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끼리끼리는 사이언스

동종 업계에서만 인정받는(?) 나의 책

by Hoon

최근, 기운이 뿜뿜 솟는 문자를 받았습니다.

크흑. 고맙따 ㅠㅠ

출간한 지 6개월이 넘었으나 그다지 반응이 없는 (...) 제 책에 관한 리뷰였어요. 외국에 사는 친한 동생이 잘 읽었다며 보내준 메시지였습니다. 심지어 자신이 속한 북클럽에서도 함께 읽었다며, 모두들 잘 썼다고 폭풍 칭찬을 해 주었다는 거였어요. (저도 소중한 저의 북클럽 멤버들과 함께 읽었지만, 그 이후로 리뷰는 처음입니다. 또르륵)


사실 중요한 포인트가 있는데요, 이 동생은 저와 같은 업계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동생이 속한 북클럽도 동종 업계의 회사에서 만든 모임인지라, 모두가 다 유사한 일을 하고 있지요. 기후변화 대응에 밀접하게 속해서 일하는 사람들인 겁니다. 그리고 그들이 보기에는 이 책이 매우 와닿았던 모양입니다.


사실 제가 이 책을 쓰기 전에 '기후 위기'에 대한 책을 썼을 때는 반응이 더 좋았습니다. 특히 요즘처럼 미친 더위(;;;)가 기승을 부릴 때는, 기후 관련 콘텐츠가 더 잘 팔리는(?) 것 같아요. 브런치스토리에 예전에 썼던 관련 글들도 끌올 되어 읽히곤 하는 걸 보니 말이에요.

Screenshot 2025-07-09 at 1.34.33 PM.png 요게 그나마 반응이 좀 더 좋았습니다..


그러나 이 숨 막히는 폭염의 원인이 되는! 화석연료와 에너지 문제에 대해서는, 아직은 관심이 덜 한 것 같아요. 책을 집필할 때만 해도 "우와! 아직 이 분야에 이런 책이 없으니, 정말 유니크한 책이 되겠다"라며 룰루랄라 기대감을 품고 썼었는데요, 그때는 몰랐습니다. 이런 책이 아직 없다기보다는, 수요가 없다(...)는 점을 말이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동종 업계의 친구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으니, 무척 기분이 좋기는 했습니다.


역시 가재는 게 편(?)이랄까요, 아니면 끼리끼리는 사이언스이랄까요?



요즘 진짜, 지인짜 덥죠.


아직 여름이 가려면 한참 남았는데, 수은주는 끝을 모르고 치솟고 있네요. 카타르에서 일하다 오신 지인은 어제 낮에 문을 열고 나가는 순간 여기가 카타르인가 착각할 지경이었다고 합니다. 한국만이 아니고, 미국 동부와 유럽에도 역대급 폭염이 찾아왔고, 텍사스는 때아닌 물난리까지 와서 난리지요. (갑작스레 물이 불어나는 flash flood라 피해가 더 큰 듯합니다. 한국말로는 '돌발 홍수'라고 하네요.) 에어컨이 드문 유럽이나, 홍수 대비가 안 되어 있는 텍사스를 보면, 기후변화는 기존의 인프라로는 감당을 할 수 없는 사안임을 절실히 느낍니다.


여기 텍사스 맞음. 동남아 아님


그러나 그걸 해결할 정책적 틀은 이미 힘을 잃은 지 오래입니다.


바로 며칠 전, 미국 의회에서 통과한 One Big Beautiful Bill Act에 따르면 청정에너지 부문이 직격탄을 맞게 되었죠. 저도 회사에서 늘 보던 연방 세제 혜택이 있는데요, 히트펌프나 보일러, 온수기 등 고효율 가전제품에 대해 30%나 혜택을 주는 제도입니다. 그런데 그것도 올 12월 말에 끝나게 생겼죠. 원래는 2032년까지였는데 말이에요. 뭐 그런 게 한두 개가 아니긴 합니다. 태양광이나 풍력 발전에 부여하던 보조금도 끝내려고 행정 명령을 내렸고, 화석 연료 개발에 박차를 가하려고 국유지의 문을 활짝 연다고 하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이번 여름만 이리 더울 것이 아님은 자명해 보입니다.



중요한 것은 이런 상황을 타개할 만한 정책을 도입하는 것이고, 그러려면 대중의 공감대가 필수인데 말이죠. 하지만 많은 이들이 기후변화의 심각성에 대해서는 공감을 하면서도, '에너지'라는 화두로 넘어가면 그다지 공감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꼭 제 책 때문만이 아니라요..ㅎㅎ) 기후 위기 기사의 댓글을 보면, '우린 이제 망했어ㅠㅠ'라는 태도가 가장 많이 보이는 것 같고요, 어찌 보면 직접적인 관련이 적은 '텀블러를 쓰자'거나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하자'는 일반적인 환경론으로 이어지는 걸 더 많이 봤거든요. 가장 핵심적인 것은 <에너지 전환>인데, 사실 이 말은 용어조차 낯선 것 같아요.


그러면 대중에게 어떻게 소통해야 할까요?


예를 들어 공익광고가 있겠죠. 최근에 저는 기차역에서 아래의 공익광고를 보며 꽤 잘 만들었다고 생각했습니다. 한국에너지공단에서 만든 '지구를 살리는 에센스, 당신의 에너지센스!'라는 공익광고인데요. 핵심을 잘 담았으면서도 눈길도 잘 끄는 센스 있는 광고라고 생각했어요.


'에너지 센스' 광고


하지만 정작 이 광고가 나올 때 주변 사람들을 보면 그다지 효과적인 것 같지 않습니다. 광고 평론가들의 평점을 보아도, 대체적으로 무난하나 임팩트가 적으며 전형적인 공익광고일 뿐이라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1]. 역시 끼리끼리는 사이언스, 저는 이 판(?)에 있어서 마음에 꽂혔나 봐요.


하지만 업계 사람들끼리만 공감하고 넘기기에는 이제 에너지와 기후 문제는 너무도 심각해지고 있습니다. 불볕더위와 함께 이제 '기후'는 사람들의 뇌리에 콕 박혔는데, 이게 '에너지'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사안이란 것 역시 모두가 알게 되면 좋겠습니다. '기후'가 현상이라면 '에너지'는 바로 원인이라는 사실을요.


기후변화를 우선순위 목록에서 더 끌어올리는 문제가 아니다. 우리가 기후변화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그것이 이미 우리의 최우선 순위에 있는 모든 것, 즉 건강, 가족, 일자리, 경제, 사회의 안녕, 그 안에 사는 우리보다 불우한 사람들 모두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기후변화에 관심을 갖기 위해 나무를 껴안거나 환경운동가가 될 필요는 없다(물론 도움이 되지만).

- <우리가 구할 수 있는 모든 것>, p.184


우리가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는 것들을 잃기 전에, 에너지에 대해서도 더 많이 이야기하고 더 많이 마음에 담았으면 좋겠습니다.


https://www.yes24.com/product/goods/139625330


아, 더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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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https://www.apnews.kr/news/articleView.html?idxno=30133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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