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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OZY Sep 15. 2023

날이 좋아요, 차를 마셔요

날이 좋아요 차를 마셔요, 요즘다

도문화는 어느 정도 적당한 햇빛과 어딘가 조용한 곳에서 경건해야 한다는 상상을 불러일으킨다. 가벼울듯하지만 특유의 묵직함도 있다. 적어도 나에게는 그렇다. 

나도 평소 커피를 기본으로 블랙 티, 민트 티 등 다양한 차를 즐기는 편이지만, 정식 다도에 대해서는 알지 못한다.  차를 더욱 좋아하고 싶어서, 차를 즐기는 다인(茶人)은 어떻게 차를 음미하는지 궁금해서 책을 펼치게 되었다.  

은은한 차의 향기가 나는 것만 같은 이 책은 책 자체로도 마음의 편안함을 주었다. 차 문화에 대해 입문하고 싶은 사람, 차에 대한 감성을 함께 느끼고 싶은 사람이 읽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 차를 배우게 되는 기회를 갖게 된다면 '말차'를 배워보고 싶다. 말차의 연둣빛 거품이 어떻게 일어나는지, 직접 경험하며 그 거품을 나 혼자 오롯이 느낄 수만 있다면 나도 차 전문가가 된 듯한 느낌이 들겠지! 

"

그저 각자의 상황에 맞춰 할 수 있는 방식으로 차를 즐기고, 

8차를 통해 중심을 잡을 수 있으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ㅡ 요즘다인



개인적으로 사발과 대접에 관한 이야기가 제일 기억에 남는다. 같은 그릇을 놓고 사발이라고 부르면 사발이고, 대접이라고 부르면 대접 같은 기분이 참 재미있었다고나 할까? 

이 대접이 한국에서 '막사발'이라고 불렀던 '막 쓰는 사발'이 일본으로 넘어가며 고상해졌다는데, 정말 단어 하나로 새로이 갖게 되는 가치에 대해 생각하게 만들었다. 왠지 '나'라는 사람도 내가 자꾸 소중하게 대해주어야만 정말 소중한 사람이 되는 것처럼 말이다. 

차를 마시는 대접이라 차 사발이라고 하지만 사발은 원래 밥그릇이나 국그릇을 일컫는 말이라고 한다. 대접을 사용하면 차를 우리고 나서 옮겨 담을 다른 도구도 필요 없고 그냥 막걸리 마시듯 잡고 마시기만 하면 된다고 한다. 

주방 선반을 열어 가만히 살펴보니 집에 대접은 꽤 있는데, 한 번도 시도해지 못했던 신선한 방법이었다. 그 저자의 표현을 빌리자면, 면적이 넓어 차가 빨리 식어 자그마한 찻잔과 달리 차가 식기까지 호호 불며 뜨겁게 마시지 않아도 되고, 차를 따르다 물을 흘릴 염려가 없다고 한다. 

이번 주말에는 사발, 아니 대접으로 차를 듬뿍 마셔야겠다. 대체로 나는 집에서는 티 주전자를 활용하거나 티 텀블러를 사용하는 편이다. 많은 양을 마실 때 사용하게 되는 편인데, 노트북을 하거나 책을 읽을 때 제일 애정하는 도구는 티컵 인퓨져다. 우리고 난 후 한 잔의 양도 적당하여 세척하는 데도 비교적 부담이 없는 편이라서 자꾸 손이 간다. 그러고 보니 생각보다 나도 차를 생활 속에서 놓지 않고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우아하게 차를 마시는 상상도 해보지만, 나의 취향의 지도에 맞추어 즐기는 방법을 찾아가야겠다. 



"

차를 마시는 이유는 과거 차 문화를 그대로

따라 하고 싶어서가 아닙니다. 

나를 행복하게 만드는 매개가 

차라서 그렇습니다. 

ㅡ요즘다인




책을 읽는 이유, 글을 쓰는 이유 또한 

차를 마시는 이유와 일맥상통한다. 

누군가의 생각을 그대로 따라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누군가의 글을 내 것으로 만들고 싶어서 아니라,

느끼는 대로 나만의 행복을 간직하고 

표현하고 싶어서 읽고 쓰는 것이다. 

오늘부터 더욱 차를 좋아하게 될 것 같다! 

@ROZ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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