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그리고 시뮬레이터
작년부터 교관일을 시작해서 열심히 달려온지 1년뒤인 올해 늦여름.
로그북 토탈 타임이 1000시간에 가까워질수록 얼른 채우고싶어 안달복달 했던 나날들이였다.
999시간으로 일을 마무리한 날, 다시 나가서 비행기 시동 걸으라는 주위의 압박을 무릅쓰고 퇴근. 쉬는날이였던 다음날, 비행기를 렌트해서 친구들과 함께 비행기 박물관이 있는 공항으로 비행을 갔다.
공항에 도착해서, 비행기 박물관으로 택싱해서 들어가는 순간 1000시간이 채워졌고, 그렇게 친구들에게 축하를 받으며 박물관 구경을 재미있게 하고 돌아왔다.
캐나다에서는 이렇게 1000시간을 채우는데 큰 의미를 둔다. 왜냐하면 1000시간이 항공사에 지원할수 있는 토탈타임이기 때문이다. 특정 도시로 지원한 사람들을 잘 뽑는 항공사, 다발기종이 100시간은 되어야 인터뷰를 주는 항공사, 무슨 기종이든 1000시간을 타야 하는 항공사 등등 회사마다 조금씩 원하는게 다른데, 지원한 곳중 한곳에서 면접을 보라고 연락이 왔다.
같은 항공사 면접을 미리 본 주변 교관 친구들, 이미 붙은 예전 교관동료들을 붙잡고 예상 질문를 많이 받았다. 그뒤 질문에 대한 답변을 만들고, 그걸 말로 잘 풀어내는 연습을 했다. 답변이 너무 길거나 짧지 않고, 면접관들이 이 질문을 왜 하는것일까 생각해보면서.
면접은 온라인으로 이루어졌다. 면접은 항공사의 기장님, 부기장님, 그리고 인사팀 멤버 한분, 이렇게 세명이 개인적인 질문과 테크니컬한 질문을 번갈아 해주셨다. 면접을 보는 분들은 친절했는데, 문제는 긴장을 너무 해서 목소리가 달달 떨리던 나였다. 마치 염소가 울때 내는 목소리가 나와 너무 당황했던 기억이 난다. 게다가 콧물은 왜 또 눈치못챙기고 나오는지.
난 실패구나 생각하며 포기하고 있을때쯤 시뮬레이터 시험을 보러 오라는 연락이 왔다.
시뮬레이터는 비행실력을 체크해보는 단계다. 나같이 여객기에 대해서는 1도 모르는 교관을 데려다 30분간 그들이 운행하는 여객기에 대해 가르쳐준다. 그뒤 1-2시간정도 시뮬레이터에서 비행을 시켜보면서 이사람이 비행을 잘 하는지, 짧은 시간동안 어떻게 배우는지, 파트너와는 어떻게 소통하는지 등등을 체크하는 과정이다.
여객기는 파일럿이 두명 필요하므로, 나같은 생초보 둘이 한팀이 되어 한명이 조종하고 (PF, Pilot Flying), 다른 한명이 모니터를 한다 (PM, Pilot Monitoring). 그뒤에 롤을 교체해서 한번더 탄다.
원래 타던 2-4인용 세스나에서, 약 80인승 여객기를 몰려니, 밤하늘의 별처럼 여기저기 흩뿌려져있는 스위치에 눈이 빙글빙글 했다.
생초보 둘이서 네가 까먹으면 내가 알려주고, 내가 어리버리 하고 있으면 네가 귀띔해주고 하면서, 정말이지 엉망진창으로 시뮬레이터를 탔다. 이륙도 엉망이였고, 잘하려고 하는 마음에 너무 성급하게 스위치를 누르려고 했으며, 긴장감에 맞지않는 페이지를 열어버렸다.
그래도 면접관들은 우리가 처음으로 이 비행기를 모는걸 감안하고 있기 때문에, 뒤에서 많이 도와주셨다.
내 차례가 되어 비행을 할땐, 이륙 뒤 엔진 고장으로 인하여 다시 같은 공항으로 돌아오는 시나리오였다.
물론 이 시나리오를 말해주지 않고, 주행중 뒤에서 조용히 한쪽 엔진을 꺼 버린다. 마치 교관일때 내가 사악한 미소를 지으며 학생들의 파워를 빼버렸던 것처럼.
이것이 나의 업보구나 하며 겨우 고도를 안정시켰더니, 비행기는 이미 운항경로를 한참 벗어난 뒤였다.
어찌저찌 다시 이륙했던 공항으로 돌아와, 비행기를 뒤뚱거리며 착륙시키고 나니 온힘을 다해 밟고있던 페달때문에 다리가 후들후들 거렸다. 시뮬레이터에서 나오면서 "주저앉으면 안돼!" 라고 생각하며 근래 가장 집중해 걸음을 걸었다.
이번에도 너무 비행을 못한것같아 실패했구나 하며 다른 항공사에 지원을 시작하고 있을때쯤, 1월에 교육을 받으러 오라는 연락이 왔다.
이렇게 "얼렁뚱땅" 한단계씩 나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