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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팽이 Apr 24. 2022

<우리들의 블루스> 5회가 불편했던 이유

이제는 임신 중지에 대한 죄책감을 그만 부여할 때

  단도직입적으로 말하겠다. 어제 방영한 <우리들의 블루스> 5회는 많이 불편했다. 임신 중지에 대한 과도한 죄책감을 부여하려는 의도가 역력해 보였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낙태도 살인이다.’라는 프레임을 공고히 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이미 사회는 임신 중지에 대한 죄책감을 여성들에게 강요하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굳이 죄책감을 더 자극할만한 내용을 드라마로 내보냈어야 했을까 하는 의문이 든다. 2022년 드라마라면 낙태죄 폐지가 됐음에도 불구하고 여성들이 여전히 안전하게 임신 중지하지 못하고 건강보험 적용을 받지 못하는 현실을 더 구체적으로 다뤘어야 했다. 그런데 <우리들의 블루스>가 한 선택은 이미 두려움과 괴로움에 몸서리치는 영주(노윤서)에게 태아의 심장 박동 소리를 들려주는 것이었다. 아직 어린 청소년이 임신 중지를 하러 왔는데 의사가 신뢰를 주지는 못할망정 그런 폭력적인 행동을 한다는 게 개연성 측면에서도 어이가 없었다.

     

 이뿐만이 아니다. 현(배현성)의 태도도 문제다. 현(배현성)이 아직 청소년이라 대응방식이 미숙할 수 있다고 치더라도 제대로 책임질 자신도 없으면서 자꾸 영주(노윤서)를 흔든다. 자꾸 영주(노윤서) 말마따나 ‘독한 년’을 만든다. 이럴 때 남자 친구가 해야 할 바람직한 행동은 신속하고 안전하게 임신 중지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안정을 취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일 것이다. 막말로 본인이 낳을 것도 아니지 않은가. 게다가 성차별적인 사회에서 평등한 책임이라는 게 가능하기는 한가.

     

 드라마를 보면서 가슴이 답답해지는 경험을 오랜만에 했다. 재밌게 보던 드라마라 실망이 더 크다. 부디 시대착오적인 드라마가 이제는 그만 나오길 바라본다.



* 드라마 6회를 보기 전 쓴 글입니다. 기사를 보니 6회에서 현(배현성)이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도 없이 "애 낳고도 잘 살 수 있어. 그 선배한텐 아마 나 같은 남자가 없었을걸."이라는 말로 영주(노윤서)를 안심시켰더군요. 5회를 봤을 때도 왠지 그렇게 이야기가 흘러갈 거 같았지만 많이 아쉽네요. 현(배현성)이 말로만 책임지는 캐릭터가 아니길 바라봅니다. 이 선택으로 영주(노윤서)가 너무 많은 것을 포기하지 않았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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