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목 그대로다. 엄청난 내용이 있는 것은 아니지만, 내가 고생을 너무 많이 해서 짧게나마 이 과정을 남겨보고 싶었다.
주말을 고대하던 금요일, 회사 온라인 미팅에 평소처럼 졸려 죽겠단 얼굴로 참여를 했는데, 갑자기 부사장님이 링크를 공유하시며 말하기를, 이 링크로 백신 예약이 가능하단다. 링크로 들어가 보니 모더나 백신을 맞을 수 있다고 떴다.
굴러들어온 기회를 찰 리가 없다. 생전 처음 들어보는 도시에서 진행되는 백신 클리닉이지만, 찾아보니 버스로 대충 두 시간 정도 걸리길래 1차 접종 예약을 하기로 결정했다. 경기도민으로 대충 2n 년을 살다 미국에 왔기 때문에 버스 두 시간쯤은 어렵지 않았다.
다만 예약을 하는 과정이 생각보다 쉽지가 않았다. 부사장님 왈, 웹사이트가 불안정해서 예약 가능한 시간대가 전부 불가능으로 뜨는데 가끔 시간대가 정상적으로 열린단다. 9시부터 15분 간격으로 하나씩 있는데 한 10번 새로 고침하면 하나씩 뜨고 하는 것이다.
운 좋게 곧바로 아침 시간대 하나가 가능하다고 떠서 클릭을 했는데, 내 보험 정보를 입력해야 했다. 문제는, 나는 보험 카드를 어디다 뒀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그 즉시 내 보험사 이름인 Kaiser Permanente에 전화해서 내 아이디 넘버를 물어봤다. 어떻게든 아이디 넘버는 바로 얻었는데, 문제는 카드 앞면 뒷면 사진을 첨부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보험 디지털 카드로 처리 가능한 문제인데 웹사이트에 가입하려니 무언가 또 다른 번호가 필요하단다, 그래서 다시 전화를 했는데 알고 보니 주별로 다른 웹사이트가 있고, 나는 내가 사는 주인 워싱턴주 웹사이트에 가입하면 되고, 그 웹사이트에선 그 번호는 필요가 없었다. 그렇게 어떻게든 가입 절차를 거쳤는데, 마지막으로 또 전화를 해서 회원가입을 확인해야 한다는 메시지가 떴다. 그렇게 또다시 전화를 하고, 겨우 사진을 얻고 나니 그 시간대에서 튕겨나간 상태였다. 한 시간대를 클릭하고 15분이 지나면 바로 튕겨나간단다...
또다시 무한대로 마음에 드는 시간대가 뜰 때까지 새로 고침을 해서 그렇게 겨우 전날 예약을 하고, 다음 날 살짝 숙취가 남은 채로 아침 일찍 일어나 백신 접종 장소를 향했다. 그런데 가는 게, 이게 또 쉬운 일이 아니었다.
이상적인 루트는 버스를 세 번 타고 가는 건데, 문제는 백신 예약을 너무 이른 시간에 해서 첫 번째 버스가 운행을 하지 않는 시간대였다는 것이다. 순간 두 번째 버스를 타는 곳까지 걸어갈까 생각도 했지만, 아침 8시 반까지 50분을 걸어 정류장으로 가는 게 얼마나 불가능할지 생각을 한 후 포기했다. 택시를 탔다는 얘기다. 사실 조금 더 늦게 출발하면 택시를 타지 않아도 되었지만 그러면 예약 시간보다 늦게 도착할 수밖에 없었다. 어차피 택시는 타야 했다.
결국 처음에 택시를 탄 후 버스를 타는 과정은 순조로웠다. 도착하고 나니 대략 한 시간 정도 시간이 남았다. 비가 쏟아지는데 주변에 들어갈 곳이 없어서 15분 정도를 걸어 겨우 스타벅스에 들어가 커피를 시켰다. 스타벅스는 코로나 때문에 안에서 커피를 마시지 못하게 해 바깥의 테이블에서 조금이나마 휴식을 취하고 백신 장소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신기한 것은 나를 빼고 거의 모든 사람들이 차를 끌고 왔다는 것이다. 나 같은 경우는 매우 드물다고 한다. 하긴, 백신을 맞겠다고 아침 7시부터 일어나서 버스를 타고 오는 사람이 몇이나 될까 싶긴 했지만, 그래도 정말 나 한 명일 줄은 몰랐다. 현장의 봉사자 및 직원들에게서 신기한 눈빛을 한두 번씩 계속해서 받은 것 같다. 혹시라도 Essential Worker이 아니라고 거부당할까 봐 매우 긴장해서 회사 사원증 보험카드 캡처본 영주권 등등 챙길 수 있는 것들은 다 챙겨서 갔는데 현장에서는 막상 이메일로 받은 예약 확인증과 운전면허증만 체크해서 살짝 허탈했지만, 좋은 게 좋은 거지.
아무튼 이렇게 고생을 해서 백신 1차 접종은 문제없이 맞고 끝낼 수 있었다. 아마도 같은 장소에서 2차 접종도 진행이 될 텐데, 벌써 걱정이지만, 한 달 뒤의 나에게 미리 건투를 빈다.
아마 부작용이 궁금한 사람들이 있을 것이다. 모더나는 1차보다는 2차가 정말 부작용이 심하다고 한다. 전날 2차 접종까지 끝낸 사람과 술을 마셨는데, 그 사람이 말하길 2차를 맞은 다음 날 열이 심하게 나서 병가를 쓰지 않은 것을 뼈저리게 후회했다고 한다. 주변에 1차를 맞은 사람 중에선 1차만 맞고도 열이 38도까지 올라갔다는 사람도 있는데, 나 같은 경우는 팔만 뻐근하고 끝났다. 팔이 정말 아프긴 하다. 내 친구의 묘사로는, 말에게 거세게 팔을 얻어맞은 기분이라고. 그래도 2차에 비교하면 훨씬 낫다고 한다. 2차가 만국 공통으로 심한 모양이다.
나는 미국에 있어서 쉽게 맞을 수 있었지만, 한국은 들어보니 아직 기다려야 하는 모양이다. 블로그 이웃분들도, 이 글을 읽는 분들도 다 안전하게 지내시다 백신 맞고 더욱 안전하게 지내실 수 있기를 빈다!
사진은 그냥 백신 맞고 신난 나 자신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