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베스트 순간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댓원츠
세상에 이런 영화는 없었다!
라고 놀라게 되는 창의적인 영화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댓원츠"
몇 초의 예고편을 보고 '꼭 봐야지' 하고 재개봉을 노렸다 챙겨본 영화.
와~~~ 정말 놀라울 뿐이다.
인간의 상상력이란, 상상을 완벽하다 싶을 만큼 재현해 내는 솜씨란~
내용을 한 문장으로 요약하자면 미국으로 이민 간 중국인 양자경네 가족을 중심으로 펼쳐지는 다중 우주 이야기다. 양자경은 희한하고 요상한 행동이 버스 점핑의 요인이 되어 다중 우주로 곧장 날아갈 수 있는 비법임을 알게 되고 그때부터 요리조리 좌충우돌 모든 곳에서 모든 역할로 살아보게 된다.
난 성룡 영화 같네, 화양 연화 같네, 라따뚜이 같잖아! 할 뿐이었지만 다중 우주의 각각의 장면들이 모두 예전의 영화를 패러디 했다고 한다. 그런데 정말 이상한 건 양자경이 패스트푸드점 점원으로, 성공한 배우로, 손가락이 핫도그였던 시절 레즈비언으로, 유명한 음식점의 쉐프로 등등 살아가는 걸 본 걸 뿐이지만 나도 다중 우주에서 생각지 못한 그 모든 모습으로 살고 있구나 라는 마음이 들면서 '아~~~ 아쉬운 게 하나도 없구나.' 하고 마음이 꽉 채워지는 진귀한 경험을 했다.
이 생이 한번 뿐이라는 생각은 살아가는데 약이 되기도 독이 되기도 하는 것 같다. 소중하게 순간순간 살아야겠다는 결의? 원하는 걸 꼭 이루어야 의미가 있다는, 이루지 못 할 시에는 패배라는 이분법의 함정이 늘 도사리는 세상에서 헤매고 있다. 원하는 걸 이뤘다 하기까지는 시간이 오래 걸리고 그 즈음 잘 못 왔다는 걸 깨닫게 되버리면 돌이킬 수 없기 때문이다. 돌이킬 수 없는 마음이 주는 허무함. 그래서 모든 게 허무하다고 말하게 되는지도 모른다.
그러나 다중 우주에서 각각의 내가 다양한 모습으로 살고 있으니 나는 여기서 조금 쉬어가도 된다. 그리 굳은 마음을 먹지 않아도 되고 실수해도 괜찮고 내 앞에 있는 걸 좀 더 집중해서 사랑하느라 시간을 보내도 여유롭다. 앞으로 가지 않고 헤매도 괜찮다. 딱히 무얼 이루어내지 않는 나여도 괜찮다. 다른 곳에서 난 다르게 살고 있을 테니까. 내 분신처럼 느껴지는 나의 무수한 조각들이 생명을 갖고 개성을 발휘하면서 살아가고 있을 테니까. 한없이 위로가 되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나도 모르게 재밌다고 깔깔대다 나도 모르게 눈물이 흘러내려서 닦아내기 바빴다.
'한 줌의 순간'
한 줌이라 귀하기도 하고 흘려보내도 된다. 흘러가버린 건 어쩔 수 없다. 제대로 흘러가게 해야지. 귀한 순간만 잘 포착해서 감사해도 된다. 스스로 귀한 순간을 포착하지 못 한다면 사랑하는 사람이 해 주면 된다는 생각이 든다. 엄마를 사랑하는 내가 엄마의 베스트 순간을 펼쳐서 보여주고 싶다. '엄마 인생도 이리 오색찬란하잖아!' 라고 말이다. 나도 일상에서 만나는 딸이 아니라 카메라를 잘 들이대는 예술가로 당분간 엄마 곁에 서 있겠다고 마음을 먹는다. 4월 한달간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