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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율란 Dec 03. 2022

어떤 기다림을 하고 있는가

12월 크리스마스 준비


어둠이 빨리 찾아드는 하루들 속에 12월은 또 기다리지 못하고 찾아왔다. 슈퍼마켓에 나가보니 크리스마스 장식들이 이제 때가 됐다는 듯 자리를 깔고 사람들을 맞이한다. 소나무, 잣나무 갖가지 침엽수들이 축제에 사용되길 바라며 숲 속 향을 가져와 뿜어낸다.


덴마크어로 크리스마스는 율 (Jul)이라고 한다. 고대 노르웨이 어인 ‘축제’라는 뜻의 ‘Jól’에서 유래되었다고 한다. 덴마크에서는 메리크리스마스라는 인사 대신 ‘God Jul’ ‘Glædelig Jul’이라고 인사한다. 크리스마스는 덴마크에서 가장 큰 가족들과 함께 보내는 명절이며 12월은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내는 장식들과 전통들로 가득하다.



12월 기다림을 시작하자.

덴마크에서 12월에 ‘시작’해야 하는 일들이 있다. 그것은 바로 ‘기다림’. 12월 1일부터 하루하루를 기다림으로 채운다. 이곳에서는 기다림의 리추얼과 전통들이 기다림을 증폭시킨다. 그중 하나는 율르켈린더(julekalender)라고 부르는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달력이다. 율르켈린더는 여러 방면으로 활용된다. 날짜가 새겨진 촛불을 켜서 그 하루를 태우고, 아이들은 달력의 날짜가 가리키는 날에 열 수 있는 작은 선물들 받는다. 그리고 TV에서는 율르켈린더 프로그램이 시작된다. 그렇게 정해진 하루의 분량만큼 하루하루를 열어본다. 그 기다림으로 12월의 추운 겨울을 훈훈함과 기대로 채운다.


크리스마스 촛불에 불이 붙여지고 꼭 하루만큼만 태워 내야 한다. 24개의 초콜릿 상자에서 하루만큼의 초콜릿을 꺼내 먹는 율르켈린더 초콜릿 상자도 인기 있는 선물이다.



어떤 기다림을 하고 있는가.

크리스마스를 기다리는 덴마크 사람들의 전통과 의식들 속에 있는 기다림을 보게 된다. 우리 모두는 무엇인가를 기다리면서 산다.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우리는 무엇인가를 향해 그리고 때때로 그것이 우리에게 오기를 기다린다. 그 기다림은 지루한 것일 수도 있고, 오든 말든 나와는 별 상관없이 느껴지는 것 일수도 있고, 두려운 것일 수도, 기대에 찬 설레는 것일 수도 있다. 12월의 기다림처럼 나의 기다림이 하루하루가 소중하게 쌓이는 셀레는 기다림이었으면 좋겠다.

그 기다림이 어떤 대상이든지.


활짝 꽃피는 날을 기다린다.


여러 가지 갖가지 장식이 있지만 유독 눈에 들어오는 크리스마스 장식이 있다. 히야신드(Hyacinth)라는 양파 모양의 뿌리를 가진 화분 하나를 샀다. 12월 초에 사면 크리스마스가 될 즈음 이 녀석은 꽃을 피운다. 이곳에서는 이 꽃을 선물하는 전통도 있다. 예쁜 유리병에서 기다림으로 자신을 키워나가는 녀석. 화분을 하나 사고 나는 나 자신에게 선물하기로 했다. 그 꽃피는 것을 기꺼이 보고야 말겠다는 신념을 가지고. 기다림으로 하루를 채워 나가다 보면 꽃이 필날이 약속이 되어 있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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