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험생의 식사 (베리타스 알파 기고문)
‘You are what you eat.’
‘당신이 먹는 음식에 대해 알려주면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말해줄게요’ 라는 유명한 말을 남긴 사람은 미식의 선구자이며 ‘미각의 생리학’ 저자로 유명한 프랑스의 브리야 사바랭이다. 누군가의 정신적 신체적 상태를 결정짓는 것은 그의 식생활이라는 뜻이다. ‘의식동원(醫食同源)'이라고 하여 의학과 음식의 역할을 근원부터 동일하게 여겨 온 것은 유구한 역사의 동양 전통의학도 마찬가지다.
수험생은 어느 누구보다 좋은 식생활이 중요하다. 비유하자면 수험생은 고급휘발유가 필요한 차와 같다. 차가 가진 성능을 최대한 이끌어 내면서 동시에 엔진을 보호하고 차의 내구성을 늘릴 수 있어야 한다. 신체적 정신적 성장이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시기에 양질의 영양분은 필수적이다. 동시에 고도로 집중된 두뇌활동과 왕성한 신체활동을 지속하고 그에 합당한 결과를 만들 수 있는 에너지가 부족하지 않아야 한다. 공부는 하루 이틀에 끝나는 짧은 여정이 아니다. 수험생이 무엇을 먹고 어떻게 먹는가는 그래서 중요하다.
What to eat
무엇을 먹는가에 대해 수험생 입장으로 범위를 좁혀 보면 두 가지 목적을 충족할 수 있어야 한다. 뇌를 건강하게 만들면서도 운동선수처럼 강인한 신체와 체력을 위한 음식이어야 한다.
Brain food 라고 일컬어지는 음식들은 기억력과 집중력 등 뇌의 기능을 향상시킨다. 뇌세포의 손상을 빠르게 회복시키거나 여러 가지 뇌의 질병을 예방하는 등 뇌의 건강에도 직접적으로 작용한다. 콩과 견과류, 블루베리, 통곡물, 등푸른 생선, 브로컬리, 아보카도, 계란, 신선한 야채 등의 적절한 섭취는 Brain food에 관한 여러 학설에서 공통적으로 추천되고 있다. 전통 한식 위주의 식단에서는 생선과 곡물, 계란 이외의 Brain food는 부족하기 쉬우니 견과류나 블루베리를 간식으로 먹거나 밥 먹기 전 야채샐러드와 브로컬리 등을 별도로 충분히 먹을 수 있도록 한다. 흰쌀밥 이외에 현미밥이나 콩밥, 잡곡밥을 주기적으로 혼식하는 것도 좋은 방안이 된다.
튼튼한 몸을 위한 음식에도 주목해야 한다. 이런 음식은 다이어트나 식스팩을 만들 때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뇌의 생존과 기능은 전적으로 몸에 의존할 뿐 아니라 수험생에게는 신체적 체력과 지구력 역시 중요하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견과류, 베리류, 콩류, 생선과 신선한 야채는 Brain food와 공통된다. 여기에서 빠진 대표적 음식으로는 우유와 치즈 등의 유제품, 고구마와 바나나 정도를 손꼽을 수 있다.
How to eat
무엇을 먹는가 만큼 중요한 것은 어떻게 먹는가의 문제다.
일단 천천히 잘 씹어 먹어야 한다. 수험생은 항상 시간에 쫓긴다. 많은 학생들이 1분이라도 더 빨리 먹고 시간을 아껴 부족한 잠을 자거나 단어 하나 더 외우려고 한다. 하지만 급히 먹는 밥은 소화에 더 많은 시간과 에너지가 필요하다. 공부와 시험이 반복될수록 더 지독한 스트레스가 그림자처럼 따라다닌다. 그래서 많은 수험생들이 신경성 위염(기능성 소화불량)을 포함한 위장관 질환으로 진료실을 찾는다. 그 중 상당수는 좋지 않은 식사법을 가지고 있다. 잘 씹는 저작 운동이 머리를 좋게 하는 것은 과학적인 팩트로 알려져 있다. 씹기는 정신 집중에 도움이 되고 불안과 스트레스 해소에 효과적이다. 식사 시간을 조금 더 여유롭게 책정하여 스트레스를 줄이고 기억력과 집중력에 도움이 되는 휴식의 시간으로 만들어야 한다.
