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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벼르 Mar 13. 2024

[별글] 231_ 재생

볶음밥이 먹고 싶던 어느 날

엄만 냉장고에 찬밥이 있다고 했는데

꺼내 놓고 보니 밥알이 뭉쳐서 거의 돌덩이였다

밥이 죽었다고 했더니

엄만 뒤집어지게 웃으면서

안 죽었다며 프라이팬에 물을 좀 붓고

가스불을 약하게 켜고 의기양양하게 날 봤다

이러면 된다는 말에

그 다음엔 어떻게 하냐 물었더니

믿으면 된다 했다

과연 시간이 지나자 밥은 부활했다

새로 지은 밥마냥 따끈따끈 보드라워졌다


가끔 인생이 떡 같을 때

볶음밥이 먹고 싶던 그날을 떠올린다

마음 속 엄마는 인생이 보드랍게 풀릴 여지가 있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엔 여러 일이 얽혀서 엉망진창이다

인생이 떡이라고 입을 부 내밀면

상상 속의 엄만 또 뒤집어지게 웃으면서

(엄마가 웃으면 일단 기분이 반쯤 풀린다 상상 속이어도 그 웃음은 유효하다)

책이나 음악으로 촉촉함을 좀 부으라 하고

따끈한 사랑을 전해주며 자신만만하게 날 본다

그 다음엔 어떻게 하냐 물으면

또 믿으면 된다 한다

과연 시간이 지나자 인생은 덜 개떡같아지고

새로 태어난 마냥

다시

다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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