볶음밥이 먹고 싶던 어느 날
엄만 냉장고에 찬밥이 있다고 했는데
꺼내 놓고 보니 밥알이 뭉쳐서 거의 돌덩이였다
밥이 죽었다고 했더니
엄만 뒤집어지게 웃으면서
안 죽었다며 프라이팬에 물을 좀 붓고
가스불을 약하게 켜고 의기양양하게 날 봤다
이러면 된다는 말에
그 다음엔 어떻게 하냐 물었더니
믿으면 된다 했다
과연 시간이 지나자 밥은 부활했다
새로 지은 밥마냥 따끈따끈 보드라워졌다
가끔 인생이 떡 같을 때
볶음밥이 먹고 싶던 그날을 떠올린다
마음 속 엄마는 인생이 보드랍게 풀릴 여지가 있다고 하는데
내가 보기엔 여러 일이 얽혀서 엉망진창이다
인생이 떡이라고 입을 부 내밀면
상상 속의 엄만 또 뒤집어지게 웃으면서
(엄마가 웃으면 일단 기분이 반쯤 풀린다 상상 속이어도 그 웃음은 유효하다)
책이나 음악으로 촉촉함을 좀 부으라 하고
따끈한 사랑을 전해주며 자신만만하게 날 본다
그 다음엔 어떻게 하냐 물으면
또 믿으면 된다 한다
과연 시간이 지나자 인생은 덜 개떡같아지고
새로 태어난 마냥
다시
다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