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죽과 도리뱅뱅이
향수의 재현 불가능성
직장 동료와 대화하던 중이었다. 등산 후 뭘 먹을지에 대한 물음에 대뜸 어죽과 도리뱅뱅이라고 했더니 기겁을 하는 것이었다. 그의 얼굴 표정을 읽으니 싫어서가 아니라 너무너무 좋아하기 때문인 것 같았다. 그가 말했다. 어죽은 아버지와 함께 먹던 음식이라고. 어릴 적 아버지를 따라 낚시하러 갔을 때 종종 먹던 게 어죽이었다고. 어죽 하면 아버지가 생각난다고.
그에게 있어서 어죽은 한 끼 음식의 차원을 넘어서는 그 무엇이었다. 향수일 것이다. 많은 시간이 흘러도 남아 있는, 오감이 모두 동원된 먼 기억의 단편일 것이다.
이후 나는 그 집 어죽과 도리뱅뱅이, 그리고 민물새우튀김까지 다른 집과 비교해서 얼마나 압도적으로 맛있는지에 대해 침을 튀기며 그에게 설명했다. 꼭 가보라고 권하면서 말이다. 아마도 나는 그의 향수를 재현시켜 주고픈 마음이었던 것 같다. 음식으로 그가 아버지를 다시 만날 수 있길 바라는 마음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안다. 그는 그 집에 가서도 여전히 그리움에 머문 채 아버지를 만나지 못하리라는 것을 말이다. 그는 그의 오래된 기억의 근사치에 다다를 수밖에 없을 것이다. 향수는 재현될 수 없기 때문이다. 재현될 수 없기 때문에 향수라고 부르는 것이다.
영원히 닿을 수 없는 기억의 조각들. 재현될 수 없고, 재현되어서도 안 되는 아련한 추억. 향수. 향수는 우리에게 그리움을 안겨주고 그 대상에 대한 갈망을 일으킨다. 과거로 돌아가 눈시울을 붉게 만들기도 하지만 궁극적으로는 삶을 더 풍요롭게 하고 아름답게 만들기도 한다. 아련한 기억을 간직하지 않은 사람은 없을 것이다. 오늘 잠시 시간을 내어 각자의 향수를 하나씩 꺼내어 놓고 생각에 잠겨 보는 건 어떨까. 그것을 글로 담아낸다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그래봤자 영원한 근사일 수밖에 없겠지만.
#오블완_티스토리챌린지_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