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디지털 노마드가 전하는 리얼 일상 스토리
유럽 생활을 하며 꽤 많은 디지털 노마드들을 만나봤다. 그들과 대화하며 알게 된 점은 대부분의 노마드들은 내가 상상했던 노트북만 들고 매번 새로운 여행을 떠나며 낭만 있는 삶을 사는 생활과는 달라보였다. 무엇이 달랐는가.
여기서 디지털 노마드란 용어를 한 번 생각해 보면 좋을 것 같다. 노마드(Nomad)란 일정한 거주지가 없이 주기적으로 새로운 장소로 이동하며 생활하는 유목민과 같은 사람들을 의미한다. 즉 디지털 노마드는 디지털 기기만 있으면 장소에 제약을 받지 않고 이동할 수 있는 노마드들을 말한다. 그래서 우리가 디지털 노마드를 이야기할 때, "아, 너는 한 곳에 오래 머물지 않고 계속 다른 곳으로 이동하는 거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하지만 정말로 "완전한 디지털 노마드는 존재하는가?" 라는 의문이 든다. 실제로 전 세계를 여행 다니며 일한다며 이상적이라 생각할 수 있지만, 이 유형은 현실적인 제약들도 많다.
1. 재정적 불안정
쉽게 말해 완전한 디지털 노마드는 비용이 많이 든다. 즉 꽤 괜찮게 버는 게 아니라 적당히 버는 정도라면 사실 쉽지 않다. 단기 숙박은 장기 숙박보다 훨씬 비싸고 구하는 것도 쉽지는 않다. 거기다 일반 여행용 숙소를 구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충분히 일에 집중할 수 있는 근무환경을 갖춘 방, 더운 나라라면 냉방시설, 취사시설 등등 고려해야하는 점들이 많다. 물론 '난 누울 곳만 있고 일은 코워킹 스페이스에서 할거야'라고 한다면 가능하겠지만 코워킹 스페이스도 상당히 비싸다. 뿐만 아니라 이동비용에 수화물 비용까지 고려해야 한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한적한 시골로 간다면 저렴할 수 있겠지만 인터넷 환경이 불안정할 수 있고 마트가 멀다면 결국 차를 렌트해야하는 데 모든 게 다 돈으로 연결된다.
그렇다고 불가능하다고 생각하진 않는다. '나는 저축 안 해도 돼. 버는 대로 다 여행하며 쓸 거야'라는 생각하는 열정넘치는 젊은 층이라면 말리지 않는다. 더 많은 경험을 쌓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다면 오히려 난 장려할 것 같다. 실제로 내가 만난 완전한 디지털 노마드를 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20대들이었다. 본인의 자산 관리를 어떻게 할 것인지에 따라 달린다.
2. 비자
유럽에 있기 때문에 유럽을 기준으로 말해보려 한다. 특히 비 EU권 사람들에게 해당되는 얘기인데, 유럽에서 합법적으로 거주하고 일을 하기 위해서는 비자문제는 꼭 고민해야한다. 이런 사람들도 있다. 여행비자로 3개월이든 6개월을 채우고 한국으로 돌아가 다시 외국으로 나오거나, 혹은 워킹홀리데이 비자나 학생비자로 버티는 경우를 봤다. EU국가 내에서는 비자 없이 거주가 가능하기 때문에 헝가리 사람이 스페인으로 와서 디지털 노마드를 하는 건 문제가 없지만, 아시아인이 유럽에 와서 꾸준히 비자 걱정 없이 디지털 노마드로 머물기에는 쉽지 않다. 또한 여러 나라를 오가며 생길 수 있는 세금 신고나 납부 문제가 복잡해질 수도 있고 제대로 된 의료 서비스를 받는 것 또한 쉽지 않게 된다.
3. 불안정한 생활
계속된 이동은 꽤나 스트레스와 불안의 연속이다. 과거의 유목민들을 생각해보면 매번 이곳저곳을 떠돌며 얼마나 불안했을까, 결국엔 정착을 원하고 있었다. 노마드는 어디로 갈지 국가, 도시, 숙소, 교통, 예산, 안전 등을 모두 따져가며 새로운 곳을 찾아야 하며 새로운 환경에서 적응하고 생활하는 것은 사실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도 피곤한 일상이다. 특히 프리랜서일 경우 소득이 불안정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예산을 짜는 것도 쉽지 않을 수 있다. 또한 이러한 노마드 생활은 깊은 사회적 관계를 형성하기 어렵다. 노마드 생활을 가족과 함께 한다면 외롭지 않을 수 있겠지만 혼자서 노마드 생활을 하는 건 꽤나 외롭다(3화 참고). 하지만 또 자식이 있다면 교육을 위해서라도 노마드 생활은 더 힘들지 않을까.
본인의 취미도 꾸준히 이어나가는 것은 쉽지 않다. 예를 들어, 정기적인 멤버쉽이 필요한 헬스장, 복싱장, 수영장, 학원 등은 포기하고 오로지 여행에 초점을 두어야 한다는, 여행-중심 생활이 주가 되어야 한다. 드럼을 연습하고 싶은데 매번 악기들을 들고 다닐 순 없다. 단기적으로 여행에 집중하기엔 좋지만 언제까지 불안정한 생활을 이어갈지는 고민이 필요하다.
조금 더 해서, 다른 국가에서 모르는 언어와 문화 속에서 아무런 사고없이 무사히 노마드 생활을 이어나갈 수 있다면 정말 이상적일 것이다. 예로, 스페인에서는 잘 모르고 집 계약을 해버려 부동산 사기를 당하는 사람들이 하루에도 셀 수 없이 많다. 이런 불안함 속에서 여유로운 노마드 생활을 지속해나가는 것은 쉽지 않다.
이러한 이유로 많은 디지털 노마드들이 결국은 한 군데 정착하는 형태를 띠며, "디지털 세틀러(Digital Settler)", "홈베이스 노마드(Home base Nomad)" 등과 같은 새로운 용어들이 생겨났다. 내용은 즉 슨, 100% 노마드 생활을 즐기는 게 아니라 안정적인 생활을 유지하면서 선택적 여행을 즐기는 것이다. 과거의 유목민들이 결국엔 정착 생활로 전환한 것과 비슷한 이유이지 않을까 싶다. 떠도는 노마드 생활에는 한계가 분명히 있고 결국엔 안정적인 생활을 추구하는 건 인간의 본성으로 보인다.
나 또한, 적지 않은 나이로 미래를 위해 무리하지 않아야 한다고 판단했기 때문에, 홈베이스 기반의 노마드를 하기로 결정을 했다. 내가 어디선가 잘못되더라도 언제든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집이 있다는 것은 심적 안정에 도움이 되었다.
오늘의 주제는 꽤나 할말이 많다. '이런 뒤지럴 노마'를 연재하게 된 이유도 앞서 말한 상상과 다른 이야기들을 전달해주고 싶었다. 관련 주제로 할 이야기가 많지만 오늘은 여기까지.
*본 스토리는 골뱅이무쵸의 개인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