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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백란현 작가 Jul 14. 2024

건강 관리

글쓰기 모임 여름학기 3회, 30분 글쓰기

오늘 새벽 5시. 욕실에서 소리가 난다. 남편이 이불을 빨고 있다. 올빼미형이 웬일인가 싶었다. 욕실 앞에 막내가 서 있다.

"엄마, 나 토했어."

요 며칠 젤리를 많이 먹어서 그런가 생각했다. 열을 재어 보니 37.8도다. 지금은 일요일 아침에 여는 병원에 갈 준비를 하고 있다. 병원은 늘 운전 잘하는 남편이 데리고 간다. 

막내는 9살이다. 가끔 이런 일이 있다. 문구점에 가서 이것저것 사 먹고 싶어 하길래 수업 마친 후 내 교실에 들르라고 했다. 구입해둔 젤리를 몇 개 챙긴 후 그림책을 읽고 돌봄에 가는 편이다. 그래서인지 젤리 먹는 횟수가 늘었다. 엄마인 내가 잘 챙겨야 했는데 하는 마음도 있지만 평소 살뜰히 챙길 줄 모르는 나이기에 마음 무겁게 여기진 않는다.

친정 아빠가 입원해 있는 요양 병원에 다녀왔다. 매주 가보면 더 좋겠지만 일정을 보고 토요일 오후에 시간을 빼서 다녀온다. 집에서 1시간 30분 거리다. 병원에 갔더니 오늘은 휠체어를 타고 밖에 나와 계신다. 요양병원 면회 시간에 맞추어 엄마도 함께 했다. 후두암 수술을 한 지 10년이다. 목구멍에 숨구멍을 뚫은 채 10년. 담배 때문인지는 몰라도 구멍을 막지 못하고 살았다. 목구멍을 막으면 목소리가 나오고 그렇지 않으면 무슨 말을 하는지 짐작만 한다. 후두암 수술도 2차까지 했었다. 목소리 내도록 후두를 일부 남겨둔 게 신기할 정도다.

"큰아버지도 같은 수술 받았었는데 지금은 건강하잖아. 목구멍도 막았고. 담배가 문제야."

지금은 치매 증상도 심해서 담배 피우는 것도 잊으셨다. 목구멍에 손가락으로 막는 것도 기억나지 않는듯하다. 딸도, 사위도, 손녀도 가물가물한 상태.

엄마의 말처럼 평소 건강관리를 잘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생각해 본다. 내가 사전에 아빠의 건강을 챙길 수 있는 부분이었을까 생각해 보면서도 이미 일어난 일에 대해 걱정하지는 않는다.

아빠는 "딸 기억하지?"라는 엄마의 말에 고개를 갸우뚱하신다. 후두암 1,2차 수술 이후 방사선, 항암 등 치료로 인해 기억력이 떨어진 것은 알고 있었지만 치매 진단까지 받은 상태이니 나를 알 때도 모를 때도 있다.

그러면서도 갑자기 내 몸을 보더니 왜 그렇게 살이 쪘는지 묻는 눈치다.

"아빠 뱃속에 아기 없어. 이거 똥배야."

내 얘기 듣고 깔깔 웃으신다. 엄마가 옆에서 말을 이어간다.

"맨날 앉아서 공부하고 글 쓰니까 살이 빠지지 않는구나. 운동 좀 해."

"나 나름 체중 유지 중이야. 더 찌진 않아. 건강해."

내 똥배 덕분에 딸이 기억났으면 다행이다. 지난 설날에도 살쪘다고 여러 번 타박? 했으니까. 아무도 나한테 살 빼라고 말하는 사람 없다. 말했다가 나한테 죽겠지. 친정 엄마 아빠니까 가능한 일. 한 소리 들은 김에 생각해 본다. 내가 2년에 한 번 받는 건강 검진을 학기가 시작하기 전 2월에 받곤 했는데 올해는 그러지 못했던 이유가 있었다. 하나는 학교 이동으로 시간이 나지 않았고 또 하나는 체중 좀 줄여서 병원에 가보려는 생각이었던 거다. 대학원 기숙사 가려면 결핵 엑스레이 결과도 가져가야 하는데 진작 검진을 했더라면...

다이어트가 필요한 이유는 건강 때문이다. 운동 부족으로 또 체크되기 전에 운동 시간 확보를 해야 한다. 일주일에 한 번 기체조? 매일 해야 할 것 같다. 운동 여부를 떠나 현재 내 모습에 대해 당당하다. 왜냐하면 아이 셋, 생명을 만든 몸매니까. 그래도 막내가 2016년에 태어났으니... 이젠 다이어트에 신경 좀 써야겠지. 산부인과에서 비만 관리 프로그램 있다는 연락도 온다. 우선 운동부터다.

딸의 건강은 평소에 무엇을 먹었는지와 관련 있다. 아빠의 건강은 암 수술 이후 관리가 두고두고 아쉬운 상황이다. 나의 체중관리는 운동 부족 때문이다. 오늘 적으면서 느낀 점은 과거를 탓해서 좋은 게 없다는 거다. 지나간 일. 이렇게 했으면 좋았을 텐데 같은 후회는 지금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것. 누구를 탓할 필요도 없다. 과거로 돌아가 개선할 수도 없는 현실 앞에서 반복적인 반성은 지금 개선할 힘과 의지만 빼앗을 터다.

다소 이기적으로 보일지 모르겠지만 내 잘못이 아니라고 나 스스로에게 자주 말하는 편이다. 잘못은 아니지만 지금부터 해야 할 일을 찾아야 하는 거니 지금에 충실해 보려고 노력한다. 막내는 잠시 후 병원에 갈 테고 아빠는 요양 병원에서 조금 더 머물기로 했다. 목구멍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가래가 기도를 막아서는 안 되기에. 나는 나대로 일상을 유지하면서 운동해야 한다. 정적인 사람이라 습관 개선엔 시간이 걸리겠지만 중요성 만큼은 잊지 않는다. 일요일 아침 교회 가는 데 세 정거장 거리를 버스 타고 간다. 이것부터 바꿔보리라.

건강관리. 쉽지 않지만 모두를 위해서 필요하다. 과거에는 마음 건강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 적 있다. 지금은 몸과 마음 둘 다 건강해야 다른 사람 돕는 글을 쓸 수 있다는 점 알게 되었다. 주변에 아픈 사람 많다. 이분들을 위해서 나의 경험을 꺼낸다. 마음이 아픈 사람 보면 마음 아팠던 경험을, 몸 아픈 독자 보면 몸 아팠던 가족 이야기를 들려준다. 어떤 경우라도 나는 쓰는 사람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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