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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모노 Feb 05. 2023

엄마가 사준 옷 입고 면접 보러 가

퇴사하고 나면 보이는 것들

퇴사 후 취업이 마음대로 되지 않아 백수생활이 일 년을 바라볼 때쯤 엄마는 내게 예쁜 옷을 사러 가자고 했다.


"면접 보러 갈 때 엄마가 사준 옷 입고 가."

출근 할 때 입으라는 것도 아니고 면접이라니,


이 말은 응원일까, 걱정일까.


아쉽게 난 면접은 커녕 썼다 하면 서류에서 불합격 도장을 받는 중이다. 쉬는 동안 겨우 일해 모은 퇴직금을 동내고 이제는 불 떨어진 발을 동동 구르고 있는데 엄마는 여전히 아무것도 묻지 않는다. 그럼에도 느껴지는 마음이 있다.


이 상황을 그저 웃어넘기고 싶어 돈으로 주면 내가 알아서 사겠다고 말해도 엄마의 눈빛은 여전히 내 미래에 먼저 가  있다. 마가 딸한테 옷 한 벌 사주겠다는 건데 나는 매번 이 시간이 괴롭다.


엄마가 해줄 수 있는 게 이것뿐이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계속되는 실패에 좌절한 딸을 응원할 방법이 고작 이거라고 말하는 거 같아서 같이 사러 가자고도, 필요 없으니 됐다고도 말할 수 없었다.


나는 늘 당신이 내게 묵묵히 보내 준 믿음으로 여기까지 왔다는 것을 알고 있을까. 계획도 없이 퇴사하겠다고 통보했을 때도, 이참에 못해본 거 다 해보겠다고 애써 모은 돈을 날려 먹을 때도, 엄마가 일하고 돌아왔을 때까지도 자고 있을 때도, 내가 봐도 내가 한심할 때도 엄마는 늘 묵묵했다.


그래, 너는 항상 그랬던 것처럼 알아서 잘하겠지.


큰맘 먹고 간 백화점에서 우리는 마음에 쏙 드는 옷을 찾을 수 없었다. 속으론 오히려 잘됐다고 생각했지만 나보다 더 실망한 기색인 엄마에게 요즘 옷이 작게 나온다며, 내가 놀기만 하니까 살이 찐 것 같다고 애써 둘러대며 말했다.

역시 쉽게 포기할 것 같지 않았던 엄마는 내일 다른 곳에 가보자고 했다. 나는 혀를 내두르며 기권표를 던졌다.


이로써 내가 더 열심히 해야 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가 생긴 것이다. 꼬까옷을 입고 "면접 다녀올게."라고 말하는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것. 내가 걸어가는 한걸음에 당신의 응원을 얹어주겠다는 그 마음을 실현시켜 주겠다고.


이 글은 당신이 내게 보여 준 사랑의 보답이자 앞으로 적어 내려갈 퇴사하고 나면 보이는 것들의 대한 첫 시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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