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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Dec 06. 2023

다낭, 맛있게 먹고 살 안 찌는 도시

다낭 여덟 번째 이야기

오늘까지만 먹고 내일부터 다이어트,

맛있는 것 먹으면 제로 칼로리,

맛있는 것은 못 참지 등의 미사여구로

음식에 대한 주체 못 하는 식탐을 변명한다.

정말 식욕은 그 누구도 못 말린다.

오죽했으면 먹은 것을 토해 내고 다시 먹고

먹기 위해 위 축소 수술까지 받을까?


식도락은 현대인의 가장 큰 위안이고 즐거움이지만

먹으면서도 살이 찔까 두렵다는 고민이 늘 함께 한다.

이번에 다낭에서 만난 베트남인 중에는 비만한 이가 하나도 없었다.

이곳에서는 먹는 것마다 다 맛있고, 종류가 다양해서 아직 먹어보지 못한 것이 많다.

이 많은 맛있는 음식을 매일 먹는 이 사람들은 어떻게 날씬한 몸을 유지할까?

실제로 다낭에 있으면서 맛집들을 찾아다니며 배부르게 먹었지만

체중은 오히려 조금 줄었다. 어찌 이럴 수 있을까?


일단 내가 먹어본 베트남 음식을 소개하고

날씬한 몸매유지도 생각해 보자. 


베트남 음식은 크게 면류, 쌀밥, 소스, 디저트로 구분된다.

먼저 류는 면발의 종류에 따라 넓적한 쌀국수 퍼, 일반국수 면발의 분,

당면과 비슷하게 생긴 후 띠에우, 라면 면발의 미로 나뉜다.

똑같은 소고기 국물 쌀국수라고 해도 퍼 보, 분 보, 후 띠에우 보, 미 보라고 다르게 부른다.

조리방법에 차이가 나는 것이 아니라 면발이 다른 것을 사용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처음에는 입간판마다 명칭은 다른데 똑같은 쌀국수를 팔고 있어서 헷갈렸다.

오징어 쌀국수, 게딱지 쌀국수, 갈비 쌀국수, 곱창  쌀국수 등을 먹었는데

갈비와 곱창 쌀국수가 맛있었다.

영양가를 생각한다면 염소 고기와 채소, 쌀국수를 뜨거운 국에 데쳐 먹는 염소 쌀국수도

먹어 볼 만하다. 물론 소고기 국물을 기본으로 하고 있어서 국물이 시원하다.

매운 것을 원하면 훠궈 국물을 요구하면 된다.

염소 쌀국수는 채소 염소고기 쌀국수가 따로 나와서 팔팔 끓는 육수에 데쳐 먹는 방식이다. 유명 체인점에서 먹은 아래 소고기, 곱창 쌀국수의 맛은 좋았다. 우리 입맛에 딱 맞았다.


껌은 쌀밥을 지칭한다.

우리가 맛없는 쌀이라고 인식하고 있는 안남미를 제일로 친다.

향신료를 넣고  찌거나 볶음밥을 만들 때 맛있게 잘 볶아지는 길쭉한 쌀을 좋아한다.

찰진 쌀은 빵이나 떡을 만들 때나 사용하지 밥을 짓는 데는 사용하지 않는 하급품으로 친다.

마늘, 계란, 당근 등을 넣고 볶은밥을 껌장이라고 한다.

필리핀식의 맛있는 마늘 볶음밥을 기대했는데, 여기서도 주로 흰밥을 먹는 것 같다.

껌땀은 베트남식 백반정식이다.

안남미를 도정하는 과정에서 생긴 부서진 쌀을 모아서 쪄낸 서민들이 먹던 밥이다.

경제 사정이 좋아지면서 계란, 닭다리, 소고기, 돼지고기가 곁들여져

각종 채소와 함께 먹는 백반정식으로 자리매김했다.

도정  기술이 발달한 이후로는 일부러 안남미를 부수어 밥을 짓는다고 한다.

가난했던 눈물의 밥이라는 의미를 체험하는  시도를 할 수 있다.

숯불구이는 맛있지만 그다지 추천을 할 수는 없다.


피시소스라는 영어식 이름으로 알려진 느억맘은 생선을 소금에 절여 만든 액체 젓갈이다.

