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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달고나 Nov 18. 2023

폐암이라고 다 죽는 건 아니더라

폐암이 고마울때도 다 있네

어릴땐 폐암이라고 하면 다 죽는 줄 알았다. 폐암은 담배만 안 피면 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가족력이 없으면 괜찮을 줄 알았다. 하지만 폐암 진단을 받고 나의 상식이 깨졌다.

한동안은 실감하지 못했다.



'내가 폐암 환자라고? 생각보다 살만한데?'

아픈 기색도 없이 수술 후에도 겉보기엔 일반인과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한동안은 집에 틀어박혀서 몇개월 동안 놀기만 했다.

이런 내가 생각을 달리하게 된 일이 있었다.

(대전에서 아팠던 일)


그때 비로소 깨달았다. 내가 아픈 사람이 맞다는 것을.

내가 폐암 환자라는 것을 완전히 받아들였다.

그때 이후로 나는 더 자주 죽음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었다. 

죽기 전에 해보고 싶은 건 다 하고 죽어야 아쉽지 않을 것 같았다.

삶에 대한 욕심이 더 커지게 된 것이다.


나는 위생, 감염, 청결에 대해서 더 철저하게 신경쓰게 되었다.

한국의 의료보험에 감사함을 느꼈고, 더 나아가 한국에서 태어난 것만으로 감사하다고 생각했다.

잘 생각해보면 폐암으로 인해 더 오래살 가능성이 생긴 셈이다.

정기적으로 혈액과 흉부 ct검사를 하면서 몸에 이상이 없는지 확인하기 때문.

이쯤되면 개인 주치의가 생겼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평소에 늘 가늘고 길게 살고 싶다고 입버릇처럼 말하고 다녔다.

말이 씨가 된다고...아프면서 오래살게 되어버렸다.

하지만 내가 폐암이라는 질병을 앓게 된 것이 전화위복이 되었다.

폐암진단금과 치료비로 보험금을 받게 되었고, 보험금으로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삶이 나에게 준 특별한 기회인 셈이다.

누군가는 폐암을 저주라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폐암을 낫게 해주지는 않는다.

폐암 재발이 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지만 부정적인 사고로 인한 스트레스가 원인인 경우가 많다고 한다.

긍정적으로 생각하는 환자의 경우 재발률이 현저히 낮았고, 건강도 좋아졌다고 한다.

폐암뿐만이 아니라 대부분의 삶에서 긍정성이 주는 효과는 이미 증명이 되었다.









폐암은 나에게 다양한 삶에 대한 기회를 줬다.

죽음에 대해 생각할 기회, 삶을 다시 살아 볼 용기, 하고 싶은 것을 찾을 수 있는 시간, 가족과 함께할 수 있는 시간, 배우고 싶은 것을 배울 수 있는 돈, 감사함을 느낄 수 있는 마음의 여유, 스스로에 대해 알아갈 수 있는 시간, 주변 사람에서 더 나아가 세상에 좋은 가치를 줄 수 있는 기회.


폐암 7년차가 된 지금, 나는 앞으로 사람들의 삶에서 희망, 용기 그리고 긍정성을 주고싶어졌다.

조금 더 일찍 발견하게 되어 삶을 유지할 수 있게 된 것은 아마 사람들에게 가치있는 일을 하라고 주어진 삶이 아닐까 생각한다. 내 삶이 누군가에겐 위로가 되고 용기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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