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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블루검 Sep 15. 2024

저스틴 & 사만다

부동산 에이전트

에이전트는 누구로 할까 고민했다. 예전 아파트를 팔아주고 세입자도 봐주고 있는 리와 함께 하고 싶었지만 그녀는 이 지역 에이전트가 아니고 오가는 데도 시간이 걸릴 터였다. 할 수 없이 지역 에이전트들을 초대해 가능한 가격매김을 해보았다. 누구를 선임할지 인터뷰를 한 셈이다. 4년 전 집을 보러 다닐 때 만난 적이 있고 어쩌다 길에서도 마주치는 낯익은 에이전트들이다. 그중 규모가 크고 잘 나가는 레이 화이트와 계약하기로 마음먹었다.


가든 정리를 하다 선인장에 손가락을 찔렸고 밤이 되자 붓고 통증이 왔다. 다음날 병가를 내고 의사와 상담하고 돌아와 손가락하나 때문에 꼼짝없이 침대 신세가 되었다. 손가락을 다치지 않았다면 퇴근 후 레이 화이트 오피스에 가서 계약 동의서에 사인했을 것이다. 레이 화이트에선 내가 원하는 컴미션에 동의했는데 다른 에이전시는 어떻게 하나 궁금해졌다. 몇몇 에이전시 중 호킹스튜어트의 사만다라는 에이전트에 문자를 보냈다.

—Hi Samantha, what commission do you charge for $900K sale in HockingStuart?

—For which property?  

—My property

바로 전화가 왔다. 통화까진 할 필요 없는데 받을까 말까 망설이다 받았다. 컴미션은 집을 직접 보고 이런저런 가능성과 요인들을 고려해 정하는 것이라고 그녀는 조근조근 설명했다. 다른 에이전트들과는 다른 접근방식이 신선하고 설득력 있었다. 그녀는 내 이름과 주소를 뚝딱 알아냈고 자기는 이번주에 바쁘니 다른 사람을 보낼 거라 했다. 사람을 보낸다니.

—A junior?

—(smile) No no I won’t send a junior.

20년 경력의 시니어 에이전트가 내일 11시에 방문할 거라고 잠시 후 그녀는 문자로 약속을 정했다. 시간 조금 내어 이야기해 보는 데 별 상관없을 듯했다.


11시. 전화벨이 울렸다. 문을 여니 호킹스튜어트 에이전트 치고는 생각보다 소박하게 생긴 남자가 저스틴이라고 자기를 소개했다. 들어서자마자 그는 난방과 냉방에 대해 물었다. 집 안팎을 보여주는데 전에 다녀간 에이전트들보다 꼼꼼하게 들여다보는 것 같았다. 가든을 제외한 실평수를 따지며 내 기대보다 낮아야 하는 현실적인 추정 가격을 제시했다. 집은 건성으로 보고 비용 수치만 제시하고 간 타 에이전트들과 다른 접근방식이 18년 경력으로 쌓은 노련함 같았다. 그는 가든 정돈이며 거터 청소까지 언급했다. 지붕 거터에 자란 잡초를 그새 봤냐고 했더니 자기는 모든 걸 본다는 것이다. 부모가 몰타에서 호주로 이민한 이민 2세였다. 몰티즈 저스틴은 스무 살에 입문한 이 업계에서 뼈가 굵었단다.


이탈리안 몰티즈 그릭 아이들이 많이 사는 에핑의 한 초등에서 전에 일어를 가르친 적이 있었다. 짓궂고 장난기 많은 그애들이 그리울 때가 있다. 이제는 장성한 나이가 되었을.. 그쪽 정서는 아일랜드 스코틀랜드 정서와는 확연히 다르다. 오히려 아시안 정서와 더 가깝게 느껴질 정도로 친근감이 있다. 여기서 나고 자랐지만 혈통은 어쩔 수 없나 보다. 아마 몰타 근처에도 아직 안 가봤을 텐데. 짧은 시간이지만 대화가 오가며 내 마음은 저스틴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그동안 소통해 온 레이 화이트에겐 안 됐지만.


저스틴은 다음날 사만다와 방문했고 나는 계약동의서에 사인했다. 저스틴과 사만다는 손 봐야 할 곳들, 가구배치, 가드너 호출을 의논했고 저스틴은 생각보다 세심했다. 남녀 팀의 장점이 있다고 했는데 저스틴은 가든, 사만다는 인테리어를 위해 사람들을 데리고 화요일에 다시 온다고 했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하던 차 일이 술술 풀리는 기분이었다. 가구 렌탈 (여기서는 스테이징이라고 한다)은 안 하려고 했는데 사만다의 설득에 그러자고 했다. 100% 효과가 있다니 일단 최선을 다해보기로. 에이전트들은 100%라는 말을 쓴다. 남자보다 여자 입에서 나온 100%가  더 힘이 셌다. 이제 내 집은 내 컨트롤에서 벗어나 두 에이전트의 손아귀에 들어간 듯하다. 잘할 수 있지? 사만다 왈 내 명성을 위해! 저스틴은 그녀의 보스이다. 보스 왈 소통은 왓츠앱 단톡으로. 아싸! 보스는 집을 나서며 기분 좋게 악수를 청했다. 내가 주니어 아니라고 했지? 사만다가 흐뭇하게 한마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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