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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초코숲 Jun 01. 2023

추가 시간

지난 연말, 집에 들여온 일력의 첫 장을 뜯으며 충분히 남아있는 날짜에 안심했었다. 이제 6장을 더 넘기면 한때는 절대 다가오지 않았으면 하는 날. 바로 회사로 돌아가는 날이 된다.


운 좋게 복직 날짜가 조금 연기된 것이긴 하다. 자동차 사고 덕분(?)에 2주간 다른 사유로 병가를 낼 수 있었고, 연이어 현충일이 있었다. 남은 1주일은 축구로 치면 추가시간과 같다. 정규시간 때 1분 1초보다 훨씬 시간의 무게감이 큰 것처럼, 한때는 무의미하게 흘려보내기도 했던 하루하루가 무척 소중하다. 아무리 피곤해도 6시만 되면 눈이 떠진다. 이전처럼 졸린데 자지 못하는 불면증 느낌은 아니다. 조금이라도 시간을 더 길게 보내고 싶은 마음의 움직임이라는 생각이 든다. 


돌아가도 괜찮을지 수시로 몸과 마음을 점검해 본다. 마음은 꽤나 안정적이다. 다시 우울증 테스트를 했을 때, 분명 작년과 같은 질문인데 전혀 다른 답변을 체크하고 있었다. 1년 만에 생각이 이렇게 달라지는지 신기하다는 말에 의사 선생님은 "사실은 그때 꽤나 중증인 상황이었다"라고 맞장구치며 미소를 지었다. 한 때 회사를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 찬 적이 있었는데, 그때 본 많은 정신과 관련 콘텐츠에서 퇴사만은 극구 만류한 까닭이 이제야 이해된다.


반면 몸은 아직 마음의 회복속도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가슴이 답답한 증상은 빈도와 강도는 약해졌지만 여전히 드문 드문 나타난다. 카페인과 알코올은 아직도 전보다 훨씬 적은 양만으로도 상태를 오락가락 만들고 있다. 머리도 몸도 좀처럼 개운하지 못하다. 감히 증상을 스스로 진단하면, 우울에서는 벗어 낫으나 작년 상황이 준 불안과 트라우마는 여전히 남아있나 보다.


회사로부터는 나름 배려를 받아, 연차에 비해 난이도가 그렇게 높지 않은 업무에 배치된다는 연락을 받았다. 소식을 들은 회사 사람들로부터는 '부럽다'는 말도 꽤나 들었다. 외부에서 보는 것이 실제로 맡았을 때와 다를 수 있다는 건 경험했다. 그래도 걱정과 위로보다 부러움을 받는다는 건 좋은 소식이다. 


지금은 요가원 근처라 매일 지나치면서도 들어가 보지 못했던, 분위기 좋은 카페를 찾아 시간을 보내는 중이다. 한동안 물 쓰듯이 썼던 1분 1초의 소중함과, 지금 이 순간이 주는 안정에 집중한다. 눈앞에 흐르는 강물처럼 붙잡을 수 없는 시간을 천천히 음미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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