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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영 Jul 19. 2024

호랑이 한 마리

비 오는 날, 내원사에서(1)

비 오는 날

우산을 받쳐 들고 양산 내원사를 찾았다.


며칠째 오락가락하는 장맛비로

계곡물은 풍부한 수량으로 하얀 포말을 일으키며 흐르고

우중이라 찾는 이가 없는 호젓한 산사는 침묵 속에서 이방인을 맞이했다.


화려한 단청으로 단장한 대웅전에서 부처님께 일 배 하고

처마 끝에서 떨어지는 빗물에 의해 마당이 파이는 것을 막기 위해 펼쳐놓은

빗물에 씻긴 조약돌을 살펴보기 위해 허리를 굽혔다.  

다행히 처마안이라 빗방울이 몸을 젖시지 않았다.


각양의 모습과 석질이 제 각각인 조약돌 속 유독 개의 돌이 눈길을 사로잡았다.

엄지손가락만 한 조약돌 속에

한반도에서 사라져 버린 호랑이가 살고 있었다.

흰구름이 휘날리는 높은 산 위에서

호랑이 한 마리가 먼산을 향해 포효하고 있었다.


3.4cm * 1.3cm.  양산 석남사에서 채석


우리가 정성을 가지고 관심만 기울이면

작은 돌 한 조각에서도 새로운 세계와 이야기를 발견할 수 있다.     

호랑이를 담고 있는 수석.

얼마나 귀한 만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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