 않는다.

다만 메뉴판의 음식 종류가 많냐 적냐만 차이가 난다.

실제로 여러 차례 좁은 골목길을 둘러가서야 이름난 맛집을 찾을 수 있었다.

미꽝의 맛집 누도는 골목 안 가정집을 개조해 자신들만의 맛을 선보이고

반쎄오 맛집은 골목 안 끝집에 자리 잡고 있는데도 찾는 이가 많아 줄을 서야 했다.

사람 둘이 겨우 지나갈 수 있는 골목길을 지나서 호이안 쌀국수 맛집을 찾았다.

베트남에서는 음식 대부분이 우리 입맛에 맞고 어디서 무엇을 먹든지 간에 맛집으로 등록될 수준이다.

그러니 베트남에서는 음식 선택에 대한 고민을 하지 말고

골목길, 대로변 상관없이 눈에 띄는 식당이 있으면 주저 없이 들어가서 음식을 먹어보라.

결코 실망하는 경우는 없을 것이다.

그리고 딸이 묵었던 호텔 옥상위 풀장에서 수영을 하며 내려보았더니

좁고 복잡해 보이는 골목길도 다 바둑판처럼 반듯반듯하게 계획적으로 배치된 이동통로이었다.


살펴본 것과 같이 다낭에는 우리와 다른 것들이 많다.

불편하고 이질적이라는 편견을 가지기보다는

이 도시의 형편과 문화를 기꺼이 수용하고 따를 때 여행의 재미가 커진다.

입맛에 안 맞는다고 내치기보다는 묘한 맛, 식감과 향기를 즐기는 편이

글로벌한 지구인이 되는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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