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시간
바람은 눈에 보이지 않지만, 바람이 부는 것을 우리는 느낄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들이 가만히 있지 않고 움직이면 우리는 그것을 오감으로 알아챌 수 있다.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 것들을 드러내는 힘을 가진다.
보이지 않는 시간을 생각한다. 시간도 눈에 보이지 않지만, 시간이 흐르는 것을 우리는 보고 듣고 느낄 수 있다. 시계가 없는 상황에서도 가능하다. 적당한 빛이 머무는 한 자리에 가만히 앉아 있기만 하면 된다. 창밖의 나무들이 드리우는 그림자가 달라지고, 창을 통해 들어오는 빛의 세기와 눈부심도 차차 변한다.
무엇인가가 움직인다는 것을 명징하게 알기 위해서 그것을 관찰하는 자는 가만히 있어야 한다. 같은 속도로 움직이면 상대성 원리에 의해 우린 그 움직임을 알 수 없다. 나의 속도가 대상의 속도를 지워버린다.
바쁜 일상 중 가만히 있을 줄 안다는 것. 멈출 줄 안다는 것. 그것은 흘러가는 시간을 관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바쁜 일상의 속도에 맞춰 계속 움직이게 되면 모른다. 사랑하는 사람들이 아파하는 것도, 소중한 사람들이 나이 들어가는 것도, 아름다운 아이가 자라는 것도 볼 수 없게 된다. 사라져 가는 것들에 대해 애도할 수 없게 된다.
가만히 멈춰 서서 내게 주어진 삶을 바라볼 줄 아는 사람이 된다는 건 곧 그 삶을 치열하게 사랑할 준비가 되었다는 뜻이지 않을까 싶다. 모든 순간을 끌어안을 준비가 되었다는 거라고 나는 믿게 된다. 흘러간 시간이 아니라 흘러가는 시간을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과거가 아닌 현재의 사람이 되고 싶다.
지금 나는 그런 준비가 되었을까.
#오블완_티스토리챌린지_13