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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종연 Nov 21. 2022

하나님, 오늘은 안 되겠어요.

<고린도전서 3:7>
그런즉 심는 이나 물 주는 이는 아무것도 아니로되 오직 자라게 하시는 이는 하나님 뿐이니라

<전도서 7:14>
형통한 날에는 기뻐하고 곤고한 날에는 되돌아보아라 이 두 가지를 하나님이 병행하게 하사 사람이 그의 장래 일을 능히 헤아려 알지 못하게 하셨느니라

<잠언 24:16>
대저 의인은 일곱 번 넘어질지라도 다시 일어나려니와 악인은 재앙으로 말미암아 엎드러지느니라





        정말 많은 말씀을 내게 보여주신 날이었다. 성경책을 넘기다 우연히, 유튜브를 내리다가 우연히, 읽고 있던 책에서도 말씀들을 접하게 하셨다. 하루 종일 여러 말씀들로 하나님은 이야기하고 계셨다. 심지어 고린도전서의 말씀은, 어제도 다른 이의 입을 통해서 만났었던 말씀이었다. 그렇다, 이 모든 게 우연이 아님은 확실하다.



        고린도전서의 말씀처럼, 우리가 이 땅에서 하는 일은 전부 물 주고 심는 일이다. 아무리 부지런히 계획하고 열심히 움직여도 싹이 나지 않을 수 있다. 원하던 결과를 보는 날보다, 아닌 날이 훨씬 많다. 자라게 하는 것은 우리의 영역이 아니라는 사실을, 머리로는 이해하고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꽤 자주 낙담한다. 애초에 우리의 힘으로 결과를 낼 수 없는 세상에서 살아가는데, 마음과 같지 않은 상황들이 펼쳐질 때마다 낙담한다. 마치 낙담할 준비를 하고 계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 



        오늘의 내 모습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요 근래 난 하나님과 같이 걷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나님이 주시는 마음과 말씀을 가지고 살고 있다고 생각했다. 쉽지는 않지만 점차 하나님이 목적이 되는 삶이 되어가고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지만 오늘 나는 허무하게 무너지는 모래성 같은 내 믿음을 마주했다. 하나님이 계속 말씀하시는데, 하나도 마음에 와닿지 않았다. 기도도 되지 않았다. 의인은 일곱 번 넘어져도 다시 일어난다고, 다시 일어나자고 이야기하시는데, 오늘의 나는 일어날 힘이 없다.



하나님을 붙잡고 싶어서 몸부림치고 있다. 그런데 도무지 마음이 열리질 않는다. 그냥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나아가고 싶은데, 마음이 돌처럼 딱딱하다. 하나님, 오늘은 내가 더 할 수 있는 게 없습니다. 그래도 나 손 모으고 당신 앞에 앉습니다. 말할 수 없는 탄식으로 기도해주시는 성령을 통해 내 마음을 어루만져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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