고추 마늘 등 양념을 넣어 만들어서 우리의 입맛에도 잘 맞는다.

느억맘에 깔라만씨, 고추와 설탕을 넣어 만든 느억쩜,

새우젓의 일종으로 특유의 강한 냄새가 나서 호불호가 갈리는 맘똥.

이 세 가지가 간을 맞추고 음식의 풍미를 더해주는 베트남의 소스다.


쌀가루로 찌거나 부쳐서 만든 빵이나 케이크를 반이라 부른다.

반미, 반쎄오, 쌀가루를 펼쳐서 쪄낸 라이스페이퍼 반짱,

방금 만든 반짱에 간 돼지고기나 새우, 목이버섯  등을 넣고

살짝 펼친 다음 접어서 내놓는 반꾸온 등이 여기에 속한다.


반쎄오.

우리나라 가정에서 전을 부치듯 묽은 노란색 쌀반죽을 프라이팬에 붓고

콩나물과 몇 가지 야채, 돼지고기 또는 소고기와 새우를 넣고

반달모양을 부쳐낸 것을 반쎄오라고 한다.

얇은 반짱에 상추와 야채를 깔고 반쎄오 반쪽을 얹은 다음

그 위에 채로 썰어놓은 새콤달콤한 무, 슬라이스 오이 등을 추가해서 땅콩소스에 찍어 먹는다.

쌀가루 부침의 바삭거림, 야채의 사각거림, 기름진 고기와 소스의 풍미를 함께 즐길  수 있다.

그냥 맛있다. 전혀 부담감 없이 먹을 수 있다.

나는 딸과 함께 시내 골목끝집에 위치한 맛집을 찾아가서 먹었다.

반쎄오만 파는 집인데 큰 식당에 자리가 없을 정도로 붐볐다.

그 후로도 여러 다른 식당에서 먹어 봤는데, 다 맛있어서 어디에서 먹든 실패가 없었다.

짜조, 월남쌈, 닭꼬지, 새우를 넣은 튀김만두, 반짱에 반쎄오와 야채를 넣고 싸서 느억맘에 찍어 먹는다.

분짜.

숯불에 구운 완자와 돼지고기 삼겹살을

새콤달콤한 소스에 적신 쌀국수, 야채와 함께 먹는다.

우리나라에서 냉면 위에 구운 등심  한 조각을 얹어 먹는 맛이라고 할까?

베트남에서 대중적으로 싸게 먹는 분짜는 맛의 조합이 끝내준다.

우리의 냉면 위 등심보다 흘씬 맛있다.

말로만 많이 듣고 이번에 처음 먹어본 분짜의 맛에 반했다.


짜조.

베트남 설날에 먹던 음식 중 하나로

반짱향채를 포함한 여러 야채와 다진 돼지고기, 새우, 게살을 넣고 말아서

기름에 튀긴 베트남의 만두 일종. 우리가 아는 춘권이다.

고기와 새우만을 넣어 튀긴 것도 있다.

튀기지 않고 생것을 돌돌 말아 싸 먹는 것을 고이꾸온이라고 하는데

우리나라에서 그냥 월남쌈이라고 부르며 자주 먹어 보았던 것이다.


미꽝.

자작한 국물에 넓고 굵은 면의 국수와

검은깨를 넣어 고소한 쌀가루 튀김을 부수어 함께 넣고

야채, 새우, 돼지고기와 비벼 먹는 면요리다.

볶은 땅콩이 곁들어 있어 고소한 맛이 추가된다.

호텔에서 가까운 골목길 면전문 집에서는 아침시간에만 미꽝을 집중적으로 판다.

만만한 반미보다 싼 1.5동에 파는 것이라 사람들이 줄을 서서 먹는다.

미꽝 맛집 누도 마스터셰프 국숫집은 여러 개의 골목길을 돌고 돌아가서 겨우 찾아냈다.

소고기, 치킨, 생선 미꽝을 선택할 수 있었는데, 특히 소고기 미꽝이 맛있었다.  

이 집만의 비법 소스와 깔라만씨 반쪽을 짜서 뿌리고 비벼먹으면 그 맛이 특별하다.

이 집은 다낭 전역에서 찾아오는 맛집이라, 딸과 나는 식당문을 여는 아침 9시에 찾아갔다.

