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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모 Jan 25. 2022

두려움의 속사정

엄마, 무서운 건 다 끝났는데 왜 지금 울어?



나는 무턱대고 아이에게 이야기를 시작할 때가 있다. 아이가 징징대며 나한테 들러붙을 때나 어린이집  간다며 이불속에서  나올 때나 등등. 이런 상황에서는 일단 이야기를 시작하고 본다.






며칠 전에 있었던 일이다.

“여빛아, 엄마가 꿈 이야기 하나 해줄까?”

“응”

아이 눈이 반짝거렸다.

“엄마가 꿈에서 캄캄한 길을 혼자 가고 있었어. 불이 하나도 없어서 칠흑같이 어두웠어. 앞이 잘 안 보여서 너무 무서웠는데 갑자기 누가 엄마를 부르는 거야. 모모야 이리 와봐~ 그래서 엄마가 누구세요? 했더니 누군지 얘기는 안 하고 또 모모야 이리 와봐~ 하는 거야. 갑자기 너무 무서운 생각이 들었어. 누가 나를 잡아가려나 보다! 어떡하지! 하는 순간! 그 사람이 내 팔을 덥석 잡더니 이리 와! 하면서 잡아 끄는 거야. 그래서 엄마가 깩 소리를 질렀지. 그런데 바로 그때! 동굴에서 자고 있던 외계인이 소리를 듣고 일어나서 얼굴 가운데 있는 큰 눈에 힘을 주니까 갑자기 빛이 환하게 비치는 거야. 환해져서 보니까 세상에 엄마를 잡고 있는 사람이 누구였는지 알아?”

“음… 엄마 친구?!”





이쯤 되면 순발력을 발휘해야 한다. 친구라고 할까 아니라고 할까 누구라고 하고 그 담엔 무슨 얘길 하지? 난 대충 선택한다.


“정답!!! 바로바로 엄마 친구 진희 이모였어! 엄마가 글쎄 무서운 마음이 너무 커서 진희 이모 목소리도 못 알아 본거야. 그런데 이모를 보자마자 그만 자리에 털썩 주저앉아서 엉엉 울었어. 그러자 이모랑 외계인이 엄마를 안아주고 토닥토닥 위로해줬어.”

“그리고 그 순간 눈을 떠보니 삼촌이 옆에 있었어?”

“어 맞아~ 눈을 딱 떴는데 삼촌이 코를 드르렁드르렁 골고 있지 뭐야. 그래서 이 눔 자식 하면서 코를 딱 막아버렸어.”

깔깔깔 깔깔 웃음이 터진다. 여빛이는 이야기가 재밌었는지 이 날 이후로 하루에 한 번씩 이 얘기를 해달라고 하고 삼촌 코 고는 부분이 나오면 기다렸다는 듯이 얼굴을 구기면서 깔깔깔 웃는다.






어제저녁엔 이야기를 듣던 아이가

“엄마 근데 캄캄하고 앞이 안 보일 때 무서웠잖아. 근데 왜 진희 이모가 보이니까 울었어? 무서운 건 다 끝났는데?”




그러게, 왜일까?

그 순간 떠올랐던 문장



‘두려움이란 신기한 감정이라 사라지는 순간 가장 강렬하게 느껴지니까’
<밝은 밤> by 최은영



두려움은 그렇게 가장 커졌을 때 가장 조용하게 움츠러들고 스르르 사라질 때 제 모습을 드러내고 만다. 그도 그럴만한 이유가 있겠지.

두려움의 속사정을 여빛이는 언제 머리로 알게 될까. 이미 마음으로는 수 차례 느꼈을 텐데.

감정이나 사람이나 속사정은 참 알 수 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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