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경력, 마약테스트, 백그라운드 체크, 그리고 교육
항공사에 최종 합격했다는 연락을 받고, 교육이 시작되기 전까지 한달정도의 시간이 남아 있었다.
일하기 전에 빡세게 아무것도 안해야지! 라는 마음가짐과는 다르게 회사는 벌써 나를 가만두지 않았다.
파일럿으로 입사를 하려면 필요한 여러 서류들이 있는데, 적어보자면..
1. 범죄경력 증명서 - 부연설명은 안 해도 될것이라 생각한다. 범죄경력이 있으면 입사가 되지 않을 뿐더러, 다른나라 입국에도 불리해질수 있기 때문에 범죄경력 체크를 한다. 회사에서 지정해주는 업체에 내 개인정보를 보내면, 그곳에서 범죄경력 조회를 한다.
2. 마약테스트 - 회사에서 지정해주는 병원에 가서 소변검사를 한다. 소변검사 이틀전에 다니던 비행학교에서 크리스마스 파티를 거하게 한 터라 마신 술이 걱정이 되었는데, 간호사분이 코카인이나 옥시코딘 등등의 강한 마약류를 검사한다고 하여 안심.
3. 레퍼런스 체크 - 이전에 다니던 회사의 상사나 보스 3명을 레퍼런스로 제출해야 한다. 회사에서 그들에게 연락을 해서 이 사람이 괜찮게 일하던 사람인지 아닌지를 확인한다. 그래서 이전에 다니던 회사사람들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으면 다음 직장을 구하는게 힘들어질수도 있다. 다행히 내가 다니던 비행학교는 교관들의 경력이 차면 항공사에 간다는걸 잘 이해해 주셔서, 연락이 갔을때 감사하게도 정말 좋게 말해주셨다.
그뒤에도 이것저것 여러 서류들을 읽고 사인하다 보니 어느덧 교육날이 되었다.
교육은 회사마다 다르지만, 우리 회사는 크게 4단계로 나뉜다. 교실 - GFS - 시뮬레이터 - 관전비행.
1. 그라운드 스쿨 - 교실에서 비행기와 운항관련된 지식들을 배운다. 월-금, 9-5시, 3주 소요.
2. Ground Flight Simulator (GFS) - 풀 모션 시뮬레이터에 들어가기 전, 스크린으로 만들어진 시뮬레이터에서 SOP (Standard Operating Procedure) 연습을 한다. 언제 어느 버튼을 눌러야 하는지, 어느 콜을 만들어야 하는지 연습하는 단계. 하루에 4시간씩 5일간 연습. 1주 소요.
3. 풀 모션 시뮬레이터 - 시뮬레이터는 비싸다! 한시간에 약 100만원정도 소요된다고 한다. 그렇기 때문에 GFS를 패스한뒤 시뮬레이터로 넘어가도 좋다는 추천서를 교관에게 받아야 한다. 시뮬레이터에서는 여러 응급상황을 다양한 시나리오에 따라 연습한다. 비행기도 낯선데 계속 엔진이 꺼지고, 불이 나고, 경고등이 켜지니 정신이 없다. 이것도 한번에 4시간씩 10번 연습. 약 2주 소요.
4. 비행시험 (PPC) - 시뮬레이터를 8번 탄뒤, 교관님이 시험을 봐도 된다는 추천서를 써주면 9번째날 비행시험을 본다. 시험에 패스하면 Type Rating 이라는 자격증이 나오는데, 이 자격증을 따면 정식으로 회사 비행기를 몰수 있는 자격을 얻는 것이다. 이제까진 응급상황만 연습했으므로, 시험을 본뒤 10번째 시뮬레이터는 정상운행을 처음으로 해보는 LOFT날.
4. 관전비행 - 시험을 보고 시뮬레이터 트레이닝이 다 끝나면, 조종석 점프싯에 타서 실제로 비행하는걸 보러 간다. 우리 회사는 10 leg (한번 이륙한뒤 착륙하는걸 1 leg라고 함) 를 관전해야 하는데, 점프싯이 꽤 불편해서 한시간 이상 앉아있기가 힘들다. 정말 도움이 되는 단계지만, 또한 허리가 마비되는 경험을 할수 있다.
이 교육과정을 하나하나 통과하며 쉬운날이 1도 없었는데, 자세한건 항공사 교육과정에서 또 적기로 한다.
그럼 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