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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란현 작가 Jul 07. 2024

스물여섯 살에 왜 대학원을 가지 않았을까

2006년 진주교대 교육대학원 국어교육과 합격했었다. 2004년 2월 졸업과 동시에 대학원생이 된 동기들보다는 2년 늦었다. 토요일 종일 출석해야 하는 점은 부담되었지만 이십 대에 미리 해두라는 선배 말도 일리가 있다고 생각했다. 그 당시 학교 도서관 운영을 하고 있었고 독서교육에 관심 있었기에 찾은 과가 국어교육이었다. 합격했는데 등록하지 않았다. 주임교수 전화 와서 설득하는데도 못 가게 되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무엇이 이유였을까. 지난날을 떠올려보면 세 가지 이유가 있었다. 임신과 출산, 돈, 원거리 통학이었다. 임신과 출산이 가장 큰 문제는 아니었을 수도 있다. 1학기 다닌 후 2학기 아기 출산 때 휴학하면 되는 문제였다. 그다음 문제는  '돈'이었다. 입학 원서를 낼 때는 학자금 대출을 생각했으나 입학 확정 후에는 대출이 부담스러웠던 거다. 왜냐하면 학부 때 빌린 돈도 갚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마지막 이유는 원거리 통학, 난 운전면허가 없었다.

시작도 하기 전에 포기했었다. 그때 대학원을 졸업했더라면 또 다른 기회가 오지 않았을까 하는 상상도 해보게 된다. 

나의 경우 세 가지 이유가 합당했었다고 생각하지만 어쩌면 내 안에 공부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서 이유를 둘러댄 것은 아닌가 돌아보게 된다. 어떤 상황이 생기더라도 마음에 의지가 확고하다면 포기 대신 방법을 찾았을 텐데 방법 찾는 게 번거로우니 그냥 다음에 공부하자고 미룬 것 같다. 2006년 입학이 2022년 입학으로 연기된 거다.

2022년 대구교대 교육대학원 입학했다. 첫 책을 출간하는 시점에 대학원 입학원서를 썼다. 독서교육에 대해 더 배우고 싶은 열망이 생겼다. 내년에 하자고 미룬다면 내년엔 다른 마음을 품을 수도 있겠다 싶어서 입시 절차를 밟아 입학했다. 동기들 중에 내가 나이가 가장 많았다. 초반에는 괜히 왔나 하는 마음도 생겼다. 요약력이 부족해서인지 논문 한 편 보는데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잠을 줄였다.

지금 5학기 석사과정 마무리를 앞두었다. 논문을 쓰느냐 대체 과정 6학기를 듣느냐 선택지 사이에 고민 중이다. 박사과정까지 생각하면 논문을 써야 한다.

입학 확정까지 난 대학원을 포기한 후 긴 세월 지나 다시 도전한 대학원 공부. 내가 깨달은 점이 있다. 하고 싶을 때 도전해야 한다는 것이다. 도전하려면 몸은 분주해진다. 그리고 시간을 내야 한다. 이걸 하지 않으면 성취는 없다.

책 쓰기도 마찬가지다. 작가 타이틀 멋있다. 그냥 누구 엄마로, 직장인으로 사는 것보다 부캐로 작가 소리 듣는 것 괜찮다고 생각한다. 교보문고에 깔린 내 책이 독자를 만날 때 작가인 나는 어떤 마음이 들까 상상해 보면 감탄이 절로 나온다.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는데 책쓰기 과정이 있고, 책 쓸 때 공식이 필요하다는 점, 책도 배워서 쓰는구나 등 갑자기 훅하고 들어온 정보에 신기해서 나도 도전해 볼까 생각이 들 터다. 잠시 후 정신? 차리면 정반대의 생각도 가질 수 있다.

내가 뭐라고? 작가를 해? 작가는 아무나 하는 거 아니다. 괜히 책 쓰겠다고 평생회원 등록한 후 책 안 쓰면 손핸데? 그냥 하지 말자...

대학원 진학과 책 쓰기 두 개를 나란히 놓고 비교할 수는 없지만 지금 포기한 책 쓰기 20년 후에 아쉬워질 수 있다. 당장 책을 내지 않더라도 1년, 2년... 꾸준히 책쓰기 강의라도 들었다면 조금이라도 쓰고 싶은 마음 생길 테고 습작 결과물도 쌓일 텐데 도전조차도 하지 않는 사람들은 답이 없다.

2020년부터 올해까지. 5년을 돌아본다. 책 쓰고 싶다고 마음 품은 2020년, 12월에 자이언트 북 컨설팅 평생회원으로 등록했다. 매달 강의를 들었고 첫 책이 나오던 2022년 3월, 나는 2022학번 대학원생이 되었다. 2023년에는 책쓰기 코치가 되었고 2024년에는 사서교사 대상 1급 정교사 자격연수 강사 생활도 한다. 계단 올라가듯이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는 것 같다. 2006년 대학원 포기한 일로 인해 2020년부터는 포기하지 않는 사람으로 살고 있다.

누구나 자아실현의 욕구를 가지고 있다. 일상을 분주하게 살다 보면 내가 가진 꿈을 잊는다. 1년, 2년, 3년 흘러간다. 나름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했다고 마음 토닥이긴 하지만 결과물이 없는 것 같아 마음 가라앉기도 한다.

가족을 챙기지 말라는 뜻 아니다. 일주일에 두 번 나를 위해 강의를 듣고 하루 30분이라도 쓰는 시간 확보하라고 권하고 싶다.

그 시간 다 더해도 일주일에 두 번이니까 2시간 30분 강의 듣기, 30분씩 7일 글 쓰면 3시간 30분. 일주일간 총 6시간. 하루 24시간 살면서 1시간도 안되는 시간을 나만을 위해 쓰지 못한다고?

다시 생각해 볼 문제다. 

왜 그때 책쓰기 과정을 선택하지 않았을까 아쉬워하지 않았으면 한다. 먼저 선택한 작가들은 초고, 퇴고 진행하고 있으니까. 무엇보다도 공부 하는 시간을 좋아한다는 점. 작가 타이틀도 챙기고 다른 사람 돕는 한 줄 문장도 쓰고, 더 나아가 내 책 들고 강의도 해보시길. 강사 카드에 저서 꼭 적는 작가들이 되기를 권한다.

https://blog.naver.com/giantbaekjak/22350233198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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