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를 끝내고 또 무언가 끝을낼 것이 뭐없을까 기웃거리다 간밤의 수고를 끝끝내 포기해야겠단 말이 귀에 들어왔다.
작은 수고로움도 그들의 땀과 노력이었을테고 그것이 헛되이 무용되어 버려졌을때의 기분을 잘 안다. 그래서 괜스레 창고를 이곳저곳 구석구석 들여다보고 상상해 봤다. 딱 적당해 보이는 것이 눈에 들어와 넌지시 의견을 내보니 의외로 반응이 좋다. 오랜만에 작게나마 쓸모 있는 사람이 된 듯 기분이 좋아진다. 업된 마음에 또 너무 오버할까 싶어 괜히 빠진 것은 없는지 놓친 것은 없는지 더 차분히 훑어본다. 진정되고 보니 비 한 방울 오지 않는 날씨에 한 꼬집 짜도 물이 나올 정도로 땀에 젖어 꼬질꼬질한 몰골이 보였다. 이젠 누가 봐도 나이가 눈에 띄게 들었음이 느껴진다. 나이듦이 마냥 서글프지도, 불안하고 조급하지도 않은 묘한 안정감이 드는 참으로 기묘한 날이다.
오랜만에 마주한 동료들은 어색함과 불편함이 섞여선뜻 자리를 함께하지 못하고 맴돌았다. 어떤 이는 일 년 만의 조우였고 어떤 이는 몇 달만의 조우였다.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 할 수 있는 일들을 하며 각자 맡은 바를 열심히 해 온터였다.
문득 불편함을 망각하고 먼저 건넨 시답잖은 농담에 어느새 한두 마디는 손뼉을 마주하고 간식을 주고받으며 편한 장난이 오간다. 그들의 행동은 그대로였지만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편안함이 느껴졌다.
매번 거부당했다 생각했던 사소한 의견들이 소소하게나마 받아들여졌다 싶어 꽁해있던 감정의 골이 한 겹 엷어졌다.
천천히, 찬찬히, 멀리서 관망하듯 둘러본다.
사물의 쓰임을 달리 바라보고 필요에 맞춰 사용하고 보니 사람이 달라 보인다. 그동안의 꼬인 감정과 불편함도 조금은 달리 보인다. 신기하게도 사물은 비틀어 달리 보면 새로운 아이디어에 닿고, 사람은 비틀어 달리 보면 곡해하고 척을 진다. 시간이 들더라도 꼼꼼히 들여다보고 다른 각도로 생각하면 사물은 새로움에 연결되고 어딘가에 그 쓰임이 닿는다. 반면에 사람은 한발 물러서 적당한 거리감을 두고 관망하듯 온도를 유지하며 바라보면 그제야 필요에 맞는 연결이 유지된다.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은 관계 속에서 새로움이 만들어진다.
비슷하지만 또 찬찬히 보면 닮은 구석이 하나도 없는 쌍둥이 남매를 바라보는 기분이다. 그래서인지 왠지 모를 묘한 감정이 기분 좋은 피곤함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