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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마음 약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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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볼펜똥 Feb 10. 2022

못난이 그릇

자꾸만 작아지는 당신에게 바치는 이야기






그릇을 만드는 장인이 있었습니다.  여느 때와 다름없이 그릇을 빚는 도중 장인은

자신이 만들던 그릇 하나가 맘에 들지 않았습니다. 그릇은 울퉁불퉁하고 못난 모습을 하고 있었죠.

그를 본 다른 그릇들도 못났다며 그를 못난이 그릇이라고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못난이 그릇은 의기소침해진 채 다른 그릇들을 유심히 쳐다보았죠.

역시 그들은 자신과는 달리 매끈하고 반듯한 모양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못난이 그릇이 그들을 보며 부러워 하고 있을 무렵,

장인이 그를 빤히 쳐다보았습니다.


" 도저히 못쓰겠군. 버리는게 낫겠어."


장인은 못난이 그릇을 들고, 그대로 창밖으로 던져버렸습니다.

밖으로 던져진 그릇은 이리 저리 뒹굴며 엉망진창이 되었습니다.


버려진 그릇은 망신창이가 된 자신의 모습을 보며

슬픔을 이기지 못한 채 눈물을 흘렸습니다.


그때, 새들이 찾아와 못난이 그릇 주위를 기웃거렸습니다.


"이게 뭐지? "

" 그릇인가?"

" 아니야, 그릇치곤 못났잖아, 그냥 진흙 덩어리 아닐까?"


호기심에 찬 새들은 못난이 그릇을 이리 저리 보며 부리로 쪼아대고발로 꾹꾹 밟아보았습니다.

그러다 그들은 흥미가 식자, 그릇을 두고 떠났습니다.



상처 받은 채 홀로 남겨진 그릇은 결국

울음을 터뜨리며, 숲속으로 도망갔습니다.


그렇게 그릇은 숲속을 해메다, 한 호수를 발견했습니다.

못난이 그릇이 호수 근처로 다가가자,

물결이 치며 그 자리에서 산신령이 나타났습니다.


" 아가, 왜 울고 있니? "

 

산신령의 물음에 그릇은 자신의 아픔을 토로했습니다.


"산신령님, 저는 울퉁불퉁하고 다른 그릇과는 다른 제 모습이 너무 싫어요.

제 모습을 바꿀 수 있다면, 바꿔주세요."



그릇의 이야기를 가만히 듣던 산신령은 그릇에게 한가지 제안을 합니다.


"그릇아, 조금만 더 생각해보는게 어떻겠니.

다시 생각해도 정말로 너의 모습을 바꾸고 싶다면,

그때 내가 너의 소원을 들어주마."

결국, 그릇은 혼자 남아 골똘히 생각을 해보았습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소나기가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소나기를 맞으며, 생각을 하다 지친 그릇은 그만 잠들어버렸습니다.


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숲에서 길을 잃은 나그네가 잠들어 있는 그릇을 발견했습니다.

오랜시간 길을 해멨던 그는 갈증이 일은 상태였습니다.


그는 자고 있던 그릇을 조심히 깨웠습니다.


" 그릇아, 목을 축이고 싶은데, 네 몸에 고인 빗물을 마셔도 될까?"


나그네의 말에 그릇은 흔쾌히 허락을 해주었습니다.

그릇 덕분에 목을 축인 나그네는

울상을 하고 있는 그릇의 표정을 보며

걱정거리가 있냐고 물어보죠.


이에 그릇은 자신이 버려진 이야기와

자신의 못난 모습이 밉다고 털어놓았습니다.


그런 그에게

나그네는 다음과 같이 말을 해줍니다.


" 난 오히려 너의 울퉁불퉁한 모습이 좋았는 걸?

매끈매끈한 그릇이였다면, 비가 거세게 내리는 상황에서

미끄러워서 놓치기 쉬웠을거야.

울퉁불퉁한 너의 몸통 덕에  손이 미끄러져서 너를 놓칠 일이 생기지 않았어. "


그리고 나그네가 빗물이 고여있는 물웅덩이를 가르키며 말했습니다.


"한번 네 모습을 봐! 내가 본 그릇중에 넌 정말 크고 단단한 그릇인걸?"


나그네의 말을 듣고 그릇은

물 웅덩이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물웅덩이에 비친 자신의 모습은

비록 울퉁불퉁한 모습을 하고 있었지만,

나그네의 말대로 전보다 훨씬 커지고 단단해 보이는 모습을 하고 있었죠.


그릇은 자신의 모습을 보며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그리고 나그네의 말에 울퉁불퉁한 자신의 모습도

장점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의 모습이 마음이 들기 시작했습니다.


그릇은 잠시 고민하더니, 마음을 굳게 먹은 듯

호수로 달려갔습니다.

그리고 힘차게 외쳤습니다.


" 산신령님, 산신령님! 제 생각이 바뀌었어요!

저는 제 모습대로 살아가고 싶어요! "


그릇의 말을 들은 산신령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습니다.


" 그래 아가, 너의 모습과 너만의 아픔이

너만의 장점이 될 수 있는거란다. "






혹시 이런 생각을 해본 적 있나요?


'그래, 나는 애초에 그릇이 작은 사람이야'


'다른 사람들은 삶이 평탄해 보이던데,

내 삶은 왜 이렇게 울퉁불퉁하고 굴곡진 걸까?'


아마,  살면서 이런 생각이 문득 든 적이 있을 거예요.


여기서 질문을 더 해볼게요.


" 정말로, 당신은 그릇이 작은 사람인가요? "


" 내 삶이  굴곡지다고 해서 그것이 큰 결함이 되는 걸까요?"


저는 이 두개의 질문에 대해 '아니오' 라고 답을 내리고 싶습니다.


우리의 그릇의 크기는 무궁무진합니다.

그런데도, 우리가 자신의 그릇의 크기가 작다고 여기는 것은

우리 스스로가 '나는 그릇이 작은 사람'이라고 결론 지으며, 자신의 가능성을 제한하기 때문입니다.


다양한 경험, 노력, 때로는 자신에게 닥친 고난을 이겨내며 언제든지 내면의 그릇이 커질 수 있습니다.

이리 저리 뒹굴고, 쪼이고 밟히며 아픔을 견디다, 크고 단단해진 못난이 그릇처럼요.


이러한 믿음을 가지고, 한 번 이리 저리 부딪혀보세요.

어느 순간, 여러분의 내면의 그릇은 크고 단단해져 있을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울퉁 불퉁 굴곡진 인생 역시 당시에는 큰 괴로움으로 찾아오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우리 삶의 자양분이 되어 줄겁니다.


<못난이 그릇> 이야기에서 나그네가 그릇에게 그릇의 울퉁불퉁한 몸통 덕에

손이 안미끄러지고, 물을 잘 마실 수 있었다고 말했던 것, 기억하시나요?


우리의 굴곡진 인생과 경험 역시 그릇의 울퉁불퉁한 몸통처럼 언젠가는 큰 도움이 되는

값진 경험인 것이죠.


스스로 작아지고, 스스로의 처지가 비참할 때 이렇게 생각해보세요.


'아, 내가 더 크게 되려고, 이렇게 힘들구나.

지금은 스스로가 작아보이지만, 이겨내고 시간이 흐르면,

지금보다 더 큰 사람이 되겠지.'


시간이 흐르면, 여러분은 못난이 그릇이 아닌

크고 단단한 멋진 그릇이 되어 있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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