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안희연 시인의 시집을 필사하는 중이다. 시집의 제목은 『너의 슬픔이 끼어들 때』. 한 편의 시를 하루에 열 번씩 필사하고 있다. 특별히 안희연 시인을 좋아한다거나 이 시집을 좋아한다거나 그런 건 아니다. 그저 필사할 시집을 고르다 우연찮게 『너의 슬픔이 끼어들 때』가 눈에 들어왔다. 왜인지는 잘 모르겠다. ‘슬픔’이라는 단어가 들어간 제목 때문이었던 거 같기도 하고, 고개를 숙인 채 작은 조개껍질인지 조약돌인지를 집고 있는 누군가를 포착한 표지 때문이었던 거 같기도 하다. 아무튼 시집을 펼치기 전 첫 느낌은 뭔가 굉장히 서정적인 시들이 담겨 있을 것 같다는 거였다. 내 예상이 빗나갔는지 맞았는지는 말할 수 없다. 왜냐하면 지금까지 읽은(필사한) 시를 거의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시가 정말 어렵다는 걸 다시 한번 절감했다. 분명 아름다운 문장들이긴 한데 무슨 말인지 알아먹을 수가 없다. 외계어 같다고 생각했다. 나름 시와 친해져 보려고 산 건데 아직까지는 친해지지 못했다. 한 백 번 필사하면 이해할 수 있으려나. 아니면 시라는 건 공부하듯이 탐구하면 알 수 없는 존재인가. 지금은 시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느낌이다. 우리 교수님은 시처럼 쉬운 게 어디 있냐고 하셨는데, 그건 시인인 교수님 입장이고 나한테는 사람 마음만큼이나 어렵다. 그래도 끈기를 가지고 마지막 시까지 필사하고 김수이 문학평론가의 해설을 읽으면 조금이나마 가까워지겠지. 부디 그러길 바라본다. 이 시집을 완독 한다고 뛰어난 시를 쓸 수 있는 건 아니겠지만, 시라고 말할 수 있는 걸 써볼 수 있게라도 됐으면 좋겠다. 교수님과 학우들한테 성장했다고 칭찬 한 번 들어보고 싶기 때문이다. 스스로도 굉장히 뿌듯할 거 같다. 일단은 꾸준함을 이기는 건 없다고 하니 언젠가 올 그날을 기다리며 계속 필사해봐야겠다. 꼭 부끄럽지 않은 시를 브런치에 올릴 수 있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