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살고 있는 집에 이사하며 인테리어 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이 바로 식탁이었다. 그리고 식탁 조명. 그 옆에 걸 자연이 담긴 커다란 액자. 어떤 공간으로 써야겠다는 명확한 생각은 없었지만 식구들이 한 데 모여 서로의 눈을 바라볼 수 있는 아늑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언제부턴가 가족들이 모두 잠들어있는 이른 새벽과 늦은 밤이면, 식탁 위에 조금은 낮게 드리운 노오란 빛의 등과 작은 무드등을 켠다. 끝이 둥그런 밤색 원목 식탁 주변에는 각기 다른 모양의 나무 의자가 놓여있다. 나무는 언제나 따뜻한 자리를 내어주는 근사한 존재이다.
식탁 옆에는 커다란 밤색 프레임 속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하얀색 꽃 더미가 늘어져 있다. 싱그럽게 피어있는 꽃, 축 처져 볼품없이 지고 있는 꽃. 이미 짧은 생을 다해 잔디 바닥에 후드득 떨어져 있는 꽃들까지.
화려함만이 아닌 찬란함과 그 끝이 공존하고 있어서 더욱 아름다운 사진이다.
이곳에 읽기 편한 책들과 글을 쓸 수 있는 노트. 손에 익은 펜. 남편이 좋아하는 글을 써 보라며 얼마 전에 사 준 고마운 노트북. 아 그리고 따뜻한 차 한잔과 은은한 음악까지.
그 속에서 나에게 주어진 한 시간 남짓의 그윽함.
새벽이면 식탁에 앉아 책을 읽다 천천히 밝아오는 아침 하늘을 바라보기도 하고 까맣고 깊은 밤이면 포근한 조명 속에 폭 파묻혀 고요함에 모든 걸 내맡기기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