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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lowReader Jan 12. 2024

2024년을 시작하며

심플하게 살자




올해의 나의 모토를 ‘심플하게 살자’로 정했다. 

‘정리하고 버리고 안 사기’ 


거창하게 쓰레기에 파괴되어 가는 지구를 보호하는데 조금이나마 보태기 위해라고 하고 싶지만 내가 그렇게 까지 지구와 인류를 사랑하는 사람은 아니고 지극히 개인적인 이유이다. 지난 몇 년 엄청나게 치솟은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가계 살리기 대응책으로 아무리 머리를 굴려도 안 쓰는 거밖에 없다는 결론이 났다. 그래, 사지 말자! 하고 보니 평상시 내가 추구하는 미니멀리즘을 말로 추구만 하지 말고 아예 지금부터 실천하면 되겠다는 쌈박한 생각이 들었다. 미니멀리즘을 추구하나 이제껏 실천을 못한 건 맥시멀리스트에 가까운 식구들 핑계를 대고 있었다. 아이들이 독립해 집을 나가는 날부터… 하고 계속 미루었지만 나도 혹시나 하고 못 버리고 있는 것이 많다. 십 년 전 처음 이사 왔을 때 텅텅 비어있던 장들이 이제는 다 꽉 찼다. 작년부터 혼자 조금씩 한 공간을 공략해 집중적으로 정리를 하긴 했는데 정리는 더디고 쌓이는 건 순식간이다. 안 쌓으려면 안 사야지. 가장 먼저 아마존 프라임 멤버십을 끊었다. 멤버십 돈을 냈는데 아무것도 안사면 뭔가 손해 보는 거 같아 뭐라도 사주는 이상한 심리가 있었다. 원래 쇼핑을 즐기는 사람이 아닌데도 점 점 이런 상술에 놀아나는 나를 볼 때 뭔가 크게 잘 못 되어가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꼭 필요하지 않으면 안 사야지. 곰곰이 생각해 보면 꼭 필요한 거 없으면 안 되는 거 그런 게 과연 있을까. 음식이나 소모품을 제외하고. 넘쳐나는 풍요를 누리며 산다.


단순히 물건을 정리하는 것뿐 아니라 늘 바쁜 내 삶의 정리는 더 절실하다. 지금은 많이 내려놓긴 했는데도 하루가 끝나고 나면 100미터 달리기 질주를 한 느낌이다. 죽어라 달렸는데도 늘 꼴등으로 들어와 헉헉 거는 기분. 시간을 효율적으로 쓰는 방법에 관한 강의도 많이 듣고 책도 많이 읽었지만 나한테만 한두 시간 더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것도 아니고 모두에게 똑같이 주어진 하루 24시간 안에 밀어 넣은 게 너무 많았다. 하면 된다. 으싸 으싸 하면서 밀어붙이다 스트레스받고 번아웃이 오고 그러면 또 무력감과 자괴감에 시달린다. 불도저로 세게 밀어붙여 되는 사람이 있고 나는 조금만 삽으로 톡톡 치며 밀어야 오히려 효과가 크다는 걸 알았다. 일상 속에 나를 넣고 따를 스트럭쳐가 필요하지만 너무 빡빡한 스트럭쳐 말고 조금 느슨한 스트럭쳐가 내게 맞다. 


내가 온전히 나를 위해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은 새벽 밖에 없음을 절실히 안다. 새벽에 일어난다고 해도 시간을 더 버는 건 아니다. 저녁때 일찍 잠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저녁에 잠들지 않고 있는 시간은 나를 위해 쓰는 시간이 아니고 딴짓한다. 돌아보면 뭐 했나 하는 일상의 시간으로 흘러 버린다. 새벽기상이란 게 잘하다가도 잠시 방심한 순간 도로아마타불 된다. 아침형 인간으로 자라 잡는 길은 멀고 험난하지만 되돌리는 건 순식간이다. 여러 번의 경험을 통해 잘 안다. 그러기에 꿈공방의 랜선 독서실은 구제주다. 내가 오든 안 오든 언제나 그 자리에서 팔 벌리고 나를 기다리는 든든한 친구다. 함께 하되 서로 간섭하지 않고 카메라 하나만 켜놓았을 뿐인데 이보다 더 집중이 잘 될 수 없다. 


2024년 12월의 퓨처 셀프를 매일 상상하는 기쁨으로 새로운 한 해 1월을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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