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월 햇살 Mar 01. 2024

조명과 사진이 있는 곳

내가 좋아하는 자리

분주한 아침과 저녁 시간. 따뜻한 음식이 수더분한 모습으로 오르락 내리락하는 모습.

편안하고 좋은 사람들을 초대하면 평소보단 조금은 정갈하고 더 맛있는 모습.

그 외 시간에는 아이의 숙제 거리와 책들. 독서대가 이리저리 늘어져 있는 정신없는 모습.    

우리 집 식탁의 모습이다.

 

지금 살고 있는 집에 이사하며 인테리어 하는 과정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 부분이 바로 식탁이었다. 그리고 식탁 조명. 그 옆에 걸 자연이 담긴 커다란 액자. 어떤 공간으로 써야겠다는 명확한 생각은 없었지만 식구들이 한 데 모여 서로의 눈을 바라볼 수 있는 아늑한 공간을 만들고 싶었다.     


언제부턴가 가족들이 모두 잠들어있는 이른 새벽과 늦은 밤이면, 식탁 위에 조금은 낮게 드리운 노오란 빛의 등과 작은 무드등을 켠다. 끝이 둥그런 밤색 원목 식탁 주변에는 각기 다른 모양의 나무 의자가 놓여있다. 나무는 언제나 따뜻한 자리를 내어주는 근사한 존재이다.

식탁 옆에는 커다란 밤색 프레임 속에 흐드러지게 피어있는 하얀색 꽃 더미가 늘어져 있다. 싱그럽게 피어있는 꽃, 축 처져 볼품없이 지고 있는 꽃. 이미 짧은 생을 다해 잔디 바닥에 후드득 떨어져 있는 꽃들까지.

화려함만이 아닌 찬란함과 그 끝이 공존하고 있어서 더욱 아름다운 사진이다.   

  

이곳에 읽기 편한 책들과 글을 쓸 수 있는 노트. 손에 익은 펜. 남편이 좋아하는 글을 써 보라며 얼마 전에 사 준 고마운 노트북. 아 그리고 따뜻한 차 한잔과 은은한 음악까지.

그 속에서 나에게 주어진 한 시간 남짓의 그윽함.

새벽이면 식탁에 앉아 책을 읽다 천천히 밝아오는 아침 하늘을 바라보기도 하고 까맣고 깊은 밤이면 포근한 조명 속에 폭 파묻혀 고요함에 모든 걸 내맡기기도 한다.

여러 가지 역할에 바쁘고 정신없는 일상에서 오롯이 ‘그냥 나’를 위한 자리.

나와 세상을 만나고 알아나가는 이 공간이 더없이 소중하다.     

고요함(그윽함)

수선스럽다(분주하다)

편안한(아늑한)

때(시간)

멋진(근사한, 아름다운)


#한달매일글쓰기의기적

매거진의 이전글 안식처, 나의 숲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