주인이 어디서 왔는지? 묻고 어떻게 먹는지 방법을 가르쳐 주고

찾아주어서 감사하다는 얘기를 했다.

음식에 대한 자부심이 보이는 당당함이 보기 좋았다.


닭고기 숯불구이.

날개와 닭발, 돼지갈비, 새우 등을 숯불에 구워준다.

부부같이 보이는 식당주인인 남편은 종일동안 숯불 앞에 앉아 고기를 굽고

아내는 주문을 받고 서빙을 했다.

숯불구이는 우리나라에 있지만 그 맛은 달랐다.

온전한 숯불구이 맛이 어떤지 먹어봐야만 안다.

맛이 좋아 그랩 타고 두 번 그 집을 찾아가서 먹었다.


째.

베트남식 빙수로 연유와 콩물을 섞어만든  달콤하고 묽은 죽이다.

잴리, 팥, 콩, 코코넛, 두리안 등 다양한 재료의 맛을 압축하여 달고 단 덩어리를 만든다.

푸딩 같은 걸쭉한 덩어리가 핵심인데 기본적인 묽은 죽과 섞어 먹는다.

푸딩의 선택에 따라 째의 이름이 붙여진다.

째는 따뜻하다. 차게 먹으려고 째다고 하면 얼음이 따라 나온다.

나는 콩 째를 주문해서 얼음을 넣어 차갑게 먹었다.

그 맛과 부드러움에 반했다. 놀라웠다.

필리핀의 대표적 빙수로 알려진 할로할로는 여러 과일과 아이스크림을 넣어 만들지만

베트남 째의 재료는 지극히 단순하지만 맛이 훨씬 뛰어나다.


코코넛 커피.

베트남 커피의 맛과 향은 좋다고 알려졌다.

수십 년 동안 커피를 마시지 않다가 최근에 커피를 마시기 시작한 나에게

순수 커피는 맛이 쓰기만 해서 특유의 맛과 향을 즐기기가 어렵다.

그래서 선택한 것이 코코넛 커피다.

얼음과 코코넛을 갈아서 미리 연유를 부어놓은 유리잔에 넣은 뒤

에스프레소를 붓고 말린 코코넛 칩을 토핑 해서 준다.

빨대와 함께 나온 스푼으로 커피, 연유, 간 얼음을 잘 섞어 마시니

커피의 맛이 달콤하고 깊게 느껴졌다. 맛이 훌륭했다.

연유를 넣어 부드러워진 맛은 블루베리 주스를 마실 때도 같은 느낌이었다.

베트남에서 먹는 블루베리 주스는 지금껏 마셔 온 블루베리 주스 중 최고의 맛이다.

코코넛 커피, 에그 커피, 기본 계란 푸딩에 바나나 망고 용과와 여러 견과류 위에 코코넛을 얹은 디저트


에그 커피

딸이 주문해서 나온 에그 커피는 계란 노른자를 사용한 베트남 특유의 커피 메뉴다.

종업원이 테이블에 올려줄 때 시선을 주목했다.

커피 잔이 예뻤고  맛이 어떨까 궁금증을 갖게 했다.

커피 이름을 듣고서야 고개를 끄덕였다.

하노이의 한 카페가 원조라고 하는데, 그 맛은 아직 알 수가 없다.

기본 에스프레소에 노란 계란을 붓고 계핏가루를 뿌린 것 같다.

다음에 시도해 봐야겠다.

소금 커피도 있던데  맛이 어떨지 모르겠다.

세상의 맛있는 맛을 모르고 살아간다는 생각이 들어 최근에 시작한 커피.

지금까지 한 열 잔은 마신 것 같다. 강한 커피는 쓰기만 하다.

그러니 아직 정확한 맛을 모른다.


지금까지 베트남에서 먹어본 음식과 후식들을 다 나열했다.

특별한 맛집이 아니라 어느 식당에 들어가서 주문을 하더라도 배신당할 걱정이 없다.

맛집이라고 해서 음식 맛이 뛰어난 것이 아니라,

특별히 몇 가지 음식만 집중해서 판다고 생각하면 된다.

그러니 고민하지 말고 발품 팔아 찾아가지 말고, 근처에 있는  아무 식당에나 들어가면 된다.

다 맛있다.


