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수시간입니다. 이봉식 조각가이자 선배 선생님께서 학교 안에서 옥도장 만들기 연수를 진행했습니다. 가로와 세로가 1.4센티미터쯤 되었습니다. "백작 부족"이라고 종이에 적어보았습니다.
"부족?" 선배들이 묻습니다.
"예! 글 쓰는 백작 부족요!"
웃습니다. 교내 글쓰기 특강을 했으니 연결되는 모양입니다. 종이에 있는 글자부터 확인을 받습니다. 사인할 때 쓰는 스타일로 쓴 글자는 안 되고 직선으로 같은 굵기로 써보라고 합니다.
종이에 적은 글자를 트레이싱지에 옮겨 씁니다. 그리고 뒤집은 종이를 보고 도장에 써봅니다. 좌우 반전으로 파야 되니까요. 손이 덜덜 떨립니다. 정사각형 옥도장 평면에 네 글자를 쓰다 보니 좁아 보입니다.
도장을 팔 차례입니다. 어느 정도 힘을 주어야 할지 왕초보 조각가?는 어렵기만 합니다. 천천히 비읍을 파봅니다. 옆으로 삐져 나갑니다. 긴장이 됩니다. 조각칼을 들고 있는 손에 자신이 없습니다. 힘을 더 주면 자음이나 모음이 틀리게 파질 것 같고, 손에 힘을 주지 않으면 글자에도 선명한 선이 보이지 않을 것 같습니다.
1시간 30분 정도 판 후 멈춥니다. 연수 진행해 주신 조각가에게 확인을 받아야겠지요. 찍어보더니 다음에 칼 빌려줄 테니까 더 파라고 합니다. 다음에 다시 하려면 시간이 흘러갈 것 같습니다. 다시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리고 획마다 조각 갈을 데고 힘을 더 줍니다. 녹색 인주가 묻어서인지 반전된 "백작 부족" 글자가 잘 보이지 않습니다. 오늘 만들어서 책에 찍어 선물하고 싶은 마음이 가득합니다.
다시 확인을 받습니다. 좀 진해졌다고 합니다.
"냉정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처음 검사받은, 도장은 못 써요."
냉정하긴요. 전문가는 정확하게 가르치는 사람으로 알고 있습니다. 퇴근 시간에 맞추어 나름 합격? 했습니다. 조각가가 모서리마다 칼로 톡톡 칩니다. 나만의 도장 완성.
"바로 사용하세요." 기분 좋습니다.
재능기부로 진행해 준 덕분에 배웠습니다. 책에만 찍을 게 아니라 아이들 알림장에도 도장 찍어줘도 되겠습니다. 우리 반 아이들도 글 쓰는 백작 부족인걸요!
공저 팀 퇴고 중이거나 퇴고 예정입니다. 백작 부족의 공저 5기는 출판사와 소통하며 퇴고 시작했고요, 공저 6기는 내일 초고 마감이라 제가 주말 동안 1차 퇴고 안내 자료를 만들어야 합니다. 또한 제가 참여하고 있는 라이팅 코치 공저 12기에서도 1차 퇴고 진행 중이지요.
옥 도장에 이름을 파듯이 퇴고해야 합니다. 처음엔 힘듭니다. 방법도 모릅니다. 힘을 더 넣으면 획이 틀리게 되지요. 퇴고에 힘을 주다 자칫 잘못하면 책의 주제나 메시지를 놓칠 수도 있습니다.
도장을 파다가 멈추면 쓸 수 없는 도장이 됩니다. 퇴고를 하다가 뒷심이 부족하면 독자에게 부끄러운 글이 됩니다. 외면받을지도 모릅니다.
연수 마치는 시간이 다가왔지만 한 번 더 획마다 칼을 댑니다. 퇴고를 마감하기 직전까지 한 번 더 원고를 읽고 또 읽습니다.
초고를 쓰든, 퇴고를 하든, 마감 시간 임박할 때까지 글을 다 못 썼다면 문제가 되겠지만, 우리는 하루 전에 스스로 마감한 원고를 제출 당일에도 노트북 펼쳐서 읽고 또 읽는 정성이 필요합니다. 미리 글 올리고 손 떼는 일 작가이자 코치로서 좋아하지 않습니다. 공저 방에도 그렇게 안내합니다.
왕초보로서 처음 판 도장이지만 한 번 더 획을 진하게 만들었던 뿌듯한 마음을 품었습니다.
지금 퇴고 진행 중인 책 원고도 고치고 또 고치면 독자를 위한 작품이 됩니다. 다음 날 출간 예정인 제 공저 책에 오늘 만든 도장을 찍어 백작 부족들에게 선물할 날을 기대합니다.
독자는 정성을 기억합니다.
https://blog.naver.com/giantbaekjak/223617745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