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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태 Nov 25. 2021

29살 새로운 일을 하기에 늦은 나이, #1

젊지만 젊지 않다. 그래서 더 어렵다.

이 글은 커리어에 대한 고민과 선택에 기로에서 방황했던 저의 경험을 토대로, 같은 고민을 하는 분들에게 조금의 위안과 도움이 되고자 쓰는 글입니다.


과거를 크게보면 나아가기 어렵다.

내가 커리어전환을 결심하기 직전에 공간디자인 일을 3년 가까이 했었다. 이 3년은 조기취업부터 시작해 열심히 일한 대가이며 큰 자산이었다. 그리고 실제로 그 직군에서 28살에 3년의 경력은 빠른 편이었기 때문에 그 커리어를 버리고 20대 후반에 새로운 곳에서 신입으로 일하는 게 현실적이지 않다고 생각했다.

사실 인테리어 첫 회사에서부터 다른 업계로 이직을 고민했었는데, 그놈에 '조금만 더 해보자'가 3년이란 시간을 가져갔다. 그렇게 버티듯이 회사를 다녀보니 억지로 끌고 온 내 커리어가 쓸데없이 크게 보이더라, 나는 건축과 공간에 대한 막연한 열정으로 열심히 해보자고 붙잡고 온 거였는데 결과는 나를 붙잡는 미련 덩어리만 크게 키운 거였다. 결국 이걸 빨리 놓지 못해서 내 커리어 전환이 늦어지지 않았나 생각한다.


공부하면서 가장 좋아했던 건축물
건축그룹 SANAA(Sejima And Nishizawa And Associates)의 루브르-랑스
세지마 가즈요(Kazuyo Sejima)와 니시자와 류에(Ryue Nishizawa) 듀오가 SANAA를 운영하고 있으며,
2010년에 건축계 노벨상인 프리츠 커 상을 수상하였다. (아래 사진은 루브르-랑스 실내)

손에서 놓아야 잡을 수 있다. 

처음에는 어디로 이직할지 고민을 많이 했다. 나에게 맞는 직군만 찾으면 바로 옮길 거야! 속으로 결심하고 업계 동향을 이리저리 검색하고 공부했다. 하지만 이직할 직군을 결정해도 내가 생각한 것보다 몸이 빠르게 움직이지 않았다. 지금 와서 보면 이것도 다 전공에 애정을 가지고 공부와 실무를 쌓았던 6년의 시간이 아쉬웠기 때문이었으리라 생각한다.
 
내 몸이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한 시기는 새롭게 이직할 목표가 생겼을 때가 아니라, 그 무겁던 6년의 시간이 가벼워졌을 때였다. 지금도 정확히 말로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어느 순간 생각이 트이면서 집착했던 6년이 시간이 차츰 가벼워졌고, 굳이 내가 의미를 두지 않으면 큰 의미를 가지는 시간이 아니겠구나 깨달았던 것 같다.


이 후로는 일사천리로 일이 진행되었다. 일을 그만두고 첫 번째로 내가 가장 하고 싶었던 독립을 했고, 두 번째로 새로 이직할 분야를 공부할 수 있는 학원에 등록했다. 7개월의 간의 과정을 마치고 나는 지금 건축과 전혀 상관없는 새로운 직장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고 있다.


고민과 선택에 기로에 있는 분들에게

나는 건축과 공간에 대한 선망과 동경은 있었지만 막상 실무에서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는 공감하지 못했고, 업계 전반적으로 깔려있는 소통 방식들이 나에게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지금 하고 있는 일에서 왜 벗어나려고 하는지 명확하게 표현할 수 있는 순간, 나를 더 이해하고 과거를 쉽게 놓을 수 있었던 것 같다.

만약에 지금 이직 또는 새로운 일에 대한 도전이 필요한 시기인데 행동하지 못하고 있다면, 지금 일에서 왜 벗어나려는지 한번 더 정확하게 짚어 보길 권유드린다. 손에서 놓지 못하는 이유는 그게 돌인지 금인지 아직 몰라서 그렇다. 그게 돌이라는 것을 눈으로 보는 순간 어떤 것보다 놓기 쉬워진다. 단순하게 그냥 지루해서, 연봉이 작아서, 복지가 후져서와 같은 생각으로 새로운 일은 찾게 되면, 자칫 어떤 일에도 정착하기 힘들어질 수 있으니까.


건축그룹 SANAA의 Grace Farms in New Canaan
현재는 건축과 관련없는 IT업계에서 프로덕트 매니저로 일하고 있습니다. 취업, 커리어전환에 대한 고민이 있으신 분들에게 언제나 열려있으니, 메일로 연락 주시면 성심껏 답변을 드리고 있습니다. - 24woosoo@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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