잠자기 직전에 먹는 늦은 시간의 야식은 좋지 않다. 잠자리에서 위장 속의 소화되지 않은 음식은 숙면을 방해할 뿐 아니라 체중 증가를 초래한다. 야식은 아침 식사를 거르게 만든다. 아침을 거르면 다시 밤에 심한 허기를 느낀다. 야식이 아침 식사를 대신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반대로 아침 식사를 적절하게 하면 늦은 저녁 배고픔이 줄어든다. 양질의 아침식사로 기분 좋게 하루를 시작하면 이후의 두뇌와 신체활동이 순조로워지고 따라서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다. 아침을 거르지 않는 학생들의 성적이 높은 것 또한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임을 감안하면 당장 야식을 끊거나 최소한으로 줄여야 한다. 비결은 야식을 참아 배고픈 상태로 아침을 맞이하고 아침밥을 잘 챙기면 된다. 아침식사는 꼭 밥이 아니어도 좋다. 빵이나 떡, 시리얼 그 무엇을 먹더라도 최소한 아침을 거르는 것보다 이로움이 크다.
아무리 바빠도 가족들이 정기적으로 한자리에 모여 식사하는 시간을 확보한다. 가족 식사는 함께 음식을 나누며 깊은 사랑과 이해의 대화가 오가는 가장 소중한 순간이다. 이것은 다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 사랑하는 가족들과 함께 맛있는 음식을 감사한 마음으로 여유롭게 먹는 것 자체로 엄청난 스트레스 해소 효과가 있다.
시험과 식사
공부와 시험은 다르다. 공부가 정보의 입력이라면 시험은 출력이다. 긴 시간 이루어지는 공부와 대조적으로 시험은 한정된 짧은 시간에 모든 것을 쏟아 내어야 한다. 시험에서 최상의 결과를 얻으려면 돌발 상황을 막고 최고의 컨디션을 끌어 내야 한다. 시험 일정에 맞춘 조절과 식사 관리가 필요하다.
시험 직전에는 평소와 다른 특식이나 즐겨 먹지 않던 음식으로 모험을 해서는 안 된다. 시험은 특별하지만 식사는 평소와 같이 평범해야 한다. 도시락을 준비하는 시험은 더 철저하게 이런 원칙을 지켜야 한다. 시험 전부터 시험이 끝날 때까지 익숙하게 먹었던 음식 위주로 식단을 구성해야 한다. 소화가 용이하고 과식을 피할 수 있는 음식들이 우선 권장된다. 시험 당일 식사량을 줄여 배는 평소의 80%만 채운다. 하루 종일 치르는 시험에서는 중간 중간 쉬는 시간에 견과류나 가벼운 간식으로 허기를 예방한다. 위와 장에 한꺼번에 큰 부담을 주지 않고 뇌를 최대한 활성화하기 위함이다. 탈수는 체력과 지구력을 저하시키고 집중력을 교란시키므로 물을 충분히 마시도록 한다. 시험 사이 쉬는 시간마다 적절한 수분 섭취가 필요하다. 추운 시험장이라면 따듯한 물을 준비하고 좀 더운 느낌이 들면 시원한 물로 체온과 기분을 적절하게 조절한다.
뇌는 포도당을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 때문에 시험 당일 탄수화물 공급이 중요하다. 그렇지만 정제된 설탕처럼 순간적으로 혈당을 높이는 음식은 좋지 않다. 같은 양의 당분이라도 혈당을 천천히 올리는 음식을 당지수가 낮은 음식이라고 한다. 예를 들면 감자보다는 고구마가, 흰쌀밥보다는 현미밥이 당지수가 낮다. 시험 때는 당지수가 낮은 음식을 섭취해 적당한 당분을 시험 시간 내내 꾸준히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너무 달콤한 간식이나 당지수가 높은 음식은 머리와 몸을 둔하게 하고 졸음을 유발할 수 있다. 초컬릿을 고르더라도 다크 초컬릿이 더 적합한 이유다.
똑똑한 식생활
‘무엇을 어떻게 먹는가’는 스트레스, 면역력, 체력은 물론 집중력과 의지, 공부의 효율성 그리고 시험의 결과까지 바꾼다. 모두가 열심히 공부하는 치열한 경쟁의 끝에서 오히려 학습 외적 요소가 화룡점정이 될 수 있다. 지금 눈 앞의 식사가 평생 하게 될 10만 번 중의 한 끼일 뿐이라고 적당히 때우면 안 된다. 똑똑한 식사를 위한 고민과 노력을 당장 시작해야 한다.
“지금 당신이 무엇을 어떻게 먹고 있는지 알려주면 당신이 앞으로 어떤 성적을 받게 될지 말해줄게요!” 성적을 올리는 또 다른 비법이 여기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