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이 터지는 이머전시
우리 회사의 기장 업그레이드 시뮬레이터 교육은 부기장들 사이에서 악명이 높았다.
오른쪽 자리에서 비행을 하다, 왼쪽으로 옮겨가 비행을 하는 것도 어색하고, 처음으로 택시 (비행기가 그라운드에서 움직이는 것. 기장 자리에서 방향을 조종할 수 있다) 하는 것도 어색한데, 시뮬레이터 첫날에 최악의 이머전시를 주는 걸로.
파일럿이라면 가장 원하지 않는 상황 중 하나가 기내에 불이 나는 것일 거다. 게다가 어디서 불이 시작됐는지 모르면 정말 아득하다. 이 시나리오를 첫날 주는데, 착륙을 15분 안에 하지 못하면 시뮬레이터 교육에서 탈락될 수도 있기 때문에 다들 이 시나리오를 두려워한다.
다행히 회사가 이 자비 없는 시뮬레이터 시나리오를 드디어 인지하고, 시뮬레이터 교육을 하나 더 추가했다.
그래서 내가 업그레이드를 할 때는 조금 더 쉬운 상황들을 첫날 연습하고, 둘째 날이 화염에 싸인 비행기를 착륙해야 하는 날이었다.
시뮬레이터 교육은 다른 교육생과 함께 파트너를 맺어, 한 명당 2.5시간씩 5시간으로 이루어진다.
한 명은 기장이 되어 조종을 맡고, 파트너는 부기장을 맡아 시나리오를 하나씩 연습하는 셈이다.
두려워하던 대망의 고생날이 다가오고, 시뮬레이터에 들어가니 밖은 안개가 자욱이 내린 뉴왁 공항이다.
더듬더듬 런웨이에 다가가 이륙 중 엔진 페일을 당하고, 근처 공항으로 우회하여 싱글 엔진 착륙을 한다.
다시 뉴왁으로 돌아와 이륙 중 이머전시로 이륙 중단을 한번 하고, 노말 한 이륙을 다시 한 뒤 높은 고도에 올라가 기압 문제로 이머전시 하강을 했다. 조종사용 산소마스크는 숨을 쉴 때마다 다스베이더 같은 소리가 나는데, 서로 대화하기 아주 성가시기 그지없다.
그 뒤엔 유압 문제로 브레이크와 플랩이 내려오지 않는 상황이 벌어지고, 체크리스트를 찬찬히 실행한 뒤 다시 뉴왁공항에 브레이크와 플랩이 없는 채로 랜딩을 했다. 다시 하늘로 돌아가 갑자기 나타난 산을 피하는 연습도 하고, 숨을 고를 채도 없이 뒤에서 교관이 "캐빈이 검은 연기로 가득 찼어!!" 소리를 친다.
뉴왁 공항은 아직도 안개가 자욱하고, 날씨는 이 비행기가 랜딩을 할 수 있는 미니멈 이하다.
하지만 비행기는 화염에 싸여 있으니 우린 무조건 랜딩을 해야 한다. 부기장에게 체크리스트를 읽게 시키고, 나는 랜딩준비를 했다. 끼고 있는 스모크 고글엔 내 입김으로 계속 성에가 차고, 마스크는 숨을 쉴 때마다 푸슈슉 소리를 내며 15분 이내에 랜딩을 했다.
그 뒤엔 런웨이에서 비상탈출을 하고, 다시 상공으로 돌아와 고어라운드 중 엔진페일도 연습하면 2.5시간이 끝이 난다. 화상실 브레이크를 잠시 갖고 자리를 바꿔서 다시 시작이다.
이렇게 5시간 쉼 없이 터지는 이머전시를 경험하고, 두 번째 날이 끝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