딤섬을 잘한다고 해서 찾아간 숙소 근처 식당은 12시가 되어야 딤섬을 주문받는다고 했다.

발길을 돌리는데 길가 인도에 많은 사람들이 쪼그려 앉아 비빕 쌀국수를 먹고 있었다.

호기심에 주문해 먹었더니 맛이 좋았다. 나중에 알고 보니 그 이름이 미꽝이다.

며칠 후, 숙소에서 만난 친구 둘과 그 식당을 찾아가서 미꽝 세 그릇을 주문했는데

그 가격이 4만 5 천동이었다. 1인당 8백원하는 쌀국수를 맛있게 먹었다.

그리고 길건너에서 파는 코코넛 커피 1잔, 소금 커피 2잔을 4만 5 천동에 주문해서 마셨다.

세 명이 아침 먹고 커피 마시는데 10만 동도 들지 않았다.

우리 돈으로 만원도 안 되는 금액으로 맛있는 쌀국수를 먹고 커피를 마셨다.

비빕 쌀국수와 커피 맛이 정식 식당이나 카페에서 먹는 것과 다르지 않다.

다 맛있다. 장소만 다를 뿐 맛은 다 훌륭하다.


마지막으로 일식 뷔페식당을 갔다.

1만 8천 원으로 먹을 수 있는 뷔페의 음식  맛과 질을 믿을 수 없어서 뷔페식당을 가는 것을 망설였다.

더운 나라에서 회를 잘못 먹으면 식중독이 걸려 고생을 할 것이라는 의심을 품었다.

다른 식당을 찾아가다가 들린 일식집은 외관과 달리 사람들로 복잡했다.

두 개의 테이블이 놓인 3층 방에서 주문한 뷔페의 메뉴는 다양하고 정갈했다.

주로 연어 회를 주문하고 초밥과 초조림  푸른 생선회를 곁들여 먹었다.

우려와는 달리 회는 안전하고 맛이 좋았다.

연어 회는 구수하고 감친  맛이 났다.

연어 회만 10 접시 이상 주문해서 먹었다.

정말 맛있었다. 일찍 찾아오지 않은 것을 후회할 정도로.

뷔페식이지만 직접 가서 음식을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 주문한 음식을 다 먹고 추가 주문하면 

식을 가져다주는 방식이라 편하게 앉아 마음껏 먹을 수 있었다.

연어 회로만 배부르게 먹고 마지막으로 계란말이로 정리했다.

역시 일본식 계란말이답게 계란 속에 게살과 날치알을 놓아 맛의 수준이 높았다.

한 두 끼를 먹지 않고 가야 여러 종류의 고기와 해산물을 구워 먹고

볶음밥과 다양한 다른 음식을 다 맛볼 수  있을 것 같다.

기대 이상으로 맛있었다. 종류대로 다 먹어보지 못한 것이 아쉽다.

가짓수는 적지만 한국의 호텔 뷔페보다 흘씬 맛이 좋았다.


이제 맛있게 먹고도 살 안 찌는 것에 대해 생각해 보자.

실제로 베트남은 세계에서 비만율이 가장 낮은 나라다.

역사상 북쪽과 접한 남중국의 영향을 받아 광동 요리와 비슷하고

프랑스 식민지배를 받아 프랑스 요리 기법도 융합되었다.

남중국과 프랑스의 영향을 받아 담백한 음식을 먹는다.

베트남 땅의 절반이 해안과 접하니 자연스럽게 육류보다는 수산물 비중이 높다.

베트남 음식은 채소와 함께 먹지 않으면 식사를 하지 않은 것 같다고 할 정도로 채소 중심의 식단이다.

그래서 1990년대 우리나라에서 웰빙 붐이 일어났을 때

베트남 음식은 건강한 음식이라는 이미지가 붙게 되었다.

샤부샤부집에서 베트남 식으로 데친 야채와 고기를 라이스페이퍼에 싸 먹으면

건강을 먹는 듯한 기분이 든다.


베트남 사람들은 소식한다.

쌀국수의 가격도 15K, 20K, 30K,  40K로 구분하여 양을 조절한다.

싸게는 8백 원  정도로 식사 한 끼를 해결한다.


결국 맛있게 먹으면서도 살 안 찌는 방법은

야채 위주로 싱겁게 적게 먹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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