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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희필름 Oct 31. 2021

D-15 | 한달살기 하러 왔는데 왜 컨저링을 찍냐고!



책 속에 영상이 들어있는 하이브리드 여행서


제가 쓴 글 <여행해도 불행하던데요>가 책이 되어 출간됩니다.

11월 중순에 나올 것 같아요!

그때까지 맛보기로 이곳에 매일 하루에 하나씩 본문을 공개할게요!

(스포가 안 될 정도로 아주 쪼끔만)


<여행해도 불행하던데요>는

2년 전 프랑스에서 한달살기를 했을 때 쓴 일기와

2년 후 한국에서 그 일기를 보며 다시 하루를 기록한 내용을

하루씩 교차해서 보여주는 에세이입니다.


프랑스에 있을 때 다큐멘터리를 만들고 싶어서 매일 영상도 찍었었는데

이번에 책을 만들면서 그 안에 영상이 함께 들어가게 됐어요!


책을 읽다가 QR코드가 등장하면 그때 상황이 담긴 영상도 함께 보실 수 있는

하이브리드 초초초 힙하디 힙한 책입니다!!!!!!!!!!


그럼 바로 첫 번째 하이라이트 공개합니다!!!







니스행 비행기


밤을 꼴딱 새우고 드디어 비행기 안, 비행시간은 단 두 시간. 짧은 비행이니 당연히 밥은 안 주겠지 싶었는데 어머나, 빵이랑 요거트 등 아침을 줬다. 분명 너무 배가 고팠지만 나는 거절했다. 커피나 차도 필요 없어요? NO. 그래도 촬영은 해야 하니까 이륙하는 모습만 창밖으로 한 컷 찍고, 정말 만취한 사람처럼 정신을 잃고 잠들었다. 예전에 학교 다닐 때, 밤새 촬영하고 집까지 지하철 타고 돌아가야 했을 때의 컨디션이었다. 그냥 인생이 여기서 다 멈춰버리고 모든 걸 내려놓고 그대로 바닥에 누워 자고 싶은 심정. 프랑스에 딱 도착하는 순간이니까 착륙하는 것도 찍고 싶었는데 너무 졸리고 내 몸이 내 몸이 아닌 상태라 헤드뱅잉만 계속하다 보니 어느새 덜컹, 비행기가 바닥에 닿아 있었다. 이틀만에 프랑스에 도착했는데, 프랑스고 뭐고 그냥 제발 자고 싶었다.



숙소 가는 길


그러나 숙소는 니스 공항에서 버스를 타고 한 시간을 더 가야했다.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지만, 초인적인 길 찾기 파워를 끌어올려 버스정류장을 찾아 버스를 타고 요금을 냈다. 그런데, 버스는 만석. 캐리어에 노트북 가방에 에코백까지 세 개를 주렁주렁 달고 거기에 자리가 없어 하필 한가운데에 서 있어야 하는 바

람에 잡고 있을 기둥도 없었다. 프랑스 사람들이 야속하게 느껴졌다. 내가 아무리 씻지도 못하고 잠도 못 자서 몰골이 거지꼴이긴 했으나 사람이 짐을 그렇게 주렁주렁 매달고 이리 비틀 저리 비틀거리며 끙끙거리고 있으면 적어도 기둥은 잡을 수 있게 자리를 좀 바꿔주거나 할 수도 있는 거 아닌가. 사람들은 나에게 아무관심이 없고, 캐리어는 자꾸만 미끌미끌 움직이고, 어느 버스정류장에서 내려야 하는지 도저히 검색해도 나오질 않는데 졸려 죽을 것 같아서, 그냥 펑 하고 터져버리고 싶었다. 그렇다고 내려서 택시 타고 갈 건 아니니까 꾹 참을 수밖에. 참자. 참아내자.


도대체 왜 구글맵은 프랑스 버스는 검색 지원을 안 해주는 걸까. 심지어 왜 버스정류장까지 검색이 안 되는 걸까. 구글맵에 표시된 현재 위치가 움직이는 걸 내비게이션처럼 지켜보며, 숙소와 가장 가까운 버스정류장이 어딜까, 짐을 이고 지고 검색을 하고 또 하다가, 숙소 바로 옆에 삼거리가 있는데, 가는 길에 ‘Tro’ 어쩌구로 시작하는 버스정류장이 있어서 혹시 저거 트로이카, 트라이앵글, 트리오, 뭔가 세 개를 뜻하는 게 아닐까, 삼거리이지 않을까 싶어서 내리니 딱 맞았다. 길 찾기 능력이 한 단계 진화했다.



드디어 도착한 숙소


에어비앤비에서 보고, 구글맵으로 검색해서 또 봤던 바로 그 숙소에 도착했다. 여기를 오기 위해 얼마나 많은 고생을 해야만 했던가. 내가, 프랑스에 있다니! 숙소에 도착하니 그제야 나의 지금 상황이 실감이 나면서 어안이 벙벙하고 가슴이 두근거렸다. 무엇보다도, 이제 드디어 잘 수 있다. 세상에.


호스트가 말해준 장소에서 열쇠를 찾아 문을 열었다. 헬로? 이유를 알 수 없으나 이럴 때 문은 꼭 끼이익~ 하고 열린다. 사람이 없는 남의 집에 들어가는 것은 아주 무서운 일이다. 나는 아무도 없다는 걸 알면서도 혹시 모를 불상사에 대비해 계속해서 헬로? 헬로? 하며 살금살금 집안을 둘러봤다. 그러다 주방으로 들어간 순간, 손에 들고 있던 카메라를 떨어트릴 뻔했다. 눕히면 눈이 감기는, 공포 영화에 무조건 나오는 인형이 의자에 앉아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아니 도대체 왜? 주방 의자에 왜? 깜짝카메라라도 하는 줄 알았다. 문은 또 왜 이렇게 많아서 무서워 죽겠는데 어쨌든 하나씩 다 열어서 확인을 해봐야만 안심이 되게끔 되어 있는 건지. 헬로? 밤에 도착하지 않은 게 그나마 천만다행이었다. 정말 진짜 밤에 도착했다면… 그냥 다 포기하고 현관에서 비치타월 덮고 노숙한 후 아침에 들어갔을지 모른다.


1층에 마사지 침대가 있는 용도를 알 수 없는 방 2개와 주방, 뒤뜰이 있다. 내 방은 2층이다. 2층엔 방 2개와 부엌, 그리고 욕실이 있다. 내 방에 들어가니 침대 위에 호스트가 준비해준 웰컴 선물이 있었다. 런던에 하루 들렀다가 온다고 말했었는데 런던은 어땠냐는 편지와 함께 영국 공중전화 모양 장식품을 선물해줘서 마음이 사르르 녹았다. 아, 내가 프랑스에 있다니!





▼ 숙소에 도착한 순간을 영상으로 확인해보세요!

https://www.youtube.com/watch?v=VUEKs1lslZU






2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내가 같이 쓰는

하루하루 교차 에세이

<여행해도 불행하던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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