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k.a. 데스크탑 관광
요즘 방구석 시리즈가 유행이다.
방구석 미술관, 방구석 연구소, 방구석 여행기, 방구석 영화관…
팬데믹의 여파로 뜨게 되었는지 그전 부터도 유행 했는지 모르겠지만 직접 밖을 나가지 않고도 내집에 앉아서도 즐길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나도 재택근무를 하며 회사에서 마이크로 소프트 윈도우를 업데이트 시켜주어 방구석 세계여행을 즐기게 됐다. 더 정확하게 얘기하자면 데스크탑 세계여행–
컴터 화면이 슬립모드 있다 다시 켜질때 세계의 절경을 찍어 놓은 사진이 뜬다. 내가 따로 설정을 한 적이 없으니 윈도우에 들어 있는 프로그램 이려니 하고 무심코 보았는데 어느날 한번 전혀 기대하지 않은 순간에 갑자기 훅 들어와 눈 앞에 펼쳐진 경광에 아아아아!!!! 감탄을 한뒤로 유심히 보기 시작했다. 윈도우를 쓰고 있는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사진이 매일 바뀌어서 굳이 내가 뭘 안해도 다양한 사진들을 볼수 있다. ‘좋아요’도 해줄수 있고 혹시라도 맘에 안드는 사진이 나오면 ‘not a fan’ 에 (don’t like 보다 더 나은 표현이지 않나) 체크를 하면 얼른 다른 사진으로 바꿔준다. 일하다 하루에도 몇번씩 저절로 보게 되는 이 경광들은 나를 지금 내가 있는 이곳을 떠나 다른 세계로 데려간다. 그리고 나는 잠시 그곳에 머문다. 실제로 그 장소에서 보고 있는 것 같이 착각 하도록 내버려둔다.
사하라 사막의 노을, 산, 바다, 빙하, 성, 도시 유명한 곳도 있지만 자연이 만들어 낸 거대한 하트 호수 같은 모르는 신비한 장소도 많다. 정말로 마음이 끌리는 곳이 있으면 들어가 더 자세히 보기도 한다. 대체 이곳이 어딘가 하고. 물론 실제로 직접가서 눈으로 보는 것과 비교가 안되겠지만 그리고 그랜드 캐년 처럼 사진과 실제 보는 게 그 감동이 하늘과 땅차이 만큼 나는 데도 있지만 (이건 실제 경험이다) 어떤 장소는 사진으로 더 신비하고 좋아 보이는데도 있다. 설사 같은 곳을 간다고 해도 그 순간, 그 장소를 포착할리 만무하다. 몇군데는 내가 가 본곳도 있었는데 그닥 인상깊은 장소가 아니었는지 기억도 잘 안나지만 사진은 얼마나 멋지든지. 딴 곳인줄 알았다. 여행을 못가는 사람의 변명 혹은 위로로 하는 말만은 아니다.
나는 여행을 별로 안 즐긴다. 이제껏 살아오며 다녀본 곳이 별로 없는데 여행을 할 기회가 없어서 못갔다고 생각 했지만 이제와 생각해보니 내가 특별히 떠나 보려고 노력을 하지 않은 것이다. 그 이유는 모험심이 없고 겁이 많다. 돌아 다니는 걸 안 좋아하고 한 자리에 오래 있는 걸 선호한다. 방향감각이 없는 심한 길치다. 무거운 가방을 끌며 공항에서 기다리는 일이나 짐을 부치고, 찾고, 불편한 비행기 이코노미 석에서 오랜시간 있어야 하는 일은 생각만 해도 스트레스다. 떠나고 싶다가도 ‘집에서 편히 쉬지 왜 나가서 고생이야’ 하는 스타일이다. 하지만 이 모든 귀찮음을 참고 어디론가 떠나가 보면 잘 했다는 생각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여행 좋아하는 남편이 가자고 하면 언제든 암말 없이 조용히 따라간다. 20대 때는 다른 많은 대학생들 처럼 유럽 배낭을 해보고 싶은생각도 했지만 혼자서는 감히 엄두도 못내고 함께 갈만한 친구도 없었고 여비나 시간적 여유도 없다는 핑계로 언젠가는… 하며 결코 오지않을 미래의 할 일로 생각하고 지냈다. 한창 커리어를 쌓아가던 시절 일년에 두 번 파리와 런던에 출장을 다니던 때가 있었다. 몇 년을 다녔는데 지금 생각하면 얼마나 좋은 기회인가. 매번은 아니어도 한번쯤은 일을 끝내고 며칠 휴가를 얻어 유럽 여행을 했어도 좋으련만 유럽은 커녕 달랑 파리의 박물관 몇 개를 돌아 본게 다였다. 갈때 마다 유럽까지 가서 미아가 될까 엄청스트레스 받던게 지금도 생생하다.
