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디지털 노마드가 전하는 리얼 일상 스토리
나의 이런 뒤지럴 노마 생활에서 '외로움'이라는 친구를 빼놓고는 이야기할 수 없다. 동반자 없이 혼자 보내는 시간은 고통스럽지만, 어쩌면 '고독'이라는 마음의 위안으로 이 쓸씀함과 적막함을 임시로 덮어주고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언제까지 고독이라는 명목으로 이 외로움을 달래줄 수 있을까.
내가 만나본 대부분의 (사실 두 손가락으로 충분히 셀 수 있을 정도의 수) 한국 디지털 노마드분들은 파트너나 가족과 함께 이주한 경우를 여럿 보았다. 이런 경우는 정말 노마드처럼 이곳저곳을 계속 떠도는 것보다 한 곳에 반 정착하는 형태를 띠며 자율성을 추구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외국인으로서 외국에 계속 지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비자나 세금문제가 엮이기 때문에 쉽지 않다 보니, 생각보다 젊고 혼자서 노마드 생활을 하는 경우를 한 분 빼고는 아직 개인적으로 보지 못했다. (있다면 함께 생활에 대해 공유해보고 싶다...)
나는 프리랜서가 아닌 회사의 소속으로 원격근무의 계약조건이기 때문에 월급, 세금, 보험 등의 이유로 스페인의 워킹비자와 거주등록 등을 거친 엄연한 스페인 주민이지만, 그 외의 행정적인 문제가 없는 선에서 다른 나라에서도 디지털 노마드의 생활이 가능한 케이스다. 더욱이 EU 내에서는 자유롭게 비자 없이 이동이 가능하기 때문에 유럽에 산다면 장점이 무수히 많다. 그래서 난 스페인으로 처음 왔을 대 바르셀로나를 선택했다. 얼마나 바르셀로나에 거주할지 모르겠지만 지리적으로 유럽의 중심에 위치해 노마드 생활을 하기에 이동성이 매우 좋아 보였다. 그래서 지금은 많은 시간을 바르셀로나에서 보내지만 다른 나라나 도시를 자주 오가며 디지털 노마드 생활을 이어오고 있다. (내가 돌아갈 곳이 있다는 사실은 심적으로 큰 안정감을 주는 하나의 장치 역할을 하기도 했다.)
"그 좋은 바르셀로나에 사는데 왜 외로워?"라는 질문을 가끔 듣곤 했다. 첫 째, 언어적 그리고 문화적인 이유들이 크다. 난 스페인어를 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나마 큰 도시에 살면 영어를 하는 사람들과 소통하고 만나는 데 문제없을 거라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바르셀로나를 조금 간과한 면이 있었다. 대부분의 스페인 현지사람들은 영어를 잘하지 못했고 그나마 조금 친해진 친구가 생기면 곧 떠나는 관광객 혹은 학생들이 대부분이었다. 바르셀로나 인구가 총 160만 명 정도로 우리나라 광주광역시 인구와 비슷하다. 한 해에 바르셀로나 총관광객이 1,500만 명이 넘는 점을 고려해 보면 사실 스쳐가는 도시이지 거주로서의 매력은 많지 않다. 모든 행정 처리, 병원, 일상생활에는 스페인어가 필수였다.
또한 영어로 일을 하고 대화를 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고 하는 것들이 아직도 쉽지 않다. 조금은 늦은 나이에 유학을 시작을 했다 보니 한국문화와 한국어에 더 익숙한 사람으로서 정서적, 심리적으로 편안함을 느끼는 곳은 확실히 한국에서 한국어를 사용하는 것 같다. 아직은 좋은 친구들과 좋은 환경에서 즐겁게 생활하고 있지만 언제 한국으로 다시 돌아가야 할까를 계속 고민하게 되는 것 같다.
외로움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는, 대부분의 시간을 혼자 집에서 보낸다는 것이다. 내 집이 아니라 어딘가 숙소일 수 있지만 어쨌든 혼자만의 공간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는 것이 하루의 대부분이라는 것이다. 가끔은 밥을 먹을 때 입을 벌리는 것 외에는 입 자체를 뻥끗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 매일 일 관련 미팅이 있지만 내가 발표를 하거나 주체적으로 미팅을 리드를 해야 하는 경우가 아니면 사실 "안녕" 외에는 말을 하지 않을 때도 많다. (그러면서 한국어나 영어든 어휘력이 점점 떨어지는 것 같기도 하다.) 이런 침묵의 시간을 보내는 게 많이 익숙해졌지만 외로움의 고통을 언제까지나 견녀낼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난 정말 혼자서도 잘 놀고 새로운 곳에서도 금방 친구도 사귄다. 그런데도 이 가슴 한편에서 느껴지는 외로움은 왜 이리도 점점 더 시려질까? 언제까지 이 뒤지럴 노마 생활을 이어가야 할까?
그렇다 이런 외로운 뒤지럴 노마는 혼자 하기 너무 괴롭다.
*본 스토리는 골뱅이무쵸의 개인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