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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구슬 옥 May 20. 2023

법환포구에서

(나만의 기념품)


어제 너무 늦게 집에 들어와 피곤해서 오늘은 편안하게 샐러드와 베이글빵으로 아침을 먹고 각자 방에서, 거실에서 책을 읽거나 인터넷으로 바둑을 두거나 하면서 지냈다. 그래도 하루 종일 집에 있지는 못하고 점심 무렵 법환포구에 걸어가 보기로 하고 나섰다.


서귀포 올림픽 경기장 근처에서 포구로 내려가는 길을 약간 헤맸지만 현지인의 도움을 받아 골목길을 잘 찾아 걸어내려 갔다. 제주도의 집들은 마당에 귤나무는 기본으로 심는 것 같다. 귤나무가 없는 집이 거의 없다. 중간중간 민박을 겸하는 집들도 보이고 바다를 바라보는 가정집도 보여 부러움이 일었다.


법환농협 근처에 '구름비 나무'라는 파스타 집이 맛집이라고 해서 찾아보니 작지만 깔끔한 식당이었다. 해물 토마토 파스타와 흑돼지 돈가스를 시켰는데 맛있었다. 식당을 나와 조금 걸어가니 바다가 보이고 해녀 조형물이며 물고기 조형물도 있고 작은 배들도 보였다.

법환포구에서

바다를 등지고 왔던 길을 돌아보니 2층 건물의 바다 조망을 할 수 있는 선물의 집이 보였다. 겉에서도 기념품들이 잘 보이도록 인테리어가 돼있어 호기심을 갖고 들어갔다. 이것저것 구경하다가 까맣고 작은 해녀상과 감귤 제리 한 봉지, 엽서 두장을 사서 나왔다. 이 작은 기념품들이 오늘을 기억하게 하고 그러면 다시 이곳에 온 것 같은 행복한 기분이 들 테니.


바닷가 한편에 야자수 나무가 군락으로 우거져 보이는 곳으로 가기 위해 검은 바위돌들위를 걸어가니 산길로 이어진다. 그런데 나무에 랗고 붉은 리본으로 길 표시를 해놓은 것이 올레 7코스 길이었다. 생각지 않았던 올레길을 중간중간 바다를 바라보며 걸어올라 오니 굵고 높이 자란 야자수 나무들이 군락으로 우거져 있었다.

야자수 나무와 어우러진 법환포구 올레 7코스 길에서

멋진 경치에 와~감탄을 하면서 사진도 찍고 아름답게 어우러진 쪽빛 바다를 바라보다가 서귀포여고 쪽으로 이어진 오르막길을 걸었다. 바다가 보이는 곳에 학교가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고 부러웠다. 아마도 이곳에서 자란 아이들은 감성이 다른 사람들과는 남다를 것 같다. 음악을 하는 작은 아들이 제주에서 살고 싶다는 말을 자주 하는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서귀포여고 앞에서 버스를 타고 집 근처의 E마트에 들러 작은 민트색 둥근 탁상시계와 집게(음식 조리 시 필요한) 그리고 샐러드 볼로 쓰거나 찌개를 덜어서 넉넉히 먹을 수 있는 용도의 오목한 배모양의 그릇 2개를 샀다. 꼭 필요한 것만 갖추고 사는 것도 좋지만 그래도 조금은 더 필요한 나만의 물건들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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