솥밥은 어려운 요리라고만 생각했는데 친구가 1+1으로 샀다며 나눠준 작은 솥 하나를 받은 것을 계기로 솥밥에 빠졌다. 저렴한 솥이지만 손잡이가 없고 바닥이 미끄러워 가스레인지에서 조금 굴러다니는 것(?) 빼고는 단점이 거의 없다. 블로그나 유튜브에서 보면 다들 비싼 솥을 쓰던데 비싸지 않아도 밥맛은 좋았다.
솥밥 예찬을 하자면, 생각보다 요리하기 어렵지 않으면서도 그럴싸하다는 것, 재료만 바꾸면 새로운 메뉴처럼 느껴진다는 것이다. 단점이라면, 맛있어서 자꾸 먹다 보니 탄수화물을 너무 많이 먹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럴싸하다는 장점 때문에 손님상에도 솥밥을 내놓곤 한다.
어느 날 어린이 손님들이 집에 왔다. 친한 언니와 아들들이었다. 갑작스러운 등장에 소고기 버섯 솥밥, 수육, 브로콜리 두부 무침 등을 급하게 차려냈다. 맛있게 먹어주니 기분이 좋았다. 나중에 아이들의 아버지로부터 그날의 후기를 듣게 됐다. 집에 돌아온 아들들에게 뭐 먹었냐고 물었더니 7살인 큰아들이 메뉴를 말해주면서 아빠에게 건강식은 아닌 것 같다고 말했단다. 이야기를 들으며 ‘음식이 짰나? 간을 적게 한다고 한 건데..’ 고민하던 찰나에 해석을 덧붙여줬다.
" 00이는 건강식은 맛없는 음식이라고 생각하는데, 맛있어서 건강식이 아니라고 생각한 것 같아요. 음식이 맛있었나 봐요."
추석 때는 친정에서 솥밥을 했다. 부모님, 언니네 부부, 우리 부부까지 6명이라 파티웍을 사용했다. 무조건 맛있게 먹어주는 남편과 달리, 내가 만든 음식을 좀처럼 맛있다고 하지 않는 가족들에게 솥밥을 해주려니 긴장이 됐다. 2인분 이상은 처음 해보는 것이었고, 파티웍도 처음 써봤으며, 실패한다면 아까울 크고 실한 전복이 주재료라는 점이 좀 부담스러웠지만 그동안 솥밥을 해주겠다고 큰소리를 쳐둔 게 있어 오전 7시에 일어나 전복 솥밥을 만들었다. ‘네가 한 음식은 보기에는 좋아도 맛은 별로였는데, 오늘은 맛있네’ 웃어야 할지 화내야 할지 헷갈리는 아빠의 솔직한 평이었다. 전복 솥밥에 엄마와 언니가 끓인 꽃게탕까지 더해 맛있는 한 상 차림이었다.
솥밥은 혼자보다는 사람이 많을수록 더 먹기 좋은 메뉴다. 한솥밥을 먹으니 사위들까지도 진짜 식구가 된 것 같다. 긴 연휴로 인해 놀러도 다니고, 여러 가지를 했지만 어쩐지 함께 밥을 먹을 때가 가장 가족 같았다. 마냥 편하지만은 않았을 텐데 함께 시간을 보내주고 여러모로 애써준 형부와 남편에게 고맙다. 처가에서 긴 시간을 보내며 피곤했는지 밤마다 곤한 잠에 빠져들었던 남편이 귀엽고도 짠하다.
<전복 솥밥 레시피>(2인분)
1. 쌀을 씻어 30분~1시간 정도 물에 불린다.
2. 프라이팬에 손질한 전복에 마늘과 버터, 소금을 약간 넣어 볶고 빼둔다.
3. 솥에 전복 내장, 올리브유, 맛술을 넣어 비린내가 날아갈 때까지 달달 볶는다.
* 전복 내장은 믹서기에 갈거나, 가위로 잘게 자른다.
4. 3에 불린 쌀과 버터, 꽃게 액젓을 넣고 고루 섞이도록 적당히 볶는다.
* 꽃게 액젓 대신 참치 액젓, 코인 육수 등을 넣어도 된다.
5. 1에서 불리기 전의 쌀과 같은 양의 물을 넣어 잘 섞어준 뒤 바글바글 끓을 때까지 기다린다.6. 바글바글 끓으면 불을 중약불로 줄이고 뚜껑을 닫아 10-12분 끓여준다.
7. 뚜껑을 열어 밥이 익었으면 불을 끄고, 쪽파나 부추를 깔고 볶아둔 전복을 올린 후 뚜껑을 닫아 10분간 뜸을 들인다.
* 곁들일 양념 간장은 마늘, 파나 부추, 간장, 맛술, 물, 고춧가루를 넣고 너무 짜지 않게 취향껏 만들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