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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 J Jul 27. 2024

미스터 블룸을 소개합니다

율리시스 에피소드 4


1904년 6월 16일 오전 8시

Leopold Bloom’s 7 Eccles Street, Dublin



드디어 주인공 리오폴드 블룸이 등장하는 에피소드이다. 아침 8시 아침식사를 준비하는 블룸. 빵에 버터를 바르고 찻물을 올리면서 마음은 콩팥에 가 있다. 목요일이라 버클리네서 양고기 콩팥을 사 먹기는 그렇고 들루개스 정육점에서 돼지 콩팥을 사는 게 낫겠다. 지글지글 녹는 버터에 후추 한 꼬집! 블룸은 가축과 가금류의 내장을 즐겨 먹었다. 걸쭉한 내장 수프, 견과맛 나는 모래주머니, 속을 채워 구운 염통, 바삭한 빵가루를 씌워 튀긴 간, 대구 알 튀김, 무엇보다 미세한 소변향이 입천장을 자극하는 구운 양고기 콩팥을 좋아했다.


찻물이 끓을 동안 마른 입을 달고 정육점으로 행차한다. 실에 감긴 소시지, 희고 검은 훈제 소시지, 고기소로 꽉 찬 번들 소시지가 시선을 살찌웠고 익힌 돼지선지 냄새가 미지근하게 떠다녔다. 핏방울이 스며난 콩팥이 딸랑 하나 남았다. 그의 옆에는 옆집에서 일하는 여자애가 쇼핑리스트를 손에 들고 서 있다. 세탁 소다로 거칠어진 손. 그녀는 데니 브랜드 소시지를 주문한다. 활기 있는 골반. 튼실한 팔. 정육점주의 소시지핑크 손가락이 자른 고급 소시지를 챙겨 들고 그에게는 본체만체 정육점을 나선다. 따라가서 뒤에 걸으며 그녀의 엉덩이를 보며 걷고 싶은데 촉촉하고 연한 콩팥을 받아 들고 나오자 그녀의 모습은 사라지고 없다… 따스한 차향, 달군 팬과 지글거리는 버터, 몰리의 풍만하고 침대온기가 느껴지는 살 곁으로 고 고!

—Poldy! tea 좀 빨리 줘. 목말라 죽겠어.

—주전자 끓고 있어.

—끓는 물에 티포트부터 헹궈~

그는 헹군 티포트에 네 스푼 티를 떠 넣고 끓인 물을 붓는다. 티가 우려 지는 동안 숯불 위에 놓인 팬에 버터를 녹이고 사온 콩팥을 떨군다. 쟁반 위엔 이층으로 올라갈 아내 몰리의 브렉퍼스트. 버터 토스트 네 쪽, 설탕, 스푼, 크림, 티포트. 빠뜨린 건 없으렷다.


그녀가 몸을 일으키자 누워있던 몸의 온기가 쏟아지는 티의 향기와 뒤섞인다. 티스푼이 그리는 소용돌이에 멍울지는 크림과 설탕 한 조각. 한 모금. 한 잔. 티를 마시는 그녀와 그들 침대 위에서 목욕하는 님프의 아트 컬러가 오버랩된다. 머리카락을 늘어뜨리면 님프와 닮은 구석도 없지 않은 몰리. 오디세우스를 가둔 님프 칼립소. 그녀 섬의 세다우드, 타임허브향. 몰리에 매몰된 블룸. 오디세우스 블룸. 조이스의 스키마라고 한다.


—타는 냄새 나. 불 위에 뭐 올려놨어?

—콩팥!

흥분한 황새걸음으로 계단을 밟고 내려가 성난 연기를 내뿜는 팬 위의 콩팥을 뒤집는다. 휴, 조금밖에 안 탔다. 접시에 옮겨 담고 그레이비소스를 흘린다. 입 안 가득 쫄깃한 고기. 한 모금의 티. 소스에 적셔 먹는 빵. 1904년 6월 16일 폴디 블룸의 조촐한 조찬이었다.


