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라는 작은 사회에서

내가 옳다고 믿을수록 다치기 쉬운 이유

by 텔미베베

상사가 최근 진급에서 탈락하셨다.

주변은 모르겠지만 본인은 당연히 될 것이라 믿었다.

상사는 과거 누구도 가기 싫었던 곳에 투입된 적이 있었다.

문제는 잘 해결되었지만,

멘탈 강한 그분조차도 정신과 치료를 받을 정도로 후유증은 컸다.

이렇게 헌신했으니 보상이 돌아오는 걸 기대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그러나 승진 명단에 그분의 이름은 없었다.

아이러니한 건, 과거 그 자리에 투입을 권유했던 분이 이번 인사의 중심에 있었다는 사실.

상사는 심한 충격에 처음에는 현실을 부정하다 이제는 특정인을 향해 분노를 쏟아내고 있다.

그분께 여러 이야기를 들으며 내 마음은 복잡해졌다.

분노와 억울함을 느끼는 건 당연하다.

그러나 이런 생각도 스쳐 지나갔다.

'그분이 이야기하는 정의도 결국 본인이 옳다고 믿는 기준일 뿐인 건 아닐까.'


인간은 객관적이려 하지만 생각과 행동은 결국 자기중심적일 수밖에 없다.

그리고 때로는 억울함을 견디기 위해 뇌가 스스로의 이야기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이건 나를 짓밟기 위한 의도야'라는 서사가 만들어져야 비로소 스스로 버틸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게 진실이든 아니든 이분이 그렇게 믿으면 이분에겐 그게 사실이 된다.

당장의 고통에서 살아남기 위해 뇌가 써내려가는 일종의 방어본능일 것이다.


나는 지금 이 상황이 의도된 것인지 우연인지는 알 수 없다.

정말 상사를 밟으려고 빼버렸을 수도 있고,

더 성과가 뛰어난 분들이 많았을지도 모른다.

그게 어떤것이든 이미 결과는 나왔고 돌이킬 수 없다.

비록 공정하지 않았다 치더라도 그게 세상이고 조직이고 인간들이다.


상사를 존경하고 좋아하는 입장에서 안타깝다.

진급이 안되신 것도 그렇지만,

평소 그렇게 합리적이셨던 분이 이렇게까지 무너지신 게 놀랍고 마음이 아프다.


자신을 위해서라도 어서 잊는 게 정답이겠지만,

이런 공자님 같은 소리는 별로 도움이 안 된다는 걸 안다.

나야 이렇게 관찰자 입장에서 쓰고 있지만

내가 그 입장이 되어도 이렇게 냉정하게 상황을 바라볼 수 있을까?


아무튼 오늘 새삼 느낀 것들

세상사가 그렇지만 조직 내에서도 인간관계는 중요하다.

그러나 인간관계는 내가 통제할 수 없다.

그러니 영혼기를 쭉 빼고 내 일이나 잘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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