찜질방, 붕어빵, 호떡
겨울의 기억들
앉으면 눕고 싶고 누우면 자고 싶다더니, 오늘 아침 뜨거운 물로 샤워를 하고 있는데 갑자기 뜨거운 탕 속으로 풍덩 들어가고 싶은 것이었다. 욕조가 없는 터라 실행은 할 수 없었지만 대학원생 시절 종종 드나들던 찜질방과 거기에 딸린 공중목욕탕이 그리움과 함께 눈앞에 펼쳐졌다.
추위는 많은 것들을 소환한다. 나는 오늘 출근길에서 두꺼운 옷만큼이나 켜켜이 쌓인 겨울의 기억들 속으로 마음속 여행을 떠났다.
그러고 보니 최근에 아들 녀석이 붕어빵을 사달라고 했다. 현재 10학년 재학 중인 녀석은 2년 전까지만 해도 미국에서 살았고 붕어빵을 경험한 건 한국 오고 나서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신기했다. 이게 붕어빵의 힘인가 싶었다. 우린 하나씩 팥이 퍽 하고 흘러나오지 않게 조심스레 한 입씩 베어 물었다. 녀석 왈, “음, 제대로네!” 뻥 터진 나와 아내는 한참을 웃었다.
오늘 퇴근하면 아내에게 언제 찜질방이나 갈까, 하고 말을 건네 봐야겠다. 코로나 여파인지 작년까지 가고 싶은 마음과는 달리 피하던 곳이었는데 (참고로 나는 올해 3월에 코로나에 걸린 적이 있다), 올 겨울엔 어떻게 해야 하나 싶다. 마스크를 쓰고 찜질방에 있고 싶진 않으니까 말이다.
대전에서 오래 사신 장모님 덕분에 한 번 먹으면 절대 잊을 수 없는 호떡집을 알게 되었다. 만인산 휴양림 입구에 있는데 시장에서 파는 호떡과는 질이 달랐다. 설탕과 씨앗 몇 알이 꿀로 들어가 있는 건 그렇다 치고 이 호떡은 식감이 압권이었다. 그 찰진 맛이라니! 반죽이 관건인 듯했다. 사실인지 아닌지 모르겠지만 풍문으로는 그 반죽이 특허를 가지고 있대나 뭐래나. 아무튼 특허와 상관없이 이 호떡은 내가 수십 년간 먹어본 호떡 중 최고의 맛이다. 언제 넉넉한 여유를 가지고 대전에 오시면 꼭 한 번 가보시길 강추한다. 나를 찾아주시면 친히 데려가 드리겠다. 대신 호떡은 하나 사주시라. ㅋㅋㅋ
#오블완_티스토리챌린지_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