포만감이 들며 장이 살짝 풀리는 느낌이 왔다. 자연이 부르는 시간. 일어나 바지 허리띠를 푼다. 신문. 그는 뒷간에 앉아 읽기를 좋아한다. 테이블 서랍에서 지난호 Titbits 잡지를 집어 들고 뒷문으로 나왔다. 좋은 아침. 그는 담장 옆에 가늘게 줄지어 선 스피어민트를 굽어보았다. ‘정원에 섬머하우스를 짓는 거야. 붉은 강낭콩. 미국 담쟁이덩굴. 곰팡이 딱지병이 생기지 않게 흙에 거름을 쫘악. 똥거름 없는 흙 위에 유황 농액을 한 꺼풀 씌우고. 음식물 쓰레기. 부식 옥토라는 게 뭐야. 옆집 마당의 암탉들. 걔네들 똥이 훌륭한 웃거름이지. 그래도 최고는 소똥. 특히 기름 짜낸 깻묵을 먹은 놈들이 주는 소똥 두엄이. 여성용 염소가죽 장갑을 닦는데도 그만이지. 더럽게 깨끗해져. 재도 비료가 되고 말고. 송두리째 개간해 볼까. 저쪽 코너에 완두콩을 길러보자. 상추도. 그러면 사시사철 신선한 채소가...’ 뒷간 가는 와중에 떠오른 상념치고는 꽤 쓸만한 토지 향상 계획. 하긴 같은 소재이다. 부엌이면 부엌, 정원이면 정원, 두루 굽어살핀 폴디는 뒷간문을 제대로 열어제켰다.


키드 염소가죽 장갑


뒷간씬. 순수문학의 배변씬 묘사 스캔들이라는 당시 뉴스 헤드라인을 상상해 봤다. 문학예술이 배설 작용을 이렇게 세부적이고 교감적으로 묘사한 적이 없었다. 1918년 율리시스를 연재하던 더 리틀 리뷰의 에디터, 에즈라 파운드는 교정 작업을 하며 이 부분을 삭제하자고 했다. 조이스, 오버야! 검열에 걸려 금지 먹는다고. 우리의 저명한 발행인을 감옥 보낼 순 없잖아. 독자들도 혼란스러워할 거네. 블룸의 시적 독백이나 주위 설정이 뛰어난데 배설물에 가려 빛을 잃는다고. 사실 도입부의 소변맛 콩팥도 껄끄러웠어. 자네 작품이 거장의 경지라는 걸 부인하는 바는 결코 아닐세.


변기통에 쪼그려 앉아 잡지를 펼쳐 들고 무릎 위로 페이지를 넘긴다. 매첨의 묘책, 팃비츠의 공모 당선작이라. 런던의 필립 보포이라는 사내가 당선료로 3파운드 13실링 6펜스를 받았다. 밑에 힘을 주며 조용히 첫 칼럼을 읽는다. 내놓고 힘주면서 두 번째 칼럼. 중간쯤 읽으며 다시 내놓고 장이 좀 풀리자 어제의 변비가 사라지는 듯하다. 너 변비는 카스카라 시그라다 한 알로. 인생이 그럴지 몰라. 감동까진 아니라도 짧고 깔끔하다. 아무거나 출판하는 실없는 시대여. 그는 계속해서 읽었다. 확실히 깔끔해. 시작과 끝이 도덕적이고. 손에 손 잡고. 스마트해. 그는 읽은 곳을 훑어 올라가며 이걸 써서 3파운드 13실링 6펜스를 받아낸 보포이를 부러워했다.


글쎄, 배변이 배변으로 끝난 것이 아니라 읽기와 쓰기가 함께 맞물려 갔다. 배설물과 인쇄물. 가장 높은 지적 활동이 가장 낮은 신체적 기능과 대화를 나눈다. 지극히 개인적이면서 지극히 보편적인. 쓰기에 부적절한 인간의 경험은 없다. 제임스 조이스는 율리시스를 육체의 서사라고 일컬었다. 영혼을 담고 있는 육체는 그 자체로 예술적 추구의 의미가 있었다.


팃비츠 매거진 & 커프에 적은 글


짧은 작품 하나 써낼 수 있을까. 미스터 앤 미시즈 블룸 공저로. 그럴싸한 이야기 하나 만들어보는 거야. 몰리가 옷을 입으면서 주절대던 걸 내 커프에 적어보던 때가 있었는데. 시간별로 문맥에도 맞지 않는 글을 무슨 에피퍼니처럼… 그는 보포이 단편의 절반을 찢어내어 밑을 닦았다. 스티븐이 교장 디시가 준 편지 밑동을 찢어 시 창작을 한 것처럼.


세인트 조지의 교회 종이 울렸다.

헤이호! 헤이호!

헤이호! 헤이호!

헤이호! 헤이호!

9시 15분 전. 대기를 뚫고 세 번 울려 퍼진다.

오늘 장례식이 몇 시더라.


St. George’s Church, Viewed from 7 Eccles Street
Images from JoyceImages & UlyssesGuide.com


P.S. 리오폴드 블룸은 더블린에 사는 38세의 광고 외판원입니다. 가톨릭으로 개종한 유대인으로 직업 가수인 아내 몰리와 이제 막 15세가 된 딸 밀리가 있습니다. 성격은 꼼꼼하고 검약하며 소심하고 순종적인 면도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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