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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혼부부 첫 달 식비

식비를 아낄 수 있었던 이유

by 초록

식비 476,113원

간식비 107,980원


1인 가구에서 2인 가구가 됐다. 두 명이라 밥을 차리는 보람이 조금 더 있지만 여전히 소분을 해야만 가성비가 나온다. 장을 볼 때도 재료에 따라 나누어 장을 봐야 저렴하다. 얼릴 수 있는 고기나 빵은 코스트코에서 대량으로 사서 두고두고 먹는다. 야채나 과일은 동네 마트에서 필요할 때마다 조금씩 사다 먹는다. 향신료 종류는 쿠팡에서 시키는 게 제일 싸다. 돈이 가장 많이 드는 건 배달 음식을 시켜 먹을 때이다. 어지간해서는 만드는 게 가격도 맛도 좋다.


식비와 간식비에는 각자 약속에 나가서 사용한 외식비용도 포함되어 있으니 비교적 적게 든 셈이다. 이번 달에는 일이 바빠 거의 약속이 없었다. 외식이나 배달 음식 주문도 많이 하지 않았다. 무엇보다도 양가에서 보내주신 음식들이 절약에 큰 도움이 됐다.


둘이 되니 냉장고에 양가의 마음이 모인다. 이번 달은 양가에서 전복, 마늘종 등의 식재료와 김치, 제육볶음, 장조림 등의 반찬을 보내주셨다. 너무 많아서 다 먹지 못할 때도 있지만 대체로 요긴하게 쓰인다. 식재료 계의 명품은 직접 기른 농산물, 집 된장, 직접 담근 김치, 방앗간에서 짠 참기름과 같은 것들이라고 생각하기에 양가에서 오는 음식들이 반갑다. 합리적으로 단가를 맞춰야 하는 기성품과는 다르게 필요 이상으로 좋은 것들을 고르고 고른 것이니 진정한 명품 아닐까? 직접 기른 농산물은 어찌나 싱싱한지 놀랍도록 오래간다.


주말 아침에 택배가 도착했다. 직접 농사짓고 담가 보내주신 열무김치와 갓김치, 갓김치와 어울리는 삼겹살, 농사지으신 감자, 알이 굵은 무농약 블루베리, 한 입 크기로 나누어진 누룽지, 건망고 한 봉지까지 시어머니의 마음이 올망졸망 담긴 택배가 귀엽다.


피곤한 몸을 이끌고 직장에서 돌아온 어느 날, 남편 없이 홀로 먹는 밥상 치고는 품이 많이 들지만 남은 섞박지와 묵은지를 넣고 푹 끓여 들기름 묵은지 지짐을 만들고 시어머니께서 보내주신 삼겹살도 굽는다. 시어머니의 갓김치에 엄마가 보내준 양파로 담근 장아찌까지 곁들이면 사치스러운 한상 차림이 완성된다. 한 상 차려 든든히 먹으니 비로소 기운이 난다. 내 입에 딱 맞는 맛과 그 안에 담긴 여러 사람의 정성이 나를 달랜다. 사 먹는 음식으론 채울 수 없는 무언가가 집밥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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