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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시호 Feb 22. 2022

코로나 하루 10만 명 시대를 맞이하여 드는 생각들

일일 코로나 확진자가 10만 명을 넘나들고 있다. 바야흐로 코로나 하루 10만 명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하지만 이 시대는 금방 끝날 것이다. 얼마 안 있으면 하루 15만 명, 하루 20만 명 시대가 찾아올 것이기 때문이다. 최종적으로는 국민 대부분이 코로나에 걸려 면역력을 얻는 방식으로 코로나 시대는 종말을 맞이할 것이다. 이는 모두 오미크론 변이 덕분이다. 엄청난 전파력으로 인하여 코로나를 종식시키려는 세계의 노력을 꺾어 버렸고, 반강제로 위드 코로나 시대를 열었다. 이기든 지든 지독한 전쟁을 끝낼 수 있게 해 줬다는 데에서 매우 감사한 변이라 할 수 있다.


<코로나에 대한 인식 변화>

하루에 10만 명씩 확진자가 발생하다 보니 코로나에 대한 인식도 많이 바뀌었다. 이제는 코로나에 걸리면 목숨 걱정보다는 격리 걱정, 가족 걱정, 회사 걱정을 먼저 하게 되는 듯하다. 병원에서도 예전에는 누가 코로나에 걸려오면 죄인 취급하는 분위기였으나, 지금은 "걸렸어? 7일 격리!" 정도로 당연하다는 반응이 많다. 가끔은 7일간의 휴가를 보낼 수 있다는 것을 부러워하는 경우도 있다.


<코로나 증상>

코로나에 걸렸다 회복된 주변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개인별로 차이는 있지만 증상이 일반 감기 수준을 벗어나지는 않았다. 증상이 전혀 없었던 사람도 있고, 목이 칼칼한 정도에서 따끔한 정도로 아픈 것이 가장 흔한 증상이었다. 열은 없거나 미열이 짧게 지속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이는 모두 젊은 백신 접종자에 해당하는 내용이고, 미접종자나 노년층의 경우에는 증상이 심각하게 오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고 한다. 다만 오미크론 변이 발생 이후 미접종자와 노년층의 코로나 증상도 훨씬 가벼워진 듯하다. 


<코로나와 백신>

한국에는 백신은 맞지 않은 사람보다 맞은 사람이 훨씬 많은데, 백신은 오미크론을 잘 막아내지 못하는 것으로 보인다. 3차 접종까지 시행한 사람에서도 흔하게 감염이 발생하고 있다. 다만, 코로나 감염 이후 중증 방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효과가 있는 듯하다. 폐렴에 걸리면 치명적인 노년층만 폐렴 백신을 적극적으로 맞는 것처럼, 코로나 백신도 특정 고위험군에 한하여 주기적으로 접종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 전파 억제 목적으로 전 국민 백신 접종을 유도하는 것은 이제는 실효성이 없어 보인다.


<방역 정책>

코로나 시대의 종말은 언젠가 다가와야 한다. 종말의 시기를 결정하는 것은 결국 정부의 방역 정책이다. 모두가 한 번씩 코로나에 걸리고 고통받게 될 텐데, 다 같이 얼른 걸리고 후딱 끝낼 것인지 일정 기간에 걸쳐 서서히 걸릴 것인지 결정을 내려야 한다. 모든 것을 풀어버리면 종말은 빨리 올 것이고, 걸어 잠그면 잠글수록 더 천천히 올 것이다. 빠른 종말에는 많은 환자의 동시 다발적 발생으로 인한 의료 과부하가 문제가 되고, 느린 종말에는 활동 제한으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문제가 된다. 정부는 절망적인 상황 속에서 모든 것을 고려하여 그나마 나은 결정을 내려야 한다.


정치 방역이니 과학 방역이니 말이 늘 많지만, 나는 오미크론 이후로는 정부의 방역 조절 속도가 괜찮다고 생각한다. 의사 말만 듣다가는 평생 걸어 잠그고 살아야 하고, 정치인 말만 듣다가는 살릴 수 있는 사람들이 죽어 나갈 텐데, 그 사이에서 나름의 기준을 가지고 서서히 방역의 고삐를 풀어가고 있다. 의료 인프라가 감당할 수 있는 느린 속도로 오미크론 정점에 도달하고, 면역력을 갖춘 사람의 비율이 그렇지 못한 사람의 비율보다 많아졌다는 판단이 들 때, 각종 방역 정책을 완전히 해제하면 될 것이다.


