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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민트초코숲 Jun 02. 2023

돈 안 내면 음식 안(못) 먹는 더치페이 논쟁


"학생 5명이 식당에 앉아있다. 4명은 음식을 먹고, 한 명은 그저 쳐다만 보고 있다."


재미있는 기사를 보았다.  MZ세대 (정확하게는 현재 20대 이하)의 더치페이 방식을 소개하는 기사. 주어진 상황에 대해서 30대 이상은 '정이 없다'는 반응을, 20대 이하는 '의견의 존중'이라는 반응이 대부분이라고 한다. 어지간하면 요즘 것들의 입장과 가까운 90년생 밀레니얼 끄트머리 세대에게도 이번만큼은 불편함이 앞선다. 


조금 이상하다. 아무리 그래도 친구끼리 음식 하나 나눠먹지 않을 정도로 박하진 않을 것이다. 뭔가 다른 이유가 있으리라는 생각에 조금 더 그들의 입장이 되어보고자 했다. 역시나, 틀림이 아닌 다름의 문제였다. 선택에 대한 자유를 나눔의 정보다 먼저 생각한 결과이다.



잠깐 주제를 바꿔, 한 때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혼밥'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이 문제에 대해서도 세대에 따라 주된 반응은 달라질 것이다. 어떻게 혼자서 밥을 먹을 수 있냐며 이해를 하지 못했던 기성세대에 대해, 각자 원하는 사람과 원하는 것을 먹을 수 있다는 자유가 있다는 젊은 세대의 항변이 있었다. 분위기가 전부 바뀌었다고 보지는 않지만, 적어도 혼밥 자체를 이상하게 여기는 것은 많이 달라졌다고 생각한다. 


혼밥에 대한 생각을 조금 더 넓힌다면 지금의 MZ 식 더치페이에 대해서 보다 열린 마음을 가질 수 있다. 음식을 먹지 않는 친구에게는 두 가지 기호가 있다. 1) 지금 친구들과 교류하고 싶다 와 2) 그 음식을 먹고 싶지는 않다. 지금까지는 기호 1)을 위해서 기호 2)를 포기하는 상황이 많았다. 별로 좋아하지 않지만 다수에 따르기 위해 먹은 경험은 누구나 있을 법하다. 물론 한 친구를 배려해서 다른 음식을 먹을 수도 있으나, 이는 또한 그 음식을 먹고 싶은 4명의 희생이 필요하다. 이렇게 상황을 해석하면 원하는 사람만 먹고, 먹는 사람만 돈을 내는 행위는 모두의 선호를 존중한 결과로 바라볼 수 있다.



그런데, 아직 찜찜하다. 모두가 원하는 대로 했다는 것은 이해하겠는데, 그래도 '밥을 못 먹게 한다'는 사실이 여전히 마음 한편에 남아있다. 아마 밥을 못 먹는 상황에 대한 견해 차이도 지금의 사례가 논쟁이 되는 것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밥을 못 먹는다'는 것은 적어도 우리 세대가 자라면서까지는 굉장히 불행한 것으로 비쳤다. 실제로 예전에는 밥을 굶는 집이 부지기수였고, 그렇지 않은 집에도 관련된 이야기를 주변에서 자주 접할 수 있었다. 인간의 기본적인 욕구인 식욕을 채우지 못하는 상황. 민감할 수밖에 없다.


반면에 지금은 '밥을 안 먹는다'는 관점이 상대적으로 우세할 것이다. 물론 아직도 가정형편이 어려운 사람은 많다. 다만 사회전반적으로 풍요로워진 것도 사실이다. 온갖 건강프로그램이 문제 삼는 것이 영양실조인지, 비만인지를 생각하면 쉽게 답이 나올 것이다. 그런 세상에서 자란, 아마 Z세대나 알파 세대로 불릴 이들은 굶는다는 것을 과거 세대에 비해 심각하게는 받아들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아마 진짜 돈이 없어 음식을 못 먹는 친구가 있다면, 그들도 대부분 기꺼이 같이 음식을 먹을 것이다. 




평소 접하는 세대 갈등 사례에서는 대부분 '젊은 쪽' 의견이었는데, 이번에는 '나이 든 쪽'의 의견으로 바라보다 보니 더 많은 생각이 필요했다. 그동안에는 '모두를 이해하지만, 지금은 이 쪽이 맞다'는 입장이었지만 이번엔 아예 한쪽 입장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사례를 접했다. 나이가 들면서 지금과 같은 상황이 더 자주 발생할 것이다. 감정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기에 더욱 신중하게 생각해야겠다. 모든 세대 갈등을 해결하기 위한 실마리, '틀림'이 아닌 '다름'으로 바라보면서 말이다.



기사출처 : 조선일보 - 식당 갔는데 한 명이 돈이 없는지 안 먹겠다면... MZ세대 더치페이 논쟁

 https://www.chosun.com/national/national_general/2023/05/30/ZVPTJHFYZBEDTDFFRBQK3HKCZ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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