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가 된다는 건 정말 남들 얘기인줄 알았는데
임신 계획이 없는 사람이라면 아마 임신부의 신체와 정서적 변화에 대해 관심을 두고 살진 않을 것이다. 나 역시도 아이가 생기기 전까진 그러했으니까. 생리가 예정일보다 사흘정도 늦어져 ‘에이, 설마’하는 마음으로 해본 임신 테스트기에 선명하게 두 줄이 올라오는 순간까지도 ‘에이, 불량품이겠지’하는 몹시 불량한 엄마였다.
임신 테스트 후 이튿날 찾아간 산부인과에서 “축하합니다. 임신 5주차예요”라는 소리를 듣고 “네? 그게 왜 5주차나 돼요?”라고 되물을 정도로 무지했다. 알고보니 임신 주수는 마지막 생리 시작일을 임신 1일차로 두고 계산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나처럼 생리가 며칠 늦어져 임신 테스트를 해볼 때면 이미 임신 4~5주차에 이르는 셈이다. 이 계산법을 중학생 때 배운다던데 나는 졸업한지 너무 오래되어 까먹은 건지, 그저 임신은 남일이라 생각해서 머리 속에서 지워버린 건지 너무나 생소한 계산법이었다.
"제가 임신을 했다고요?"
내가 놀란덴 다 이유가 있다. 몇 년전 나는 매우 크게 아팠었고, 임신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30대 초반이었던 당시 나는 결혼과 아이에 대한 생각이 없었기에 조금 슬펐지만 절망하진 않았다. 아이를 못 낳는다고 해서 내가 어디 부족한 사람이 되는 건 아니니까. (그리고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다!) 그렇게 나는 주변 사람들이 하나 둘 씩 결혼을 하고, 아이 계획을 갖고, 낳는 동안 비교적 임신으로부터 자유로운(?) 30대 직장 여성의 삶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렇게 몇 년의 시간을 보내며 나는 점점 건강을 회복했고, 나도 모르는 사이에 다시 임신할 수 있는 몸 상태가 되었다. 그 사실을 몰랐던 나는 갑작스럽게 찾아온 아기 소식에 나는 어안이 벙벙했다. 내 인생에 아이는 없었는데, 막상 임신을 하게되니 운명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렇게 나는 예비 엄마의 길을 걷게 됐다.
하지만 갑작스러운 일이었기에 준비가 부족했던 나는 임신 기간 동안 스스로를 자책하기도 하고, '아니? 내가 이렇게 될 줄 알았나!'하며 뻔뻔한 마음을 가져보기도 했다. 하지만 여전히 아쉬운 마음이 남는다. 임신과 출산에 대해 너무 무지했기에, 돌이켜 보면 조금 더 알고 있었다면 좋지 않았을까 싶다.
나의 엉망진창 임신 출산 과정을 기록해야겠다고 마음 먹은건 바로 나같은 사람들을 위해서다. 과거의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임신 기간은 힘들고, 출산은 엄청난 고통을 수반하는 이벤트 정도로만 알고있다. 아니면 가끔씩 엄마가 들려주는 “너 낳을때 어땠는지 아니?”로 시작하는 구전동화 정도로만 알고있거나.
하지만 우리는 모두 그 임신과 출산 과정을 거쳐서 태어난 존재들이다. 임신을 계획하고 있지 않더라고 누구나 임신과 출산에 대해 어느정도 알고 있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품고 부끄러운 기록을 남겨보려 한다. 임신이 그저 배가 점점 불러오다 엄마가 "으아악!"하면 아이가 뿅!하고 나오는 것 정도로 표현하기엔 너무나 다양한 변화가 매일 매일 펼쳐지는 일이란 것을 보다 많은 사람들이 알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