<방역 정책의 변화>

저위험군에서 자가 진단 키트 양성 시에만 PCR 검사를 받게 했다. 자가 진단 키트는 PCR 검사에 비해 정확도가 낮다. 코로나에 안 걸린 사람이 키트에서 양성이 나왔다면, PCR에서 음성이 나오면 문제는 없다. 하지만 코로나에 걸린 사람이 키트에서 음성이 나왔을 때, 이 사람은 코로나를 널리 퍼뜨릴 수 있다. 물론 자가 진단 키트의 장점도 있다. 편의성이다. PCR 검사에 비해 훨씬 저렴하고 빠르다.


격리 기간이 크게 단축되었다. 처음에는 코로나에 걸리면 격리 기간이 매우 길었다. 하지만 지금은 7일로 줄었다. 사람에 따라서 여전히 코로나 전파력을 갖춘 상태로 격리가 해제될 가능성이 있는 것이다. 접촉자 격리 역시 매우 길었으나, 백신 접종 여부에 따라서 격리를 하지 않아도 되는 경우도 생겼다. 하지만 돌파 감염이 빈번하기 때문에, 격리하지 않은 접촉자 역시 코로나 전파력을 갖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이러한 방역 정책의 변화는 코로나에 대해서 많이 알게 되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일정 부분 그냥 감수하기로 한 것이다. 확진자 한 명이 발생했다고 회사 전체가 멈추고, 식당이 폐쇄되었던 과거는 돌아보면 사실 매우 불합리했다. 코로나의 위험성은 많이 약화된 지 오래이고, 추가 확진자가 발생하면서 생기는 피해보다 회사와 식당이 멈추면서 생기는 피해가 더 크다는 판단이 지금은 옳다. 코로나 위험 속에서도 허용되는 범주 내에서 일상을 최대한 유지하는 것이 개인과 사회 모두 이득인 것이다. 그러다 코로나에 걸리면 잠시 쉬고 회복하여 돌아오면 된다.


<포스트 코로나>

코로나 시대 종말 이후 우리의 삶은 어떻게 달라질까? 솔직히 예측하기 어렵다. 코로나 감염력이 5년 후, 10년 후 인간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 우리는 모른다. 오미크론에서 그치지 않고 추가 변이가 발생할 가능성도 상당하다. 아마 그 변이는 인간에게 더 적응한 형태로, 그리 위험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그래도 방심할 수는 없다. 코로나의 새로운 변이가 아니어도, 치명적인 바이러스는 언제든지 등장할 수 있다. 


또한 코로나로 인하여 상당한 변화가 발생한 보건 의료 체계의 미래에 대한 대한 논의도 발생할 것이다. 유지할 것인가, 정리할 것인가, 개편할 것인가. 정확한 미래 예측을 통한 올바른 판단이 필요하다. 원격 의료 같은 예민한 이슈 역시 반드시 다뤄져야 할 것이고, 의료 인력 및 자원 배분에 대한 장기 계획도 수립해야 할 것이다.


갑자기 찾아온 언택트 시대는 어떻게 될까? 개인적인 느낌은 사람들이 일하는 것은 계속 언택트를 유지하고 싶어 하지만, 노는 것은 컨택트를 간절히 원하는 분위기다. 그렇기 때문에 코로나가 끝나더라도 언택트는 여전히 남아있을 것이고, 컨택트와의 조화를 강구해야 할 것이다.


<코로나 푸념>

나는 아직 코로나에 걸리지 않았다. 머지않은 미래에 걸릴 것이라 예측하고 있다. 너무 늦지 않게 걸리고 싶다. 점점 코로나 감염에 대한 혜택이 줄어들고 있다. 나중에 그냥 평범한 감기 취급을 받을 때 걸려버리면 억울할 것 같다. 마스크, QR 인증 전부 귀찮다. 여전히 적응하지 못하고 있고, 빨리 끝내줬으면 좋겠다. 회식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었는데, 회식이 그립다. 친구들과 모여 1박 2일 어딘가 간단히 다녀오고 싶다. 


모든 방역 조치가 해제된 후, 병원은 어떤 모습일까? 원내 감염 관리가 이처럼 삼엄했던 적은 없었다. 병원은 코로나가 아니어도 이런 공간이긴 해야 하지만, 직원들이 버틸 수 있을까? 병원에서는 평생 KF94 마스크를 써야 하는 건 아닐까? 결국 위에서 정하는 대로 따르긴 할 테지만, 조금은 느슨하게 일할 수 있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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