현지에서 얼마간 살아보는 여행을 하는 건 어떤가. 돌아다니다 맘에 드는 곳이 있으면 그곳에 눌러앉아한 몇 달을 살아 보는 것.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된다면 누군들 싫어할 일이겠냐만은 시간, 돈 둘 다 없어도 어떻게든 만들어 내어 하는 사람들이 있고 억지로 무리하며 굳이 하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이 있다. 나는 당연 후자에 속해서 현실을 외면하고 어느 날 훌쩍 떠나는 충동적인 일을 상상할 수 없으니 또 퇴직하면.... 하고 미루고 있다. RV Recreation Vehicle를 타고 미국 대륙을 횡단, 종단하며 맘에 드는 도시가 나오면 한 한 달쯤 살다가 떠나고 또 다른 곳으로 가고 하는 여행도 해보고 싶긴 하다. 하지만 남편은 안 믿는다. 떠난 지 얼마 안 가 집으로 가자고 할게 뻔하단다. 호텔도 아니고 RV에서 화장실이 불편하네 샤워를 맘대로 못하네 어쩌네 하며 즐기지 못할 것이라고 한다. 아무데서나 잘 자고 샤워를 며칠씩 안 해도 암치도 않는 남편 같은 사람은 진정 보헤미안이다. 여행은 돈과 시간의 문제가 아니라 그 사람의 성향이 더 크게 작용하는 것 같다. 나 같은 사람은 절대 집을 안 떠날 사람이고 남편 같은 사람은 평생을 떠돌아도 괜찮을 타입니다. 그러니 이젠 어디 가고 싶네 시간이 없어 못 가네 구시렁구시렁 안 한다. 대신 SNS 인스타나 핀트리스트에 올라오는 사진들을 보며 간접 즐김을 한다. 내가 가지도 못할 곳들, 가도 제대로 보기 힘들 곳들을 이렇게 잘 찍어 올려주니 얼마나 고마운가. 정말 가보고 싶은 곳을 골라 가끔씩 들여다보고 실제 가게 될 날을 상상해 보는 일도 기분 좋은 일이 되었다. 첫 번째로 가서 살아보고 싶은 곳도 점찍어 놨다. Greece의 Amorgos섬에 있는 Monastery of Hozoviotissa라는 곳이다. 앞으로는 빨려 들어갈 것 같은 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고 절벽 중턱에 홀로 있는 하얀 수도원인데 (머무를 수 있게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요기서 딱 한 달만 살아 보는 경험을 해보면 좋겠다.
내가 아프리카 세렝게티 평원이나 북유럽의 겨울 밤하늘 오로라를 온갖 고생하며 가서 잠시 보았다고 또 그 감동이 내 인생을 바꿀만한 큰 감동이었다고 해도 다시 돌아와 예전 일상이든 뒤 밖인 일상이든 어쨌든 우리는 매일 같은 일상을 살게 될 것이고 그때의 감동은 히미 해져 갈 것이다. 근데 하루에도 몇 번씩 이런 아름다운 곳을 감상하고 실제의 모습을 그려보는 행복감에 젖을 수 있으니 감사한 일이 아니겠는가. 행복은 강도가 아닌라 빈도라고 한 게 맞다. 요런 작은 즐거움을 인조이하며 그때그때 스트레스를 날려 버릴 수 있어 좋고 실제 여행을 하더라도 더 잘 즐길 수 있는 자세를 갖추게 된다. 작은 행복은 큰 행운을 부르고 어떤 상황에서도 긍정적 태도를 갖게 하는 힘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