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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영웅 May 11. 2024

도스토옙스키를 읽고 사람을 읽고 나를 읽고 삶을 나눈다

도스토옙스키를 읽고 사람을 읽고 나를 읽고 삶을 나눈다


이틀 전 목요일 저녁, ‘도스토옙스키와 저녁식사를’ 아홉 번째 만남이 있었다. 6시부터 8시까지가 공식적이라 할 수 있는 계획된 모임 시간인데, 보통 9시 10시까지 나눔이 지속된다. 중간에 갈 사람은 가고 남을 사람은 남아서 한 달 만에 회포도 풀고 도스토옙스키 덕분에 터져 나온 이야기들을 자연스럽게 나눈다.


대부분 비슷한 고백을 하신다. ”내가 왜 이런 말을 여기서 하는 거죠? 나 이런 얘기 밖에서 잘 안 하는데... “ 그러나 우린 이제 안다. 도스토옙스키를 읽는다는 건 사람을 읽는 것이고, 또 나를 읽는 것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자신의 외면을 비추는 건 거울이지만, 도스토옙스키는 그런 면에서 내면을 비추는 거울이다. 책을 읽고 궁극적으로 나누게 되는 건 허구의 이야기가 아닌 우리들이 실제로 숨 쉬고 있는 현실 이야기인 것이다. 나는 이것이 책을 읽는 중요한 이유라고 믿으며, 독서모임은 그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소중한 통로라고 믿는다. 그렇게 이 모임은 독서모임을 넘어서 하나의 작은 공동체가 되어 간다. 그리고 나는 이 공동체를 하나의 작은 교회라고 믿는다.


내면 깊숙이 찔렸을 때 무언가가 터져 나와 말과 글로 나누게 되는 건 어찌 보면 너무 당연한 일이란 생각이다. 무뎌진 일상을 사는 사람들 간에 깊은 소통이 없는 이유는 찔림을 받는 기회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런 면에서 나는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하나 더 발견하고, 나아가 읽는 것으로 끝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삶에 비추어 재해석하고 그것을 솔직하게 나눠야 하는 이유까지 발견한다. 무뎌지는 건 슬픈 일이다. 어른이 되는 게 그런 거라면 나는 두 번 슬프다. 우리에겐 찔림이 필요하다. 그 찔림은 우리를 성숙하게 할지언정 늙게 하진 않을 것이다. 나는 책을 사랑하고 나누는 사람들이 좋다. 평생 이런 사람들과 함께 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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