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일을 챙겨주기 위한 친구의 물음에 장바구니에 담아뒀던 주방 용품 링크로 답했다. 그렇게 피자팬과 오븐 장갑을 손에 넣었다. 뭘 해볼까 고민하다가 저당 초코 그래놀라에 도전한다. 오버나이트 오트밀을 먹겠다고 충동적으로 구매했던 코코아 파우더와 오트밀이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있는 재료를 잘 활용하는 게 자취 살림의 기본이니까. 레시피를 이것저것 찾아보니 생각보다 간단해 보인다. 사실 레시피 찾는 시간이 요리 시간보다 더 오래 걸렸다.
<저당 초코 그래놀라>
1. 마른 재료(오트밀, 무설탕 코코아 가루, 소금 약간)끼리 잘 섞는다.
2. 액상 알룰로스와 올리브유를 넣고 섞는다.
3. 맛을 보며 너무 달면 오트밀을, 안 달면 알룰로스를 추가한다.
4. 에어프라이어에 150도 10분 구워주고, 뒤섞고 판판하게 누른 다음 10분 추가로 구워준다.
(굽는 시간은 양에 따라 조절 필요)
5. 완전히 식혔다가 적당히 부숴서 밀폐용기에 넣어 냉장 보관한다.
굽고 식히는 것까지 시간이 많이 걸리는 것 같지만 그때에 다른 일을 할 수 있기에 시간의 효율이 있다. 작은 팬으로 한번 해두면 꽤 여러 번 먹을 수 있다. 혼자 살림을 돌봐야하는(이라고 쓰고 게으른) 1인 가구에게는 시간의 가성비도 중요하다. 그래놀라를 굽다 보면 고소하고 달큼한 향이 그윽하게 방을 채워 기분까지 덩달아 좋아진다.
몇 년 전, 건강 검진에서 '공복 혈당 장애'라는 결과를 받고서부터 혈당에 관심을 갖게 됐다. 병원에서는 국가 건강 검진은 수치를 엄격하게 판단하기에 이런 결과가 나왔을 뿐 큰 이상은 없다고 했다. 다행이었지만 20대임에도 혈당에 문제가 있다는 말이 적잖이 충격이었다. 평소 달콤한 간식으로 스트레스를 푸는 편이기에 더욱 그랬다. 그 후로 관심을 갖고 관리를 했다기보단 죄책감을 안은 채로 똑같이 달콤한 것들을 먹어 왔다. 그러던 차에 최근 들어 많은 저당 간식과 레시피가 등장했다. 그래서 요즘에는 되도록 대체당을 사용하려 노력한다.
대체당에 대해서는 여러 논란이 있다. 장기적으로는 장내 미생물총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아직까지 대체당에 대해 확실한 답을 내리기 어렵다는 것이 현재까지의 입장인 듯하다. 설탕을 섭취하는 것보다는 혈당 측면에서 확실히 도움이 되기에 사용하고 있다. 설탕을 대신하는 것이고, 아직 검증이 완벽히 되지 않은 것이기에 자제하면서 먹으려고 한다.
저당 초코 그래놀라는 이질감 없이 맛있고, 그릭요거트에 곁들여 먹으면 포만감도 있어서 저당 간식 레시피에 관심을 갖게 됐다. 몇 가지 더 시도해 봤지만 아직까지 성공한 건 없다. 초코가 배어나는 초코 퍼지바 레시피를 발견하고는, 틀이 없어서 내열 유리 용기에 담아 납작한 초코 퍼지 머핀을 만들었다. 진한 초코맛을 느끼고 싶어서 듬뿍 넣은 코코아 파우더는 생각보다 썼다. 계란, 바나나, 코코아 파우더, 알룰로스만으로 만드는 브라우니를 만들어 봤다. 모양은 제법 그럴싸했지만, 푹 익은 바나나를 사용하지 않은 탓인지 뭐라 형언할 수 없는 퀴퀴한 맛이 났다. 재료들을 넣고 섞기만 하면 되는 초코 치아푸딩에도 도전했다. 치아시드의 맛이 너무 강해서 입맛이 뚝 떨어졌다.
성공한 것보다 실패한 게 더 많지만, 디저트를 비롯한 음식들을 저당으로 바꾸려고 시도하는 데에 의의를 두려고 한다. 80살까지 디저트를 즐기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