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색무취의 평범한 상인'은 어떻게 살릴 것인가?

정책 사각지대의 평범한 소상공인


문제 정의: 왜 그들은 소외되는가?


소비 트렌드와 무관하게 사람들의 일상적 삶을 지켜주는 점포들의 가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이들은 지역 공동체의 필수적인 '사회적 인프라'이지만 정부의 정책이 '혁신'과 '성장'을 외칠수록 그 빛이 닿지 않는 그림자는 더욱 짙어진다.


바로 '무색무취의 평범한 상인'들이다. 이들은 인스타그램에 올릴 만한 특별한 콘텐츠도 지역의 역사를 담은 거창한 스토리도 없는 그저 우리 동네의 일상적 필요를 묵묵히 채워주는 상점들이다.


동네 슈퍼마켓, 세탁소, 분식집, 철물점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그들이 소외되는 이유는 명확하다. 현재의 정책 패러다임은 성장 잠재력과 혁신성을 핵심 평가 기준으로 삼기 때문이다.

평범한 상인들은 이러한 기준에서 '지원 가치가 낮은' 대상으로 분류되기 쉽다. 또한 복잡한 신청 절차와 서류 요구는 디지털 기기에 익숙하지 않은 고령 자영업자들에게 높은 진입장벽으로 작용한다.


타 부처의 공모사업에서도 으레 그랬듯이 정책 자원은 결국 목소리가 큰 사람에게 집중되거나 서류 작업에 능한 사람들에게 집중되기 쉽다.

중기부도 여기에서 벗어나기는 힘들다. 개인적인 경험으로 보았을 때 혁신이라는 트렌드에 부합하는 크리에이터들을 제외하면 타 부처의 공모사업에서처럼 서류에 능한 이들이거나 AI시대에 걸맞게 GPT 등을 활용한 사람들이 서류를 그럴싸하게 써서 제출하는 것을 보기도 했다(걸러내기는 했지만). 그렇다보니 서류에 익숙치 않은 평범한 소상공인들은 정책의 온기로부터 철저히 배제되는 리스크가 남아있다.



지원 방안: '육성'이 아닌 '안정'에 초점을 맞춘 실질적 지원


이들 평범한 상인들에게 필요한 것은 거창한 '육성'이 아니라 버틸 힘을 길러주는 '안정'이다. 정책의 초점을 '성장'과 '지속가능한 경영 환경 조성'의 투 트랙으로 전환해야 하며 각각에 맞는 실질적 지원이 필요하다.


모든 상인이 성공할 수는 없다. 중요한 것은 실패했을 때 연착륙할 수 있는 안전망이다. 일본과 미국의 사례처럼 전문가가 경영 상태를 정밀 진단하여 '재생'이 가능한 경우 맞춤형 컨설팅을, '폐업'이 불가피한 경우 질서 있는 정리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강화해야 한다.


현재의 '희망리턴패키지'를 확대개편하여 폐업 시 철거비 지원을 현실화하고 재취업이나 업종 전환을 위한 실질적인 교육 프로그램을 연계하는 것에 대한 고민도 필요하다.


모든 상인을 하나의 잣대로 평가하고 지원하는 획일성에서 벗어나, 정책 목표에 따라 명확히 구분된 '투 트랙' 접근이 필요하다.


성장 트랙 (선별적 육성): '로컬상권'이나 '강한 소상공인(라이콘)' 육성 정책은 혁신과 성장을 이끄는 동력으로서 지속되어야 한다. 다만 젠트리피케이션 방지 조치, 개발 이익 공유 시스템 도입 등 '공공성 강화' 장치를 의무화하여 정책의 혜택이 소수에게 독점되지 않고 지역사회 전체로 확산되도록 설계해야 한다.


안정 트랙 (보편적 지원): 대다수의 '평범한 상인'을 위한 정책은 별도의 핵심 축으로 설정하고 안정적인 예산을 배분해야 한다. 이 트랙의 목표는 '성장'이 아닌 '일상의 가치 보존과 지속가능한 경영 지원'이다. 경영비용 절감, 금융 접근성 개선, 실용적 디지털화 지원 등 상인들의 기초 체력을 강화하고 이들이 지역사회의 필수적인 인프라로서 역할을 다할 수 있도록 하여 상권 생태계의 허리가 무너지지 않도록 튼튼하게 받쳐주어야 한다.



증거기반 정책으로 전환도 중요하다.


정책의 성공은 정확한 진단에서 시작된다. '감'이나 '여론'이 아닌 데이터에 기반한 정책 결정 문화를 정착시켜야 한다.


이를 위해 첫째, 정책 수립 전에 현장을 정밀하게 진단해야 한다. 미국과 영국의 '속보성 통계' 구축 사례를 벤치마킹하여, 경제 충격 발생 시 소상공인에게 미치는 영향을 신속하고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는 데이터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둘째, 정책 집행 후에는 엄격한 성과 평가가 뒤따라야 한다. 매출액, 유동인구와 같은 단기적/양적 지표뿐 아니라 상권의 다양성 지수, 상인 만족도, 정책의 지속가능성 등 다면적이고 질적인 평가 체계를 도입해야 한다. 그리고 그 평가 결과를 다음 정책 수립에 투명하게 반영하는 환류 시스템을 제도화해야 한다.


미래의 중소상인 정책은 두 개의 이분법적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보호'와 '육성'이라는 낡은 이분법을 넘어서야 하고 '평범한 상인'과 '로컬크리에이터' 둘 중 하나만 택하지 않고 상생, 상호 보완될 수 있는 구조를 고민해야 한다.


최종 목표는 '다양성이 공존하는 지속가능한 지역 상권 생태계 조성'이 되어야 한다. 화려한 꽃(로컬크리에이터)과 든든한 뿌리(평범한 상인)가 함께 있어야 건강한 숲(상권)이 유지될 수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획일적인 비료를 뿌리는 대신 각 식물의 특성에 맞는 영양분을 공급하는 정교한 정원사가 되어야 한다. 각 상인의 특성과 필요에 맞는 다양한 정책 도구를 구비하고 이를 맞춤형으로 제공하는 정교한 '정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 이것이 중소벤처기업부가 나아가야 할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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