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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월 햇살 Mar 19. 2024

잠이 안오는 밤에는

잠이 안 올때

잘 준비를 마치고 포근한 침대와 베개에 몸을 뉘인다.

몸은 피곤하지만 유난히 잠이 안 오는 날이 있다. 30분 정도 명상을 들으며 잠을 불러본다.

그래도 눈망울이 또롱하다면 혼자 와인을 따라야 하는 바로 그 타이밍이다.     


남편과 아이가 깰라 살금살금 소금쟁이처럼 가벼운 몸짓으로 안방을 빠져나온다.

단, 이렇게 잠이 오지 않는 밤. 술과 함께라면 조심해야 할 것이 있다.

찰랑찰랑 그 수위가 꽉 차오른 감수성과 슬픔들이 자칫 잘못하다간 넘쳐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빛과 어둠은 전혀 다른 무드를 가지고 있기에 유독 까만 밤은 술도, 영상도, 책도 적절하게 골라야 한다.

그 적절함이란 내 안에 잠자고 있는 커-다란 감정의 방울들을 터트리지 않아야 하며 비교적 안정적인 마음 상태로 잠이 들 수 있어야 함을 포함하고 있다.

결국은 자야한다. 밤을 하얗게 지새우고 맞이하는 아침은 고단함이 온몸에 덕지덕지 붙어 있기 마련이니까. 나는 이제 에너지를 모아두고 나눠 쓰고 아껴 써야 하는 나이이니까.

    

무거운 어둠 속 유독 스포트라이트처럼 느껴지는 식탁 등 아래서 와인 한 잔을 쪼르르 따른다.

목을 적시는 와인 한 모금에 하루의 피로가 녹아내린다.

와인 두 모금에 오늘 하루 만났던 일들과 사람들이 하나둘씩 머릿속을 스쳐간다.

더 깊은 생각의 끝으로 내려가기 전에 와인 세 모금을 마신다. 자야하기 때문이다.  

    

갑자기 어릴 적 엄마의 자장가가 떠오른다. 막냇동생이 5살 아래였기에 초등학교 저학년까지 엄마의 자장가 소리를 들으며 잠이 들곤 했다. 그 덕분에 희미하게나마 엄마의 따뜻했던 자장가 음색이 기억에 남아있다.

오늘따라 포근하고 부드러웠던 엄마의 자장가가 그립다.


와인 네 모금을 마신다. 고요함 속알 수 없는 온기와 깊은 그리움을 음미하며.           


이미지출처: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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