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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 햇살 Mar 20. 2024

어쩌면 기분 좋은 상상

80대가 된 내 모습

아마 돋보기는 끼고 있겠지. 주름살도 자글자글 할 거고. 머리카락도 새하얀 은백이겠다.

지금 살아온 만큼 또 그렇게 하루하루 살아가다 보면 몸과 마음에 세월이 고스란히 쌓여있을 거야.    

 

화려하진 않지만 세련되고 포근한 할머니가 되어있겠지.

왜 있잖아. 그냥 표정과 말투, 분위기가 기품 있고 편안한 향기가 배어 있는 할머니.

말 한마디에도 연륜과 너그러움이 뚝뚝 묻어 나오는 그런 할머니.

주책맞은 면도 있지만 무해하고 유머러스하고 귀여운 주책 알지?


온화한 표정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 넓은 할머니가 되고 싶기도 해. 친절하고.

그만큼 내 마음도 평온하다는 뜻이겠지.      


아마도 책을 많이 읽을 거야. 삶은 늘 배움이니까.

팔십 대의 눈으로 바라보는 세상을 글로도 적어 내려가고 있겠지. 손주가 있다면 손주에게 남겨줄 아름다운 이야기들을 담아내고 싶어.

후세에게 물려줄 수 있는 유산이 건강하고 맑은 마음과 글들이 되면 좋겠거든.     


밝고 푸르른 공원 숲길에서 산책과 맨발 걷기도 열심히 하고 있을 거고.

때론 혼자, 친구 같고 연인 같은 남편과, 늘 활기차게 웃는 동생들과 말이야.

아, 사랑스러운 내 아이와도 한 번씩 함께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때면 귀여운 아이도 오십이 넘어선 나이일 테니 맨발 걷기 얼마나 좋아. 한국에 있다면, 너무 바쁜 일상을 살아나가지 않고 있다면  같이 할 수 있는 것도 축복이겠지.


오랜 세월을 함께 살아온 남편과 오순도순 알콩이달콩이 살고 있을 거야.

젊어서는 원수 같아서 쳐다보기조차 싫어 슬픔과 분노로 마음이 흩어지는 날들도 있었지만 이러나저러나 내 남편이니까.

함께 손잡고 건강과 경제적 여건이 된다면 우리나라 곳곳, 세계 곳곳을 여행하고 싶어.

그와 같이 느끼고 싶거든. 세상으로부터의 감동과 여운을.


나이 팔십. 인생 후반전의 시작일 수 있는 나이에 그와 더 사랑하고 존중하며 지내고 싶어.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의 유한함을, 당장 오늘 혹은 내일이 지금 숨의 끝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가슴 깊이 받아들이며 서로를 소중하게 바라보고 말이야.


그렇게 작고 당연한 일상 안에서  감사함과 사랑의 풍경을 바라볼 줄 아는 행복한 할머니가 되고 싶어.


We did not change as we grew older. We just became more clearly ourselves.

우리는 나이가 들면서 변하는 게 아니다. 보다 자기다워지는 것이다.

-Lynn Hall



이미지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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