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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반딧불 Dec 12. 2023

올해의 단어를 뽑아보세요

시간이라는 게 그렇더라. 
10대는 10킬로의 속도로, 20대는 20킬로의 속도로 시간이 가더라. 
60대는 60킬로의 속도로 가는 거야

    


1년 365일, 8760분이라는 말이 무색하게 일 년이라는 시간은 쏜살같다. 


어른들 말씀이 10대의 시간은 10킬로의 속도로 20대의 시간은 20킬로로 간다고 하시는데 이제 제법 먹은 나이로 빠르게 가는 시간의 속도를 체감하는 중이다.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살아보겠다고 매일 다짐하지만, 잠자리에서 어제 못 본 드라마를 보려 OTT를 트는 순간 알차게 보내지 못한 하루에 죄책감을 느낀다. 하지만, 그 시간을 만회하려 OTT 대신 책을 집어 들지는 않는다. 그렇게 선택한 즐거운 드라마 시청은 채 20분을 넘기지 못하고 곯아떨어지지만, 어쨌든 내가 좋아하는 것을 하며 보낸 시간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후회하는 평가를 하고 싶지는 않다.     


올 상반기 일과 관련된 자격증 과정을 진행하며 너무 고되어 하반기는 쉬고자 마음먹었더랬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 이리도 간사했던가. 일주일 정도 편한 시간을 보내니 다시 스멀스멀 마음의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일 핑계로 몇 년 동안 미뤄왔던 브런치 작가 데뷔하기. 왠지 지금이 아니면 또 몇 년을 이 핑계 저 핑계로 하지 못할 것만 같았다.     


그렇게 브런치는 내 인생에 새로운 터닝 포인트가 되어 주었다. 다른 사람의 글을 읽는 사람에서 내 글을 직접 생산하는 사람이 된 나는 너무 어색했고 어리둥절한 기분마저 들었다. 그동안 다른 사람의 책 작업에 서포트로 들어가며 자료조사나 자료작성은 했지만 내 이름으로 발행되는 글들은 느낌 자체가 달랐다. 잘할 수 있을까 매일 고민됐고, 내 글을 읽는 사람들의 평가가 어떨지 궁금했다. 내가 가르치는 만큼 쓸 수 있을지, 가독성이 나쁘지는 않을지, 소재와 문단은 잘 잡고 가는지. 한 편의 글을 발행하면 백만 개의 고민이 뒤따랐다.      


하지만 이 고민은 전초전에 지나지 않았다. 나를 진짜 힘들게 만들었던 건 ‘나를 드러내는 것’이었다. 일에 관한 것을 쓰지 않는 한 본연의 자신과 생각을 필연적으로 드러내야만 하는 것이 글쓰기인데 그 점이 어려웠다. 어디서부터 어디까지 보여줄 건지, 얼만큼이나 솔직해져야 하는지. 누군가 글을 쓰면 진짜 나와 만난다고 했다. 확실히 글은 그런 것 같다. 나의 내면이 솔직함과 마주하지 않는 글은 읽는 사람의 공감을 불러오지 못하고 감흥은 떨어뜨릴 것이다.      


이 좁은 동네에서 나에 관한 이야기를 글로 맺으려면 결심이 필요했다. 이 부분을 넘어서지 못한다면 여기서 그만둘 수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에라 모르겠다, 뭐 어떻게든 되겠지!

결국 비장한 결심이란 게 ‘에라 모르겠다’였다. 눈 딱 감고 그냥 쓰자. 항상 많은 고민으로 앞으로 나가길 주저하던 나란 사람에게는 파격적이었다. 글이 너무 쓰고 싶었나 보다. 내 업을 위해 인스타 글을 올릴 때도 원래 계획의 반의반만 업로드한다. 이렇게 머뭇거리는 사람이 나를 드러내는 글쓰기를 결정할 때 망설임이 없어 나조차도 나의 새로운 모습이 신기했다.  

 

아직 브런치에는 몇 편의 글밖에 올리지 못했지만, 짧은 시간 동안 부단히 솔직해지고 내 감정에 다가서려고 노력했다. 내 감정에 어울리는 단어를 찾기 위해 섬세하게 감정을 들여다보기도 했다. 이런 대단치 않은 노력이 내가 나에게 다정한 사람이 되어 주었다. 전에는 항상 ‘못난 나, 부족한 나, 모자란 나….’ 끝없는 자기 비하와 비교, 그리고 못마땅함에 나란 사람을 인정하지 못했었다. 하지만, 나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 들으며 한 발짝 나에게 다가가고 더 이해하게 되었다.  

   

그래서 올 연말은 나와 조금 더 친해진 나로 인해 작년과 조금 달라졌다. 가벼워진 느낌이랄까? 항상 12월은 지난 한 해를 꽉 채우지 못하고 보내는 서운한 마음으로 가득했지만,  왠지 올해는 그 마음을 조금 미뤄두어도 괜찮을 것 같다.


아마 내년의 시간은 올해보다 조금 더 빨라질 것이다. 빨라진 시간은 너무나 아쉽지만 나를 마주하고 알게 된 지금과는 분명 또 다른 일 년을 살아낼 것 같아 겨울을 보내고 봄에 피는 꽃처럼 기대되고 설렌다.



     

올해 나의 단어는 용기, 도전, 이해, 터닝포인트, 글쓰기이다.  약간은 만족스럽다.   


여러분도 해보세요. 여러분은 올해의 단어로 무엇을 뽑으시겠어요?



사진 UnsplashBrett Jordan

           UnsplashWaldema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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